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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친구들이 행동하게 된 이유 “누구도 가리지 않고 사랑을 줬던 쩡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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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지난 1월13일이었다.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故 쩡이린씨의 친구들과 서울 강남구 모 식당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친구들은 윤창호법 제정 운동을 밀착 취재한 전문 언론인의 도움을 받아 쩡씨 사건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쩡씨 친구들은 ‘쩡이린의 친구 모임’을 결성했고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쩡씨 부모의 입장문을 번역해서 전달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故 윤창호씨의 친구들처럼.

 

평범한미디어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쩡씨의 20대 친구 박선규씨, 강대민씨, 최진씨 등 3명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쩡씨를 사망케 한 50대 남성 음주운전 범죄자 김모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리기 직전에 진행됐다.

 

쩡씨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타인을 배려하고 챙겼던 사람”으로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

 

최씨는 “정말 사랑이 많았던 친구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아는 친구들 중에서 제일 가림없이 사랑했던 친구였다”며 “우리는 주로 친한 사람들만 챙기고 평범하게 사는데 이린이는 그 사람이 자기와 무슨 관계이든지 정말 가리지 않고 사랑을 퍼부어줬고 나눴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이날 공판 결과 김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당초 쩡씨의 유족들은 김씨측의 합의 시도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측 변호인은 음주운전이 아닌 렌즈가 갑자기 돌아간 탓으로 사고의 원인을 전가하는 전략을 취했고 검찰은 이를 수용했는지 지난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윤창호법 제정 이후 음주운전 치사 사건에서 징역 8년까지 선고됐는데 명백히 후퇴한 구형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민수연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는 “피고인의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 하다면 운전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난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은 유리하게 참작할 수 없다”면서 이례적으로 검찰의 구형을 뛰어넘어 선고했다.

 

쩡씨 친구들은 재판이 끝나고 공식 입장문을 배포해 “오늘 판사께서 구형 6년보다 높은 8년을 선고한 것에 놀라웠지만 윤창호법대로라면 무기징역도 가능한 부분에서 8년 선고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이린이 사건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음주운전 사고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적 인식이나 법원 형벌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음주운전 양형 기준을 높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쩡씨의 부모님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금 징역 8년형이라는 선고를 들었다”며 “먼저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우리를 돕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가 구형한 형량에 2년을 더하여 선고해준 판사께도 감사하다.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 판결이 향후 한국에서의 음주운전 범죄를 줄이고 이로 인한 가족의 파괴를 막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친구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나에게 쩡이린씨는 어떤 사람이었나?

박선규씨: 정말 마지막으로 봤을 때에도 선물을 보내주고 또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항상 걱정을 해주고 많이 챙겨주는 그런 친구였다. 정말 자기도 힘들고 그랬을텐데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그런 친구였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강대민씨: 나도 비슷한데 정말 이린이는 남들을 정말 많이 챙기는 친구였고 나는 같이 교회에서 봉사를 했었는데 매주 끝나고 나면 이번주의 고민거리나 걱정거리가 있냐고 물어봐주고 기도해주고. 주중에는 고민됐던 일 잘 해결됐느냐고 하면서 모두의 고민거리를 다 들어주고 같이 걱정해주는 그런 친구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똑같이 말할 정도로 이린이가 정말 많이 챙겨줬다고 말한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최진씨: 선규씨와 대민씨도 말했듯이 정말 사랑이 많았던 친구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아는 친구들 중에서 제일 가림없이 사랑했던 친구였다. 우리는 주로 친한 사람들만 챙기고 평범하게 사는데 이린이는 그 사람이 자기와 무슨 관계이든지 정말 가리지 않고 사랑을 퍼부어줬고 나눴던 친구였다. 같이 일했던 목사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기억에 남는 게 이린이는 이제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았지만 한국에 있는 교회를 섬겼고 한국에 있는 아이들을 섬기는 그 사역을 했다. 한국에서 공부도 하고 사역도 하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한국의 미래 아이들에게 자기 삶을 바쳤다고 했는데 그게 참 와닿았다.

 

Q: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이 사건을 알리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맘먹게 된 계기라도 있는 것인가?

최진씨: 사실 그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을 때 시작했던 계기가 됐다. 그분이랑은 아는 분도 아니고 같은 빌딩에 살고 있는 친구였는데 그분이 저희와 연락없이 그냥 청원을 올리게 되어서 그 소식을 듣고 동의를 많이 받아야겠다고 해서 거기서 시작됐다. 그분은 부모님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저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청원 동의수가 적었을 때 1000개도 안 됐을 때부터 함께 했다. 20만이 될까 싶었고 나는 사실 그런 희망이 없었다. 모일 수 있는 만큼 모이면 부모님에게 격려가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으로 했다. 그런데 대만에서도 이린의 친구들이 많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렇게 잘 됐던 것 같다.

 

박선규씨: 사실 그 전에도 바로 사고가 난 다음에 이제 아무래도 우리가 교회 같은 소그룹이었고 부모님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오실 때 우리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심정으로 돈도 모으고 비용이나 이런 걸 지원해주고 보탤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했했는데 우리가 국민 청원을 본 뒤에 부모님을 직접 돕는 것을 넘어서서 보도자료나 뉴스나 기사 같은 것을 냄으로써 국민 청원도 통과됐고 그 이후에도 좀 더 이린이의 이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아야 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국민 청원이 큰 계기가 되긴 했다.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최진씨: 이린이 부모님도 그 청원을 보고 이제 저희의 소망은 이린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결국 우리는 부모님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거고 부모님도 그렇게 하고 싶으시니까 우리도 그렇게 됐던 것 같다.

 

박선규씨: 아직도 어떻게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부탁한대로 그런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있는데 최근에는 좀 더 미디어나 기사에 많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마음이 있다.

 

Q: 대외적으로 활동을 해보면서 느낀 점을 말해달라.

강대민씨: 그냥 뭐 사실 저희가 뉴스에 이린이 사건이 많이 보도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고 비슷하게 목숨을 잃은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최진씨: 오늘 지하철타고 오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 형 확정을 위한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내게는 개인적으로 엄청 적게 받으면 속상하겠지만 높게 나오더라도 사실 이제 결론은 이린이는 없는 것이고. 결국 법이 예방을 못 했다는 것이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지금은 이미 윈윈이 아니라 루즈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까지 처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좀 그렇다. 결국 정치인들이 법을 잘 만들고 예방이 되도록 해야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는 거니까 오늘 어떻게 되더라도 사실 우리는 결국은 결론은 똑같은 거니까...

 

 

박선규씨: 약간 언제까지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들 앞에서 빌고 우리들의 눈물과 고통이 얼마나 더 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이 국민들에게 위정자들에게 보여줘야 바뀔 것인지. 그래서 힘없는 자로서 법을 바꿀 수 없는 자로서 참 너무나도 좀 많이 비참한 것 같고 또 정의를 빌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너무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지만 검사와 판사가 맘대로 하는 거고. 결국 그들은 국회가 만든 법대로 하는 거지만 참 그런 입장으로서는 너무 답답한 것 같다. 이린이를 위해서 이린이 부모님을 위해서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이것이 정말 최선인가? 정말로 힘있는 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법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까 그런 어두운 생각을 하게 된다.

 

Q: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음주운전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떤 것 같은지?

강대민씨: 사실 굉장히 인식 수준이 저조한 것 같고 음주운전 사망자가 없는 것이 이상적인 게 아닌 정상적인 사회다. 그걸 저희가 이상적으로만 바라고 있다는 게 아쉽다. 사실 음주운전 사건들이 기사화가 많이 되면 국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원하고 있는 데도 그게 또 그런 법조인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약간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Q: 마지막으로 쩡씨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 마디만 해준다면?

최진씨: 이틀 전이 이린이의 스물아홉번째 생일이었다. 생일을 맞이하며 너의 선고일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사실 오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린의 삶은 의미가 있었고 정말 사랑이 많았고 기쁨이 많았고 정말 의미있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 그렇게 믿으니까 오늘은 사실 운전자에 대한 것이지 이린이의 삶이나 사랑이나 그런 것에 대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박선규씨: 이린이 너를 잊지 않을 거고.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너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리의 최선이 이 나라에서 세상에서 부족한 것이 참 미안하지만 우리는 정말 잊지 않을 것이고 계속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이나마 이 사회가 좋아지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약간 울먹이며) 최선을 다할게.

 

강대민씨: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는 비극적인 사건 음주운전에 의해 사망한 그런 이린이로 기억될지 모르지만 우리를 비롯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이린이가 너가 지금까지 했던 착한 선행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준 것처럼 너는 정말 착하게 살았어. 우리는 너의 삶이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가르침과 정신을 유지해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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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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