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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생이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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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경찰서에 전화를 해봤는데 자살의 원인이나 정황을 들을 수는 없었다. 유족들이 예민해하고 있고 외부로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캠퍼스 기숙사에서 20세 남학생 A씨가 투신 자살을 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월26일 점심 즈음이었는데 예술대 인근에 있는 신축 기숙사(BTL) 9동 B동 11층 옥상이었다. A씨가 지면에 도달하자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주변 대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웅성웅성함과 동시에 신고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출동한 광주북부경찰서 수사관과 광주북부소방서 대원들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주위를 통제했다. A씨는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고 한동안 생명이 위독한 중태 상태였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전남대 신입생으로 입학한지 불과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씨는 전남 목포 출신이었으며 타인이 밀었거나 기타 범죄 연루 정황은 거의 없고 본인이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그렇다면 갓 성인이 된 A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들은 무엇이었을까? 여자친구를 포함한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던 걸까? 실제로 5년 전 중앙대 약대 신입생이 여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자살을 감행한 바 있다. 생활고 등 경제적인 문제가 트리거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7년 전 과학고 출신 서울대생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서 형식으로 ‘수저 계급론’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남기고 투신하기도 했다. 서울대생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청년들은 누구나 무한 경쟁체제에서 고립감과 패배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2016년 5월 광주 북구 오치동에서는 마찬가지로 전남대생 출신 25세 청년 B씨가 투신했는데 공무원 준비생으로 실패를 거듭하다 자살한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가 괴롭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꼈다. 태어나서 무언가를 쉽게 성취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남들은 왜 이렇게 쉽게 행복할까. 본심이 아닌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는데 너무 외롭다. 나는 잘난 것이 하나도 없다. 열등감 덩어리다. 내 인생은 쓰레기다. 학창시절 나쁜 짓을 하던 애들이 좋은 곳에 취업했다.

 

B씨는 본인의 거주 아파트가 아닌 근처 다른 아파트 12층으로 올라가서 투신했는데 하필 지나가던 행인과 충돌하고 말았다. 곡성군청 소속 공무원이었는데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비극적으로 둘 다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기간이긴 했지만 2021년 20대 청년의 자살률이 10% 가까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부산일보 박세익 기획취재부장은 한국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현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생각해보면 청년에게 대체 무슨 잘못이 있을까요. 고립된 청년을 경쟁의 낙오자, 인생의 패배자로 여기는 이 사회가 구조적인 모순 덩어리 아닐지. 매년 그 많은 대학의 졸업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드러나는 걸 대학과 우리 사회가 두려워 하는 건 아닐까요. 이미 만족할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일자리에도 대격변이 일어난 현실을 알면서도 70%가 넘는 학생들이 차별 받지 않으려고 여전히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걸 방치하는 건 아닐까요.

 

한편, 경찰은 A씨가 자살한 것은 맞지만 그밖에 여러 정보들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A씨가 범죄에 연루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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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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