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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㊲] 말없이 잠드는 남친 땜에 빡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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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드디어 3주만에 고민상담소 복귀네. 나 오랜만에 다시 상담하러 왔는데 환영의 꽃다발 뭐 이런 거 없나. 쩝. 뭐 그냥 환영의 술잔이나 환영 인사라도 괜찮은데 아무 것도 없고 말이야. 농담이야. 3주만에 고민상담소로 찾아왔으니 오늘은 특별손님으로 대접해주지. 나 이래봬도 아주 예의가 없는 인간은 아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버르장머리는 탑재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긴장하지 말고 편히 있어.

 

남친이 톡 안 하고 자서 대판 싸웠는데 또 잠드네. 하 이 정도면 기면증인가? 자면 잔다고 말을 하고 자겠다고 했는데 분명. 스타일 차이일 수 있는데 난 이게 중요한 사람이라. 9~10시에 자는 거 아니까 남친 톡 기다리다가 11시쯤 또 잠들었네라고 하는데 매일 밤마다 킹받네. 딴 여자 있을 스타일은 절대 아닌데 그냥 잠이 개 많은 건가 이해할 수 없다. 아 진짜 킹받는데 어떻게 해야 해?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3년 4월12일>

 

 

자 자 자. 그래서 고민이 남자친구가 잠이 많은 거라고? 그래 우선 잠이 많은 사람이 짜증난다는 건 나도 인정해. 하 나도 잠이 많은데다가 누구랑 약속을 하면 시간을 못 맞춰서 사람들이 나한테 짜증을 내고는 해. 지난번에 대만 여행을 같이 간 그 친구도 “너 진짜 무개념”이라고 계속 얘기했을 정도니까. 뭐 나야 그게 단순히 잠이 많아서나 개념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고지능 ADHD이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해도 최근에서야 친한 사람들에게 “나 사실 고지능 ADHD에 아스퍼거야”라고 커밍아웃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짜증났을 거라는 건 알고 있어. 그렇다 보니 당신의 짜증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얘는 왜 매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잠들지? 잠들기 전에 나 먼저 잘게. 이 말 한 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솔직히 마음이 있으면 못 할 것도 없잖아. 그러니까 잠이 많은 건 핑계고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 다 이해한다고.

 

사실은 남친에게 설마 더 이상 나 안 사랑해라고 묻고 싶지만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몰라 두려워서 정확히는 남친의 입에서 “응 너 안 사랑해” 혹은 “맞아.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라는 대답이 돌아올까봐 그게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 하고 화만 내는 거잖아. 아니야? 당신은 아직 그만큼 남친을 사랑하니까. 남친에게 그 대답이 나올까봐 두려울 만큼 너무 깊이 남친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더 두려운 거잖아. 정말 사랑하면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미운 말 한 마디 한 마디 아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비수처럼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라는 거 나도 잘 안다고.

 

그런데 너무 그럴 필요는 없어. 당신이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지는 않다고. 그 말은 달리 말하면 당신 남친이 한눈을 팔거나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느라 당신에게 먼저 잔다는 연락을 하는 사람은 아닌 거야. 당신이 그걸 누구보다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해.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당신에게 먼저 잔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니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그냥 잠이 너무 많은 사람 중에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는 법인데 그 중 한 명이 당신 남친일 뿐이니까. 그런 사람들이 연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아 오늘은 꼭 우리 자기한테 나 먼저 잔다고 우리 자기도 잘 자라고 해야지”라고 하고 다짐을 해. 하지만 눈은 계속 감기고 “아 안 되는데 우리 자기가 또 서운해 할텐데 안 되는데” 하다가 곯아떨어지는 거야.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우리 자기 또 화났겠다” 하고 사색이 되어버리지. 하지만 그것도 한동안이다? 잠 많은 게 내 특성인데 내 여친이라는 사람이 그걸 이해 못 해주고 계속 화만 낸다면 미안한 마음도 어떻게든 연락을 해주고 싶었던 마음도 싹 사라져버리고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해. 그렇게 만나고도 나를 모르나? 그렇게까지 나한테 관심이 없나? 정말 나를 사랑해서 만나기는 하는 건가? 그런 생각들이 하나 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 그렇게 되다보면 결국 어떻게 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제 남친한테 왜 먼저 잔다고 연락 안 하냐고 화내지마. 가장 답답할 사람은 남친이니까 화내지 말고 “먼저 잘 거면 전화나 카톡 안 해도 돼. 대신 평소에만 연락 잘 해주고 누구 만나는지 얘기해주면 돼”라고 말하면 남친도 납득할거야. 그렇게 하면 우리 자기가 드디어 나를 이해해주는구나. 더 좋아할걸? 대신 먼저 잔다고 연락 안 하는 걸로 화내지 않겠다고 한 번 다짐하고 이야기하면 그건 반드시 지키고. 알겠지?

 

솔직히 말해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서 남아일언중천금이 아니라 여아일언중천금이기도 한데 화내지 않기로 해놓고 화내면 쪽팔리잖아. 남친과의 관계가 다시 안 좋아지는 걸 넘어서서 본인이 쪽팔리는 건 안 해야지. 그럼 이제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마음 굳게 먹고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 정도도 못 해주냐? 그러고도 여자라 할 수 있냐? 그런 자기 암시를 한 번 해봐. 그럼 다음에는 남친과의 관계가 더 깊어졌다는 소식 들려주길 기다리며. 나는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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