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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들의 '음주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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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절치부심 필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도쿄 올림픽 남자 야구 출전 6개국 중 4위. 초라한 성적이다. 국내 리그에서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의 지독한 타격 부진과, 끝판대장이라는 오승환 선수의 충격적인 1이닝 5실점 등 한국 야구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단지 올림픽 성적의 부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올림픽 전 '코로나 호텔 술판'으로 인한 초유의 리그 중단, 대마초 반입, 금지약물 복용 등 현재 한국 야구는 뭔가 나사가 빠진 것 같다.

 

음주운전 문제를 집중 취재해왔던 평범한미디어는 키움 히어로즈 송우현 선수의 음주운전 문제를 계기로 야구선수들의 음주운전 히스토리를 짚어보려고 한다. 강정호 선수 사례는 가장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거론하지 않는다.

 

송 선수는 키움에서 2할9푼대 타율을 내고 있는 실력이 탄탄한 타자다. 송 선수의 아버지는 한화 이글스의 전설적인 투수 송진우 감독(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이다.

 

송 선수는 올시즌 내내 상승세였고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히어로즈는 “송우현 선수가 8일 오후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구단에 자진 신고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송 선수는 지난 8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21시41분쯤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송 선수에 대한 음주 측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혈중알콜농도 0.08% 이상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사건 당일 송 선수는 기본적인 조사만 받고 귀가 조치 되었으나 경찰은 조만간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구단은 11일 KBO에 규약에 의거해 송 선수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KBO에 웨이버 공시(구단이 소속 선수에 대한 권한을 포기)를 요청한 것인데 구단은 "소속 선수 2명이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으로 팬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이어 다시 우리 구단 소속 선수가 음주운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클린베이스볼 실천, 윤리의식 강화 등을 위해 선수단 관련 교육을 더욱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의 음주운전은 비일비재하다. 불과 2년전 SK(현 SSG)의 강승호 선수가 광명 IC 부근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분리대를 들이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또한 같은해 삼성의 베테랑 박한이 선수도 숙취 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냈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고 불명예 은퇴했다. 그는 전날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 시간대에 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인 스스로 사고를 내서 음주 측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숙취운전도 엄연한 음주운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일찍 운전대를 잡으면 절대 안 된다. 최소한 과음을 했다면 다음날 17시 이후에야 운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였던 박한이 선수가 부상이나 기량 저하가 아닌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은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자체가 씁쓸하다. 원래대로였다면 화려한 은퇴식을 치렀을 선수다.

 

 

KBO에서는 은퇴와 별도로 그에게 9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는데 박 선수는 이를 묵묵히 달게 받으며 많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작년 11월 친정팀 삼성의 코치로 복귀했다.

 

이렇듯 프로선수가 음주운전을 하면 은퇴까지 감수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소싯적 음주운전 한 번쯤은 누구나 해봤다는 걸 자랑삼아 떠들던 시대가 아니다. 2018년 이후 윤창호법이 제정됐고 음주운전 범죄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어버린 비극이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도 음주운전을 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난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유명인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례들이 축적되어야 일반 시민들에게도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삼성 출신 정형식 선수도 마찬가지다. 1991년생 전도유망한 정 선수는 2014년 8월 새벽 1시30분경 대구 중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술집 건물을 들이받았다. 그의 음주 수치는 0.109%로 만취 상태였다. 하지만 정 선수는 이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2군에서 1군으로 콜업되어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경기에 출전했고 추후 발각되어 임의탈퇴 징계를 받았다. 이후 군복무(사회복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소집 해제 뒤 독립구단 등 여러 루트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다시 야구계로 돌아올 수 없었다.

 

 

서울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는 정 선수는 작년 언론 인터뷰([근황 인터뷰] 정형식, 임의탈퇴 이후 첫 심경 고백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드리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을 꼭 전하고 싶어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죄송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 잘못으로 인해 야구를 못 하게 된 순간이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며 "당시 (성적 부진으로 인한) 안 좋았던 시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했는데 오히려 더 젖어 들다 보니 점점 안 좋은 일이 생겼고 사고까지 일으키게 된 것 같다. 2014년 그해가 가장 아쉽다"고 회고했다.

 

어찌됐든 선수의 음주운전 문제는 구단 입장에서도 엄청난 악재다.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며 선수를 영입했음에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시국에 프로선수가 음주운전을 범하는 것은 정말 몰상식하고 더 나아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평시에도 마찬가지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며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앞으로 남은 시즌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홍 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다. 

 

사실 선수 본인, 구단, 팬 등 이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의 음주운전으로 혹시나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게 될 피해자들의 아픔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잊지 말자. 음주운전은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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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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