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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영우 말고 인간 ‘박은빈’의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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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은빈 배우를 좋아한다

[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 나는 배우 박은빈을 좋아한다. <청춘시대>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남들이 좋아하기 시작할 때 팬이 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아역 배우였던 시절부터 박은빈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는 팬이 아니었다. 그저 “아역 배우인데 연기를 잘 하네”라고 느낀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가 성인 연기자가 되고 나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잘하네” 정도였던 것 같다.

 

 

지난 11월6일 보그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박은빈이 다양한 고민들에 상담해주는 영상을 봤다. '30대에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는 고민 사연에 대해 박은빈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소중한 마음인데 몰라주는 사람은 끊어 내라"며 "어떤 관계일지 몰라서 시원한 대답은 못 해드리지만 나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조언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표현하는 게 만족도가 높았다. 자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것까진 굳이 노력하지 않으셔도 된다. 우선순위의 관계, 해내야 하는 일이 서로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어떨까.

 

상담 내용을 보고 듣고 보니 마음의 깊이가 남다르다고 느꼈다. 감동적이었다. 내가 감동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자립 준비 청년 후원단체에 소액의 금전과 도서, 생활용품 그리고 재능기부를 해왔다. 재능기부의 내용은 비대면 화상 강의와 해당 단체 소개 기사 및 단체 관계자의 글을 인터넷신문에 게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단체의 운영자가 성폭력과 폭행 등의 혐의로 청년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언론에 보도됐다. 나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용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연히 박은빈의 조언을 듣게 되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

"자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것까지 굳이 노력하지 않으셔도 된다."

"우선순위의 관계, 해내야 하는 일이 서로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어떨까?"

 

박은빈 배우의 조언이 내게 하는 말로 느껴졌다. 그래 그랬다. 나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자립 준비 청년단체에 마음과 시간과 돈을 제공하고 있었다. 배신감과 실망감이 컸다.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것까지 과도하게 노력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 자신을 먼저 챙기고 스스로를 사랑해야겠다. 나는 그렇게 박은빈의 조언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박은빈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봤다. 아이즈(ize)의 정수진 기자는 작년 11월 다음과 같이 박은빈에 대해 묘사했다.

 

박은빈을 보면 단단한 재질의 것들이 예상된다. 쇠붙이 같은 날카로운 재질의 단단함은 아니고 뭐랄까. 숲속 낙엽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도토리나 개울가의 자갈, 투명한 수정 같이 작지만 단단한 것들. 보는 순간 화려하진 않아도 만지고 있으면 은연중에 힘이 되는 따뜻한 단단함. 아동복 광고모델을 시작한 다섯 살부터 26년의 시간을 배우로 살아온 박은빈의 이미지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대본을 쓴 류보리 작가는 박은빈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바이올린은 자세 잡기부터 정말 쉽지 않은 악기인데 박은빈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주는 물론이고, 악기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도 바이올린 전공생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촬영 시작 직전에 촬영용 바이올린 두 대를 놓고 박은빈 배우가 각 악기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서 악기 사진 여러 장과 함께 장문의 메시지로 상의를 해왔었는데, 악기 소리의 비교, 실제 사용해본 느낌에서부터 카메라 테스트 촬영을 해본 악기의 외형적인 모습 비교까지 꼼꼼하게 정리해서 보내온 메시지에 정말 감동과 감탄을 했다. 내 주변 바이올리니스트들이나 클래식 업계 관계자들도 방송을 보면서 송아의 연주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매번 감탄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정말 대단한 배우이고 대단한 연기자다.

 

배우로서 최고의 찬사들이다. 팬으로서 진심으로 흐뭇하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배우에게 연기력과 뿐만 아니라 인성과 교양도 요구한다. 셀럽에 불과한데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왕관의 무게와도 같은데 박은빈은 그런 한국형 모범 연예인의 표상과도 같다.

 

 

유튜브 채널 박은빈 아카이브에는 바이올린 연습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연주 실력도 인상적이지만 악기 연주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씩씩하게 "어쩌겠습니까 해내야죠"라고 마무리하는 박은빈의 털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박은빈이 참 좋다.

 

연기를 잘 하고 외모가 아름다운 배우는 많다. 그러나 팬들에게 감동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속이 꽉찬 배우는 흔치 않다. 동료 배우들도 그런 박은빈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함께 출연한 이유진 배우의 메시지를 끝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친구지만 확실히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연기적으로 고민하는 지점들을 얘기하면 진심으로 같이 고민해주고, 자기 생각도 많이 얘기해줬어요. 정말 고맙고 멋진 친구예요. 

프로필 사진
김인식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김인식 기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입니다. 에세이 작가를 꿈꾸는 늦깎이 문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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