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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으로 힘들어하는 올케에게 “몸조심 안 했냐”고 막말했는데 남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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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1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지금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안 좋다는 것을 말해두지. 아이씨, 하필 걸려도 감기에 걸려서 몸 상태가 지금 도롱이벌레도 아니고 도롱도롱 그 자체거든. 뭐,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내가 아니면 고민상담소를 지키고 앉아있을 사람이 없으니 일단 앉아있을 수밖에. 그러니 내가 목이 안 좋아서 계속 기침을 해도 이해해주길 바랄게. 아 목이야. 아무튼 오늘 사연은 뭐지 했는데 하아 야 인간아. 지금 이딴 것도 고민이라고 내 앞에 들고 오냐?

 

 

솔직히 말해. 당신 지금 욕먹고 싶어서 환장했지? 말이라는 게 말이야, 성대를 울려서 목구멍을 타고 입 밖으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거든. 인간에게 뇌가 왜 있지? 물론 뇌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지만 인간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지. 생각을 좀 하시라고. 인간으로 태어났으면서 입 밖으로 나온다고 다 내뱉으면 그게 어디 인간이야? 그냥 사람의 언어를 쓰는 짐승일 뿐이지. 그리고 입 밖으로 나온다고 막 내뱉는 그거, 말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 나오는대로 내보내도 되는 건 똥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그건 말이 아니라 똥이지. 입은, 음식을 먹고 말을 하라고 있는 건데 왜 입으로 똥을 싸고 다니는지는 뭐 내 알 바 아니지. 인간이 아닌 짐승이 입으로 똥을 싸든 오줌을 싸든 그게 알 바야? 하지만 당신이 이딴 것도 고민이라고 가져왔으니 상담은 해주지.

 

자 당신 누나가 한 말이, 그러니까 다시 말해 당신 누나가 입으로 싼 똥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그런 말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래. 모르겠지. 당신 누나가 내뱉은 게 말인지 똥인지도 모르는 인간이 뭘 알겠어. 쉽게 얘기해주지. 당신 말야, 직장 상사나 직장 상사의 마누라 아니면 회사 사모님이 유산했는데 그 앞에 대고 “몸조심 안 했냐?” 할 수 있어? 물론 절대 없겠지. 왜냐?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거 아니까. 이 말 한 마디가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둘째치고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잘 아니까. 그런데 왜 정작 자기 마누라가 그 말에 상처를 왜 받는지를 모를 수 있는 것이며, 당신 누나가 왜 그딴 개소리를 하며 입으로 똥을 쌀 수 있었던 건지 알아? 그야 그래도 되니까. 당신이나 당신 누나에게 당신 마누라는 그 정도 존재 밖에 안 되는 거야. 만만하고 또 만만하고, 세상 만만한 세상에 둘도 없는 개호구로밖에 안 보이니까. 세상 만만한 개호구한테 뭔 짓을 못 해. 입으로 똥을 싸든 그보다 더한 짓을 하든 그저 울기만 하고 아무 소리도 못 할텐데. 그런 취급당해도 전화기 뺏어서 “야 네가 내 누나 맞냐? 너 지금 뭐라 지껄였냐? 뭐, 몸조심 안 했냐고? 너는 유산한 올케한테 그 따위로밖에 말 못 하냐?” 지랄도 못 하는데 얼마나 만만해 보이겠어. 그러니 마음 편하게 누나는 입으로 똥 싸고, 동생은 누나가 내뱉은 게 말인지 똥인지도 모르고 남매가 아주 쌍으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거겠지.

 

됐고. 요즘 왜 이렇게 입으로 똥을 싸는 인간들이 많은지 모르겠네. 당신 누나 뿐이 아냐. 다들 뚫린 입이라고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상대가 그것 때문에 상처받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처받았다는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거. 그거 다들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강해보이는 상대 앞에서는 입 꾹 닫고 있으면서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만만해보이면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잖아. 대체 다들 왜 그래? 자신이 그런 취급 받는 건 못 견뎌할 거면서 왜 남한테는 쉽게 그러는 거냐고. 사람이면 누구나 말에 상처받는다는 걸 다들 왜 모르는 건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고. 나도 말이라는 것에 상처 참 많이 받아본 사람이라 왜 사람에게 상처주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그냥 만만해 보이니까. 그래도 되니까라는 걸 너무 잘 아니 말이야.

 

그래서 화는 이쯤 내고 결론이 뭐냐고? 가장 먼저 마누라한테 사과해. 그동안 나랑 누나가 당신 너무 만만하게 봤다고 백번 사죄하고 누나한테도 전화해서 말 함부로 한 거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해. 그걸로 마음이 풀리지는 않을 거고. 받은 상처가 지워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과를 받고 안 받고는 천지 차이니까 무조건 진심으로 사과해. 그리고 다음부터는 무슨 말을 하든 생각을 하고 말하는 습관, 당신이랑 누나 둘 다 갖도록 해. 이게 내가 화를 참고 제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이네. 그럼 나는 유자차나 마시고 좀 자러 가야겠다. 나는 잘 테니 거기 내가 끓여둔 미역국이나 가져가서 당신 마누라 데워줘. 그럼 나는 이만 자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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