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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갑자기 ‘이혼 통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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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43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나는 당신의 심정에 공감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지. 아니 생각을 좀 해봐. 내 나이가 고작 스물아홉 밖에 안 됐는데 나이를 오십씩이나 먹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상황을 두고 부부 상담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부부 상담도 짬이 되어야 진행하는 건데 내가 그 정도 연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위에 이혼을 한 사람이나 하다 못 해 이혼을 하네 마네 했던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혼을 앞둔 부부를 데리고 부부 상담을 진행하겠냐고.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깽판이지. 안 그래?

 

 

나도 생각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고 엄밀히 말해 내 이름을 달고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런 깽판을 칠 수야 없는 노릇이지. 게다가 당신 나이 또래랑 내 나이 또래의 이혼에 대한 생각이 같을 리도 없잖아. 솔직히 말해 나를 포함해 20대에게 이혼은 매우 흔한 일이야. 주위를 둘러보면 엄마, 아빠 이혼헤서 엄마랑만 산다, 아빠랑만 산다 하는 애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던 환경에서 자랐는데 이혼이 뭐 대수일 거 같아? 절대 아니지. 게다가 요즘 누가 남편이 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하라고 했다고 “예, 서방님.” 하고 직장을 그만둬.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눈치 보여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까 내 삶을 위해 결혼도 포기하는 세대가 우리인데 남편이 일 못 하게 했다고 일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걸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잖아.

 

각설하고 우선 내가 보기에 당신 남편은 재산 분할은 똑바로 해줄 사람이야. 벌써부터 집을 가져가라고 하는 걸 보면 그동안의 기여분을 인정해서 재산 분할을 제대로 해주겠다는 의미로 보이거든. 그리고 애 대학 갈 때까지 미국에서 애랑 같이 지내달라고 하는 걸 보면 아마 미국에서 애와 함께 지내는 동안의 생활비라든가 애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 그리고 애 교육비 등은 환율대로 철저히 계산해 제때제때 송금할 가능성이 높아.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자기가 일 못 하게 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경제적 자립능력이라고는 현재 하나도 없는 게 당신인 걸 누구보다 잘 알텐데 맨몸으로 미국에서 지내게 할 사람은 아니라고 보여.

 

자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돈 문제는 이걸로 해결됐다고 치고 두 번째로 중요한 양육권 문제도 남편이 이미 당신에게 양도했으니 이제 당신이 할 일은 서류에 도장 찍고 남편을 마음에서도 보내주는 거야. 이미 마음이 떠난 배우자에게 매달리는 거 그거 제 발로 육도지옥보다 더한 무한지옥, 팔만사천지옥에 걸어들어가는 거거든. 굳이 그런 일을 사서 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니 남편을 마음 속에서 지우고 대신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도록 해.

 

지금 경황이 없는데 새로운 삶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 그런데 그거 정말 중요한 일이야.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기회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겨버려. 왜냐 그 기회는 보통 시련과 함께 오거든. 그런데 눈앞의 시련에만 매몰되어 침잠하느라 그 뒤에 숨겨진 기회는 보지 못 하는 거지. 지금 당신에게 이혼은 새로운 기회야. 그동안 남편과 자식만 신경쓰느라 당신 자신이 뭘 잘 하고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리고 살았다면 이제는 당신 자신에게 신경을 쓰고 스스로를 찾아갈 차례라고. 그러니 이혼절차 마무리되면 이것은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거라고 여기고 남편이 준 집이라도 팔아서 이것저것 해봐. 그 돈 있으면 여유롭게 이것저것 해볼 수 있을테니 여행도 가보고, 취미도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 했던 것을 해보라고. 그러다 보면 당신이 뭘 잘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행복한지 알게 될 거고, 자연히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정해질거야.

 

한국은 아직도 꽤 나이주의적이라 여자 나이 50만 되어도 다 늙어서 주책이라느니 하며 새로운 도전 자체를 평가절하 하는데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요즘 100세 시대라서 보험 만기도 최소 80세부터고 대부분의 보험이 100세가 만기인데 뭐가 무서워서 벌써부터 인생에 만기라도 찬 것처럼 우는 소리를 하고 그래. 생전에 우리 할머니가 했던 말처럼 사람도 죽고 사는데 그에 비하면 나이 50세에 직장도, 경제적 자립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이혼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거거든. 그러니까 우는 소리 그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나 해.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사케를 안 줬군. 발톱이 깨져서 한동안 금주상태라 지금 누군가에게 사케 따라줄 기분이 영 아니라서 말야. 아무튼 오늘은 사케 대신 내가 좋아하는 애니 <귀멸의 칼날>에서 주인공 탄지로가 오니에게 잡아먹힌 연인의 리본을 보고 오열하는 남자에게 한 말을 들려주며 마무리할게. “잃고 또 잃어도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맞아. 어떤 일이 있든 나아갈 수밖에 없어. 적어도 인간답게 살다가 인간답게 죽으려면 말이지. 그러니 이혼이 아니라 더한 일이 있어도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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