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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2회 적발에 ‘벌금 500만원’이 과한 처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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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5일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에 대한 가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윤창호법(도로교통법)이 위헌이라고 판정했다.

 

제2의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에 보면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해당 조항은 원래 음주운전 삼진아웃제였는데 윤창호법 제정 운동과 맞물려 2019년 투아웃제로 강화됐다. 삼진아웃제는 2011년 12월에 도입됐다.

 

 

헌재는 과거의 첫 번째 음주운전과 두 번째 음주운전 사이에 ‘시간적 제한’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니까 반복 범죄의 죄질을 나쁘게 보고 가중처벌을 하기에는 그 텀이 매우 길어도 해당되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예컨대 첫 번째 음주운전이 2004년에 적발됐다가 2019년에 두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다고 했을 때 가중처벌을 시킬 만큼 “준법 정신이 현저히 부족해 반규범적이거나 사회구성원을 반복적으로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전에 했기 때문에 사실상 초범에 가까운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엄히 의율되는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헌재의 결정은 △기각 △합헌(법 조항 유지) △위헌(법 조항 바로 효력 상실) △헌법 불합치(시한을 두고 그때까지는 현행법의 효력이 유지되나 이후에는 효력 상실) 등이 있다. 2019년 전주지법 군산지원과, 윤창호법2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각각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년간의 심사 끝에 헌재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물론 2019년에 제기된 사안이라 윤창호법2로 개정되기 전의 내용을 심사한 것이긴 하지만 위헌 판정이 나온 만큼 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 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고, 이선애·문형배 헌법재판관은 그렇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견해를 피력한 두 재판관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그중 40% 가량은 음주운전 단속 경력이 있는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며 “(해당 조항은) 이른바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재범 음주운전 범죄를 엄히 처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전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해당 조항에 의한 재범 음주운전자의 가중 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위반 전력이 10년 전의 음주운전 행위라도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을 하여 교통 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실 음주운전 사건은 피해자가 죽거나 크게 다치거나 또는 악질 뺑소니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절대 가해자가 실형 선고를 받지 않는다. 상습성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과적 중대성이고 이마저도 피해자측과 합의가 이뤄지면 실형을 면할 수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법부와 입법부에서는 그냥 과실에 불과하다. 고의성없는 과실로만 취급되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처벌이 매우 가볍다.

 

 

무엇보다 두 차례 음주운전을 저질러서 윤창호법2로 처벌된다고 해도 통상 판사들의 작량감경(형법 53조에 따라 판사가 법정 하한선의 절반까지 감경 가능)이 들어가면 벌금 500만원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게 과한 처벌인지 되묻게 될 수밖에 없다.

 

두 재판관은 “(해당 조항에는)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 요소를 고려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해당 조항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두 재판관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서는 ‘행정 조치 보완’과 ‘처벌 강화’ 두 날개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범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음주치료나 다른 추가적 행정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와 재범 음주운전의 실태에 비추어 비형벌적 수단의 도입을 위한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어 가면서 그와 병행하여 형벌 강화를 통해 재범 음주운전을 엄격히 차단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형벌의 강화를 선택한 입법자의 결단은 광범위한 입법 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인 법정형의 결정에 있어서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더구나 2006년 헌재는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이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한 것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만장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고 음주운전 3회 위반자는 교통법규 준수에 관한 책임의식, 안전의식 등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것은 입법 목적 달성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25일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2006년 헌재의 결정에 비해 이번 결정은)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입법 의지가 후퇴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 변호사는 “지금 투아웃제에 따르더라도 (양형의 범위가 넓어) 정도의 차이가 날 뿐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며 “어쨌거나 헌재의 결정이니 존중해야 하고 차선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창호법을 최초 발의하고 통과시킨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서는 국회 법제실과 논의해서 ‘10년 이내’라는 단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윤창호법 개정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의원실 관계자는 평범한미디어에 좀 더 숙고해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을 해보겠다고 알려왔다.

 

 

한편, 평범한미디어는 주요 음주운전 피해자들이 들어와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햄버거집 낮술 사건 피해 아동의 부친 김모씨는 “약한 음주운전은 뭐고 위험한 음주운전은 뭔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음주운전 피해자들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판결이다. 故 쩡이린씨 사건도 대법원까지 상고됐는데 이렇게 되면 감형이 될까 두렵다.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는 게 훤히 보인다”고 지탄했다.

 

故 윤창호씨 친구 이영광씨는 “음주운전 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례적이지만 재범 기간 제한을 따로 두지 않은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의 결정문을 보면 음주운전 범죄 처벌이 너무 강력하다고 보고 있던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창호씨의 부친 윤기현씨도 MBN과의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 15년 전 이런 것까지 소급해서 이런 것까지 적용하는 범위가 조금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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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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