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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 물리치고 돌아온 에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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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대전에서 승기 잡아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인기 걸그룹 에스파가 지난 8일 새로운 미니 앨범 《마이 월드》로 컴백하고 3주 정도 지났다. 미니 3집인데 작년에 발매한 미니 2집 《걸스》 이후 10개월 만이다. 4세대를 대표하는 걸그룹답게 앨범 선주문 180만장, 주요 음원 차트 1위, 음악방송 4관왕 등 대박이 났다. 작년 데뷔해 걸그룹 판도를 뒤흔든 뉴진스가 기세를 이어가고 있고, 연달아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브와, 걸스힙합의 강자 여자아이들과 활동 시기가 겹치지만 에스파도 밀리지 않는 화력을 보여준 셈이다. 최근 에스파는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한국 아이돌 그룹이 완전체로 칸에 초청된 것은 에스파가 최초라고 한다. 에스파는 주얼리 브랜드 쇼파드의 글로벌 앰배서더 자격으로 초청됐다.

 

이번 타이틀곡 <Spicy>는 여전히 음원차트 1위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뉴진스가 활동 기간이 아니긴 하지만 이번 걸그룹 대전에서 에스파가 우세를 굳히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우려가 많았다. 에스파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가 지배 구조 갈등으로 인해 연예인 관리를 소홀히 하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스파처럼 주력 걸그룹은 이미 앨범 발매 플랜이 일찌감치 짜여져 있고 그에 따라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에스파는 2020년 11월 <Black Mamba>로 데뷔할 때부터 정말 독특한 컨셉으로 주목을 받았다. 소위 메타버스 세계관을 구현하고 있는 걸그룹인데 여기에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병존한다. 가상세계에는 멤버들의 아바타(속칭 ae)들이 살고 있고, 현실세계의 실존 멤버들이 싱크를 통해 아바타와 소통한다. 그렇게 교감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이런 컨셉형 세계관에 대해 호불호가 있긴 한데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등 이미 비슷한 컨셉을 시도해봤던 SM은 다소 난해한 컨셉에 대중들이 스스로 맞추도록 유도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에스파의 노래를 처음 들으면 이게 뭐지? 긴가민가한 생각이 든다. 노랫말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새 중독되어 수 백번씩 반복해서 듣게 되는 오묘한 맛이 있다. 메인 보컬 윈터는 특유의 쫀쫀하고도 매력적인 음색으로 곡의 후렴을 부르곤 하는데 리스너들의 머릿 속에 맴돌게 하는 마력이 있다. 윈터가 부른 각종 커버곡 라이브를 들어보면 보컬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멤버들의 랩 역시 높낮이와 템포를 활용한 리듬감이 돋보여서 중독성이 강하다. 안무도 마찬가지다. 2021년 발매된 <Next Level> <Savage>의 포인트 안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따라하고 싶게끔 짜여졌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들의 비주얼이 좀 달라졌다. 금발로 탈색한 카리나와 흑발이 된 윈터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실 카리나와 윈터의 비주얼은 걸그룹계 원탑 오브 원탑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 카리나는 뛰어난 외모 뿐만 아니라 보컬과 댄스, 몸매관리 등 아이돌 멤버로서 모든 것을 갖춘 능력자다. 그저 다른 재능은 전무한데 외모만 뛰어난 ‘비주얼 멤버’가 아니라 “마치 연예인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으로 느껴진다. 세계관 영상을 보면 ae가 “카리나는 신이에요”라며 약간 오글거리는 멘트를 하는데 현실세계의 카리나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윈터는 그야말로 소위 “수박상”(이수만이 박수칠 상)이다. SM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다. 강아지 백구 같은 하얀 얼굴에 귀염상인 윈터는 자타가 공인하는 ‘덕몰이상’이다. 아이돌판에서는 ‘덕몰이’가 가장 중요한데 쫀쫀한 보컬과 목소리까지 더해 윈터에게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SM 메인 프로듀서 유영진씨는 윈터에 대해 “목소리로 낳은 딸”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인 멤버 닝닝과 일본인 멤버 지젤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팬몰이를 하고 있는데, 닝닝은 윈터와 함께 보컬이 아주 뛰어나서 곡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지젤은 귀여운 외모와 개성있는 랩  스타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시 컨셉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세계관 안에서는 ‘블랙맘바’라는 뱀의 형상을 한 거대한 빌런이 등장한다. 블랙맘바는 멤버들과 ae의 싱크를 방해하는데, 에스파는 가상의 공간 ‘광야’로 들어가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카리나 로켓펀처/윈터 아머멘터/지젤 제노글로시/닝닝-해커)으로 빌런과 맞선다. 마치 마블의 어벤저스 히어로물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런데 이번 앨범 컨셉은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반복하지 않았다. 청량한 하이틴 컨셉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는데 곡 제목 그대로 강렬한 매운맛 자극을 줄테니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단순히 연애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대쉬를 해보라고 도발하는 그런 것만이 아니라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 속 리프레시의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널 따분하게 했던 Every day
흥미로운 덫을 던져줄게
뛰어들어 봐

 

아이즈 이덕행 기자는 에스파의 컨셉 변화 과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2020년 데뷔한 에스파가 쌓아온 이미지는 여전사의 모습이 강했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세계선 속에서 에스파는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를 알아채고('Black Mamba'), 이를 무찌르기 위해 광야로 향한다('Next Level').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그 존재를 무찌른('Savage') 에스파는 조력자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Girls'). 충실한 세계관을 갖고 하나의 스토리를 풀어낸 에스파는 다른 4세대 걸그룹과는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앨범 속 다른 수록곡들도 꽤 좋았는데 <Thirsty>와 <I'm Unhappy>가 끌릴 수밖에 없다. 각 수록곡마다 짧은 뮤비까지 준비돼 있기 때문에 음원부터 들어보고 뮤비를 직접 감상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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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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