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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과속' 밟았던 박신영 전 아나운서 "용서받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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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 전 아나운서 '교특법상 치사' 불구속 기소
가해자와 피해자 둘 다 신호위반해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과속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케 한 박신영 전 아나운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8월30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박 전 아나운서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지난주에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배달 라이더 50대 남성 A씨는 당시 신호 위반을 했던 만큼 명백한 과실이 있다. 그러나 박 전 아나운서도 스쿨존에서 노란불 신호임에도 과속을 감행했다. 잘못이 크고 중대한 편이다.

 

 

사고는 지난 5월10일 오전 10시반 즈음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상암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했다. 그렇다. 스쿨존에 포함되는 구간이었다.

 

박 전 아나운서는 본인 소유의 레인지로버 벨라 차량을 운행하다 노란불에서 황급히 직진했고, 신호를 어기고 사거리 좌측에서 먼저 진입한 A씨의 오토바이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배달 라이더들이 흔히 그렇듯 A씨는 빨간불에서 먼저 출발하다 변을 당했다. A씨가 신호를 지켰거나, 박 전 아나운서가 스쿨존에 맞는 속도를 준수했다면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박 전 아나운서와 A씨는 음주운전이 의심되었으나 다행히도 음주운전은 아니었다.

 

박 전 아나운서는 2014년 MBC SPORTS+에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국내 프로야구와 농구 등을 가리지 않고 현장 리포팅 경력을 풍부히 쌓았고 매끄러운 진행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여러 프로그램과 행사 등에서 진행자로 활약했다. 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지 해외 스타들과의 영어 인터뷰도 무리없이 소화했다. 박 전 아나운서는 자칭 타칭 "원조 메이저리그 여신"으로 불렸다. 그런 박 전 아나운서는 2017년을 끝으로 엠스플에서 퇴사한 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서 방송, 광고, 행사, 개인 유튜브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9년 말 정식 소속사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고 향후 복귀 전망도 매우 어둡다. 일단 재판을 받아야 한다. 

 

 

박 전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어제는 너무 경황이 없어 조금 더 일찍 사과드리지 못한 점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저에게도 명백한 과실이 있습니다. 저는 황색불에 빨리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속도를 내며 과속을 해 오토바이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어제 무거운 마음으로 유가족분들을 찾아뵙고 사죄드렸지만 그 어떤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기사의 수많은 댓글들로 인해 상처받으실 유가족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더 이상 고인에 대한 비난을 멈춰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비난과 벌도 달게 받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박 전 아나운서의 사과문을 살펴보면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현재 해당 사과문은 인스타에서 내려간 상태다.

 

재차 언급하지만 물론 A씨도 빨간불에서 출발한 만큼 과실 책임이 가볍지 않다. 하지만 A씨는 목숨을 잃었다. 박 전 아나운서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다. 우리 형법은 '결과적 가중치'를 적용해서 처벌 수위를 정해놨다.

 

초록불에서 노란불로 바뀌었을 때 "교차로 진입은 명시적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다만 한문철 변호사 등이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작년 최초의 법원 판결로 인정(한문철 변호사의 해당 유튜브 방송)됐던 딜레마존, 즉 노란불에서 주행하다가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명시적으로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박 전 아나운서가 도저히 정지하기 어려운 타이밍이었는지 이 지점이 중요한데 향후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무엇보다 박 전 아나운서 스스로 시인했듯이 고속도로가 아님에도 시속 100km로 추정되는 스피드로 과속을 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박 전 아나운서의 차량은 오토바이와 충돌한 뒤에도 꽤 멀리 밀고나가 인도 펜스를 박고나서야 멈췄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쳤고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아나운서의 과속은 너무나 큰 잘못이다. 스쿨존의 취지라는 게 있다.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이 언제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서 운전을 하라는 취지다. 이를테면 스쿨존에서는 어린이가 △신호가 바뀌기 직전에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자전거를 타고 갑자기 횡단하거나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 등을 하더라도 차량이 바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속 30km로 제한해놓은 것이다.

 

가수 윤종신씨는 미국 방랑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4월4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이방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미국이란 나라의 좋은 점 나쁜 점을 다 느꼈는데 제일 감동한 것은 스쿨버스 설 때 사방의 차들이 다 서더라. 뒤에 따라오는 차들과 상대편 차량까지 다 선다. 그거는 되게 반성하게 되더라."

 

박 전 아나운서는 중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고 뉴욕대를 졸업했다.

 

나무위키에서는 그런 박 전 아나운서가 스쿨존 과속을 자행한 것에 대해 "미국의 엄격한 주의 경우 스쿨존 내 사고를 냈을 경우 3년 이상 징역을 규정해두거나, 1급 범죄 (First Degree Crime: 연쇄살인 및 강간)로 다룬다. 이미 스쿨존을 엄격하게 실행하는 나라에서 살다온 사람이 왜 스쿨존에서 질주를 했는지는 본인이 해명할 영역이니 언급을 줄이기로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박 전 아나운서가 재판에서 이 대목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박 전 아나운서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8월31일 저녁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황색 신호 위반도 당연히 신호 위반이지만 적색 신호 위반보다는 주의 의무 정도가 약하긴 하다"면서도 "과실 비율에서 유리할지언정 과실이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전제했다.

 

중요한 것은 유가족과의 합의 여부다.

 

일례로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이창민 축구선수는 2018년 11월 제주도의 한 도로에서 SUV 차량을 몰다 경차와 강하게 충돌했고 그 결과 상대 차량의 동승자가 목숨을 잃었다. 박 전 아나운서와 달리 오직 이 선수만 큰 과실(과속 및 중앙선 침범)을 범했음에도, 법원은 이 선수를 감옥에 가두지 않았다. 이 선수는 금고형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고 합의를 이뤄냈던 점이 주효했다.

 

연예인 임슬옹씨도 작년 8월1일 23시50분 즈음 서울 은평구의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들이받아 목숨을 잃도록 한 적이 있는데 유족과의 합의로 인해 약식기소로 벌금 700만원 명령을 받았다. 임씨는 빗길 교통사고를 냈는데 피해자의 무단횡단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구간이 비교적 밝았고 서행 표지판이 있던 구간이라 비난가능성이 낮지 않았다. 전방 주의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에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정 변호사는 "만약 박 전 아나운서가 유가족과 합의할 경우 집행유예나 벌금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형을 살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실형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이 피해자측도 분명히 과실이 있어 여기서 참작이 되어 집행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며 "그래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거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합의 불발에 따른) 예상 형량은 통상적으로 보았을 때 실형 선고가 되더라도 징역 1년 이상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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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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