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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운전’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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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넘은 음주차, 배달오토바이 '쾅'…자녀 셋 분식집 주인 숨져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스쿨존에서 초등학생 4명을 들이받은 음주운전 살인마가 등장한지 하루만(9일)에 또 다른 음주운전 살인마가 등장했다. 이번 음주 살인마는 “새벽까지 술을 먹은 뒤 제대로 잠을 자지 않아 숙취가 남았던 것 같다”고 변명했다. 말할 필요도 없는 핑계일 뿐이다.

 

32세 A씨(성별 미상)는 지난 9일 18시39분즈음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풍산고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SUV 차량을 몰고 가다 갑자기 비틀대며 중앙선을 넘어버렸다. 그 바람에 정상적으로 맞은편에서 주행하고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 40대 남성 B씨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충돌하고 말았다.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부딪치면 사망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B씨는 생사를 오가는 상태에서 도로에 쓰러졌고 급히 출동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다시 눈을 뜨지 못 했다.

 

 

꼭 이런 사고의 희생자들은 누구보다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더라. B씨는 과거 큰 사고로 몸에 철심을 박아 장애 5등급 판정을 받았고 자녀 셋을 둔 아빠였다. B씨는 아내와 함께 하남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고 당일에도 떡볶이 배달을 위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도대체 A씨는 얼마나 많이 술을 마셨던 걸까? 얼마나 마셨길래 핸들을 제대로 잡지도 못 하고 중앙선을 침범한 걸까? 저녁 시간대라 이른 낮술을 한 걸까?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037%로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이었다. 0.037%라면 소주 2~3잔 마시고 1시간 뒤에 측정한 수치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음주 수치가 낮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됐는데,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김윤지 선수도 비교적 낮은 0.06%인 상태에서 정차 중인 차량의 액셀 페달을 밟아 8명의 행인을 들이받은 바 있다.

 

A씨는 경찰(하남경찰서) 조사에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먹은 뒤 제대로 잠을 자지 않아 숙취가 남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말을 바로 해야 한다. 숙취가 남아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취한 상태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는데 거짓말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난 시간대는 저녁이었는데 전날 새벽에 술을 마신 상태라면 어느정도 술이 깨서 중앙선 침범을 할 정도는 아니여야 한다. 그런데 수치가 이렇게 나온 것은 술 마신 시간을 속였던 걸로 보여진다. 아마 새벽이 아니라 당일 점심시간에 반주를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A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잠을 자지도 않았는데 왜 숙취를 주장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A씨는 음주운전 치사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 입건됐다. 술 마시고 운전해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해도 술 취한 정도에 따라 윤창호법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가 적용되는데 A씨는 그다지 많이 취하지 않았으므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후자가 적용됐다. 교특법상 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 사람이 죽었더라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따라 최대 징역 3년이 선고된다.

 

 

평범한미디어는 그동안 음주운전 범죄를 수없이 보도해오면서 숙취 핑계를 대는 음주운전자를 자주 목격했다. 그런데 숙취운전은 없다. 그냥 음주운전일 뿐이다. 자신이 술이 덜 깬 상태라고 자각했으면 대리기사를 부르든지 운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날 늦게까지 과음을 했다면 다음날 저녁까지 운전을 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A씨는 거짓으로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당일 낮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저녁에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숙취운전이라고 강변하는 사례들을 보면 새벽 내내 술 마시고 놀다가 이른 아침 운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다가 사고를 내서 적발되는 경우가 많다. 이걸 갖고 숙취운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숙취운전이라면 전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최소 5시간 이상 잠을 자고 오전에 운전대를 잡는 경우일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숙취운전을 내세웠던 연예인들이 많은데 박시연씨, 채민서씨, 환희씨, 호란씨 등 다들 사실상 이런 패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숙취운전 강변자들은 대부분 경찰의 주간 음주 단속에서 걸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접촉사고를 내서 음주운전을 자행했던 게 적발된 사례들이다.

 

범죄심리학자 오윤성 교수(순천향대)는 해당 사건을 다룬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인이 술을 많이 마셨고 잠을 자지 못 한 상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당연히 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본인의 진술에 의하면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오후 6시40분이다. 거의 17시간이 경과 된 상태인데도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콜농도가 나왔다는 것은 본인이 기본적으로 술을 먹고 난 이후에도 습관적으로 핸들을 잡은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만 기억하자. 70kg 성인 남성 기준으로 소주 1잔당(대략 맥주 500ml 반캔) 1시간의 분해 시간이 필요하다. 즉 소주잔 기준 8잔이 1병인데 1병을 마셨다면 최소 8시간이 지나야 완전히 숙취가 해소되는 것이다. 배우 안재욱씨도 (숙취라고 주장하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 안씨는 지난 2019년, 전날 저녁에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다음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오전 10시부터 운전을 하다가 단속에 적발됐다. 교통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안씨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숙취가 해소되는 시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만약 밤 10시에 공연이 끝나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혈중알콜농도 수치가 0.096% 정도 나온다. 소주의 도수가 17도 정도 되기 때문이다. (1병 기준) 소주를 체중 70kg 정도의 성인 남성이 마신다면 일반적으로 혈중농도가 0.1% 정도 나온다. 당연히 더 도수가 센 술이거나 양이 많으면 그 수치는 더 높아진다. 내 몸에 들어간 알콜은 1시간에 0.008%~0.015%씩(사람에 따라 다름) 분해된다. 그러면 0.1%가 완전히 없어지려면 10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새벽 내내 만취상태가 될 때까지 마셨다면 하루 정도가 지나야 운전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날 새벽까지 소주 2병을 마셨다고 가정하면 보통 0.2%가 나오는데 오전 10시에 운전대를 잡는다 치더라도 0.1%는 몸에 남아 있는 것이다. 소주 1병을 마시고 푹 잔 다음 아침에 나오면 괜찮다. 그러나 새벽 1~2시까지 마시고 오전 6~7시 즈음에 나온다면 아직 음주 상태라고 봐야 한다. 소주 2병을 마셨다면 20시간은 지나야 안전하다. 잠자는 것과 아무 상관없다. 그냥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대체로 소주 1병 마셨다면 10시간은 지나야 클리어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김경민 경장(정읍경찰서 교통관리계)은 언론 기고를 통해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이쯤 되면 이젠 강력한 처벌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던 중 사고를 발생시키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운전자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의 행복을 빼앗아가는 중범죄다. 끊임없는 홍보와 단속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더욱더 강력한 처벌로 음주운전을 근절시켜야 할 때이다. 음주운전은 과실이 아니라 고의성이 다분한 중범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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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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