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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⑮] 부모가 결혼 반대한다고? 최대한 설득해보긴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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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일전에 내가 결혼하려니 통장이 거지가 됐다는 사연자를 상담하면서 한국의 결혼은, 결혼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가 주인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 실제로 한국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을 보험 상품이나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말야.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나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고, 또 내 나이가 스물아홉이 되다 보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더라. 그 중 하나가 뭔지 알아? 바로 ‘자식이 힘들게 살기 바라는 부모는 없다’는 사실이야.

 

남친과 6년째 연애 중이고 서로 결혼 시기가 되어서 이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서로 집안이 부유하지 못 해 각자 모은 금액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은행을 끼고 진행하여 결혼해야 하는 상황인데. 남친쪽은 저를 찬성하시는데 저희 부모님은 반대하십니다. 이유는 남친쪽이 가난하다는 이유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물어본 결과 2~30대 지인들은 서로 부모 도움 받지 말고 네가 좋으면 그냥 하라고 하고, 5~60대들은 그래도 남자가 돈이 좀 있어야 편하다고 하십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고민되는 부분은 이 남자 6년 동안 연애하면서 다른 사람이 봐도 부럽고 너무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저에게 최선을 다해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실로 보면 금전적으로 여유있지 않아 고민이 됩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불편하실 수도 있단 거 압니다. 정말 그냥 여유있는 사람과 만나야 할지 여유는 없지만 제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지 정말 고민입니다. <고민글 출처 : 전국대학생대나무숲 / 2022년 11월14일>

 

 

물론 자식을 학대하거나 자식이 힘들 게 빤히 보이는데도 그 길로 밀어 넣는 부모들도 많아. 뭐, 네이트판 등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키워준 값 달라는 부모들이나 최근에 트위터에서 뭐 이런 부모가 다 있냐고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대학 가면 수급비에 문제 생긴다고 대학 못 가게 하는 부모 등 따지고 보면 너무 많지.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보다 어떻게든 자식이 힘든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어.

 

당신의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서운할 거야.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인데, 나 정말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거 같은데 왜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 들까 싶어 원망스럽겠지. 부모님은 그냥 내가 돈만 많은 사람 만나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고 불행하게 살기를 바라는 건가 싶기도 할 거고. 그런데 말이야, 부모님이 바보일까? 적어도 당신보다 최소 2~30년은 더 살아오면서 보고 겪고 느끼고 배운 게 없었을까? 돈이 없으면 사는 게 무척 힘들다는 거,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사랑과 화목은 방문, 아니 대문으로 달아나 버린다는 거 누구보다 많이 봐왔고 누구보다 잘 알 분들이 부모님이야. 돈이 없다는 게 단순히 지금 당장 몇 푼 때문에 싸우고 자시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게 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한다는 사실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 부모님이라고.

 

아마 당신 부모님들은 남자친구의 경제적 능력을 아는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셨을 거야. 결혼하면 애도 낳아 키워야 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경제적으로 나은 사람이 없으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살다보면 누구 하나 아프거나 크게 다치거나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어쩌려고 그러나. 우리도 그닥 잘 살지 못 해 도와주지도 못 할텐데 저희들끼리 그 모든 일들을 어떻게 감당하고 살려고 그러나. 걱정을 하고 또 하다 반대를 하셨겠지. 그게 귀한 딸내미 마음 찢어놓는 거라는 건 잘 알지만 지금 마음이 찢기는 게 앞으로 살면서 힘들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실 테니까 말이야.

 

여기까지 얘기해도 내 이야기를 이해 못 하고 있을 거야. 지금 상담을 해준다더니 우리 부모님 편이나 들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물론, 양쪽 다 돈이 없어도 결혼을 허락받는 사람들도 있어. 앞으로 힘들 게 보이지만 그 힘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삶이 나아지겠구나. 그런 희망이 보이는 경우들이지. 자, 여기서 질문. 당신은 부모님이 보시기에 그 희망이 보인다고 여겨질 만큼의 무언가를 한 적이 있어? 

 

물론 없을 거야. 그런 노력을 했다면 지금처럼 이런 걸 고민이랍시고 상담글이나 올리고, 주변 지인들한테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고 다닐 시간조차 없었을 테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당신은 이대로라면 결혼 못 해. 아니, 이렇게 계속 할 거면 결혼 하지마. 지금까지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체 뭘 한 거야? 결혼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를 정도로 철없을 나이는 이미 지났을텐데 기껏해야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나 보고, 고민글이나 올리면서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징징거리면 다 해결될줄 안 거야? 부모님이 우리 딸이 이 사람과 함께 하며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나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허락하게 할 생각은 안 하고? 

 

한심하다. 정말 한심해. 나도 누군가에게 한심하다 할 처지인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나 당신 남친이나 둘 다 똑같이 한심하네. 두 사람이 함께 할 앞으로의 삶이 힘들 게 보인다고 반대하는 분들께는 당연히 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긴 인생 계획을 세워서 두 사람이 함께 할 미래에 이런 계획이 있고,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할 거다라는 걸 증명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드리며 차근차근 설득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냐? 아니, 상식적으로 그런 거 없이 결혼하고 싶다 징징거리면 세상 어느 부모들이 허락을 해주겠냐고. 와, 내가 당신 부모라도 이 결혼 반대라고 소리 꽥꽥 지르겠다. 

 

아무튼 이건 내가 보기에 남친과 함께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세워서 부모님 설득하면 되는 문제지 고민거리도 아냐. 그러니까 이런 거 가지고 징징거릴 시간에 남친 붙잡아서 앞에 앉혀놓고 둘이 같이 계획이나 세워. 그럼 이번 상담은 이걸로 끝. 내가 요새 들어 화도 잘 못 참고, 짜증은 더 못 참게 돼서 상담을 더했다가는 당신에게 할 말 못 할 말 다 할 거 같네. 그럼 부모 설득했다는 소식이 어디선가 들려오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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