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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③] ‘월 500만원’ 이상 버는 남자 아니면 결혼하지 말라는 당신이야말로 ‘여성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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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돈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야. 다들 알고 있다시피 우리는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당장 생존이 위태로운 게 사실이니까. 먹을 걸 살 수도 없고, 월세를 낼 수도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도 없는데 어떻게 살 수 있겠어? 안 그래? 아무리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외치고 싶어도 그 말을 외치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세상의 슬픈 현실이지. 어쨌든 우리는 그런 자본주의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살아 있는 이상은 돈이 필요하고, 누군가와 함께 살려면 나는 물론이고 상대방도 서로를 먹여 살릴 만한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지.

 

예전보다는 비혼, 비출산에 대한 인식이 많이 공유되고 있지만 지금 서른 정도 된 적령기에 이른 여자분들. 요즘 싱숭생숭하죠? 주변 친구들 하나 둘 시집 가기 시작하고, 명절 다가오면 친척들 넌 언제 결혼하니? 물어보고. 부모님 은퇴 시기 다가오고 집에서는 축의금 회수해야 하니까 맏이인 너부터라도 가야하지 않겠니. 은근 압박 들어오고. 비혼, 비출산 인터넷에선 말 넘쳐나도 오프라인에선 결혼 얘기, 혼수 얘기, 스드메 얘기 너무 많고. 신혼여행 사진 보고, 드레스 입은 웨딩 촬영 보고 있으면 내 인생에 저런 장면 한 번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약간 올라오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맘 조급해지죠. 주변에 있던 남자도 다시보게 되죠.

 

자 여성분들. 비혼, 비출산에 대한 주관이 확고한 건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내 인생에 언젠가는 결혼을 하기는 할 것 같다. 이런 막연한 느낌이 있다면 남자를 고를 때 무조건 돈을 보세요. 머리 벗겨지고 배나온 재혼남이라도 돈 많으면 결혼하라! 이런 뜻 아닙니다. 돈은 기본값입니다. 여기서 님들이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같이 보면 됩니다. 나는 외모가 잘생겨야 돼. 그럼 돈 잘 벌고 잘생긴 남자 찾으면 됩니다. 나는 키를 봐. 키 크고 잘생긴 남자 찾으면 됩니다.

 

그러나 돈은 잘 못 벌지만 사람이 착해요.

좋은 아빠 될 것 같아요.

아이들 좋아해요.

소울메이트 수준으로 성격이 너무 잘 맞아요.

속궁합이 너무 좋아요 어떡해요. 

 

이들은 모두 아웃입니다. 결혼해주면 안 됩니다. 반복합니다. 결혼해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어도 알콩달콩? 백보 양보해서 그거 딩크족일 때 가능합니다. 이것도 님들이 평생 아기 없는 기혼으로 남들의 질문을 견디면서 평생 맞벌이를 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에 플러스로 시댁 수발, 남편 수발은 들겠지만. 남편 하나 보고 알콩달콩 살 수도 있겠죠. 

 

(중략)

 

돈을 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결혼이란 관문에서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입니다. 시댁 노후 보장이 안 되어있거나, 남자 능력이 안 된다 싶으면 어떤 미덕도 중요치 않습니다. 결혼 '해주지' 마세요.

 

<고민글 출처 : '여성시대'인지 '네이트판'인지 불명 / 2017년에 최초 작성된 것으로 추정>   #전문글 읽기  #실수령액 월 500만원 댓글 보기

 

 

하지만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아. 당신은 분명히 이 글에서 “돈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해주지 마세요”라고 하고 있으니까. 일단 나 하나 물어보자. 대체 왜 결혼을 해준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체 결혼이 뭐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건지 나로서는 정말 궁금해. 왜냐면 결혼을 해준다는 말은 “내가 정말 이 결혼이 하기 싫은데 당신이나 당신 부모님 혹은 내 부모님 등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을 우려해 특별히 내가 희생한다고 치고 결혼을 하지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래. 물론 요즘 세상에도 정략 결혼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둘이 어떤 형식으로든 서로 만나다 결혼을 하는 거라면 거기에 그런 식의 말이 필요할 일이 있어? 그런데 왜 결혼을 해준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댓글에 직접 단 대댓글까지 읽어보니 당신은 경제적 능력의 기준을 ‘실수령액 월 500만원’으로 잡고 있어. 하아. 대체 당신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야? 당신 주위에는 금수저들만 있고 뭐 그래?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사이에 있는 사람들 중에 실제 수령액이 월 500만원인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월 300만원이 아니라 월 200만원도 못 벌거나 200만원을 간신히 넘기는 사람들이 그 나이 또래의 대부분이야.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이나 공기업도 처음 시작하면 월 200만원 벌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런데 실수령 월 500만원이면 대체 어떤 직업을 가져야 어떤 직장에 다녀야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나 정말 궁금해지네. 도대체 당신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진지하게 알고 싶어 정말.

 

 

무엇보다 당신이 올린 이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어.

 

첫 번째는 그건 바로 이 글이 그동안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쟁취해왔던 모든 투쟁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거야.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여자의 행복은 그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편히 부양받으며 사는 것이라는 오랜 통념에 저항하며 여성이 교육을 받고, 직업을 가지고,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왔어. 물론 지금도 그게 쉬운 일은 아니야. 아직까지 여성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고.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도 남성보다 높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도 크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여성들이 이뤄낸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어. 완벽하게 이뤄내지 못 했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진일보하며 이뤄온 것이 이 정도인 거니까. 그런데 당신은 이 글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무시한 거야.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월 500만원 이상을 버는 남자, 노후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식의 결혼도 지원해줄 수 있는 부모님을 둔 남자를 만나 결혼해주고 돈 걱정 없이 편히 부양받는 것이 여자의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라고 당신은.

 

두 번째는 당신이 이 글을 통해 여성의 능력을 심각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거야. 이 글에서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여성을, 돈을 많이 벌지 못 하거나 재산이 부족한 남편이나 시댁을 만나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 하고 가난 앞에 눈물만 짓고 있는 존재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거 알아?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여성들은 가난 앞에 눈물만 짓고 있지 않았어. 옛날 우리네 할머니들, 어머니들을 봐도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고, 남의 집이며 식당 등에서 일을 하며 생계부양자로 가족을 먹여 살렸어. 그 무엇도 여성에게서 삶의 의지를 빼앗아가지 못 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면 사랑이 빠져나간다는 가난 앞에서도 여성들의 능력은 빛을 발했어. 그런데 당신이 지금 이 글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무위로 돌린 거야. 전혀 없었던 것처럼 만든 거라고. 대체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는 사실, 이 글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글이라고 생각해. 여성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는 척 하며 여성의 역사와 여성들이 이루어낸 투쟁의 성과와 여성 개개인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이런 글을 나는 정말 싫어하니까. 하지만 굳이 반박하는 이유는 이 글에 반박하는 것이 그동안의 여성들의 역사에 대한 존경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여성들의 역사와 투쟁의 성과와 능력은 절대 이런 글 따위로 평가절하 될 수 없다는 걸 이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었어. 그러니 앞으로 똑똑히 보도록 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주지 않은 여성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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