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나 금수저인데 친구들이 ‘상대적 박탈감’ 느낄까?

배너
배너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46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우선,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알려줄 게 있어. 그건 바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거야. 흔히들 이야기하지. 영원한 우정, 영원한 사랑. 그런데 그런 게 진짜로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우정도, 사랑도 모두 인간의 일인데 인간이 하는 일에 영원이라는 게 있다면 이상하잖아. 내가 지금은 사랑하지 않지만 과거에 사랑했던 누군가가 늘 이 노래를 즐겨 불렀지. “인간의 50년은 하천의 세월에 비한다면 한낱 꿈과 다르지 아니하니. 한 번 삶을 받아 멸하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그래. 맞아. 기껏해야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애초에 영원한 무언가를 할 수도 없지.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그럼 각설하고 상담을 시작하지. 당신은 지금 친구들과 경제력 차이가 나는 게 고민이라고 올렸잖아. 그런데 나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런 건 보통 친구들보다 가난한 사람이 올리기 마련이거든. 돈이 없으면 당장 친구들 만날 때 N빵도 못 하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피하게 되기 마련이고, 친구들이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네, 이번에는 어디에 투자를 하면 좋겠네 이런 평범하다면 평범할 이야기들을 할 때 나 혼자만 대화에 끼어들지 못 하게 되거든. 그러면서 속으로는 ‘돈이 있어야 관리를 하지’라는 생각만 하게 되고, 그게 자격지심으로 이어져서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든 배배 꼬아 듣게 되니 당연히 관계가 파탄나게 되는 거고 말이야. 하아. 그런데 지금 당신은 친구들보다 돈이 많으면서 그게 고민이라고 글을 올린 거니 나로서는 이게 뭐지 싶었어. 이런 것도 고민이라고 올리나 하고 말이야.

 

잘 들어. 당신 친구들은 이미 당신이 자기들보다 부자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거야. 아무리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자격지심 느낄까봐 숨기려 해도 은연중에 남들보다 돈이 많다는 걸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야. 원래 성질머리 개판인 인간이 아무리 착한 척 해도 조금씩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당신의 말투, 표정, 행동거지, 평소 습관 등에서 돈이 많다는 게 계속 드러났을텐데 당신이 자기들보다 부자라는 걸 모르는 게 이상한 거지. 그래도 불구하고 말을 아낀 건 2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커. 첫 번째는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그냥 계속 친구로 남고 싶어서인 건데 만약 그렇다면 정말 좋은 친구들인 거고, 두 번째는 당신을 볼 때마다 자격지심이 느껴져서 말을 안 하고 있는 건데 사실 두 번째일 가능성이 커.

 

왜냐? 인간이라는 게 본래 그래. 나보다 못 한 사람과 친해지기는 쉽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과 친해지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어려운 게 인간이야. 생각을 해봐. 나보다 못 한 사람과 같이 다니면 속으로는 ‘그래도 내가 얘보다는 낫지’ 하면서 자위할망정 겉으로는 그 사람의 처지를 동정하고 챙기는 착한 사람 행세를 하면서 내가 더 잘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데 나보다 잘난 사람과 같이 다니면? 그런 게 없잖아. 내가 더 잘난 사람으로 보일 일은 당연히 없고. 자연히 남들한테 그 사람과 비교만 당하면서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게 알려질테고. 그러면 당연히 나 스스로도 내가 못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누가 그러고 싶겠어. 그러니 잘난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괜히 그 사람을 깎아내리고 헐뜯으면서 자기와 똑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거지.

 

그래서야. 친구들과 경제력 차이가 나면 자연히 멀어지는 건. 아 이건 가족이나 친척, 연인과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부부간에도 한쪽이 월등히 돈을 잘 벌면 사이가 멀어지기 마련이지. 돈을 못 벌거나 집이 못 사는 쪽이 잘 벌고, 잘 사는 사람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니까 말야. 자기보다 잘난 사람 못 봐주고, 깎아내리고 헐뜯기 바쁜 게 인간인데 어떻게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력이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계속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 어찌 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옆에 둬봐야 장기적으로 보면 함께 못난 놈이 되어버리는 꼴밖에 안 나는데 굳이 자기보다 못난 사람을 옆에 둬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옆에 두는 게 장기적으로 자기한테 이익인데도 잘난 사람에게 자격지심을 느껴서 그 사람과 멀어지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게 말야.

 

아무리 100년도 못 사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런 인간이 만드는 것들은 모두 영원할 수가 없다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안목쯤은 장착하고 살 수 있을 법한데 말야. 아무튼 장기적 안목이 없는 게 인간의 본성이니 뭐 어쩌겠어. 지금 친구들과의 관계가 끝나더라도 그냥 받아들여야지. 원래 이렇게 되는 게 인간의 삶이다. 본성이다 하고.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조언을 바란다면 이 말을 해주지. 당신 친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너를 보는지 알고 싶으면 친구들한테 당신 형편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퍼주면서 다녀. 그럼 그 친구들의 마음을 그리고 밑바닥을 알게 될테니까. 그럼 이제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 그럼 나는 당신에게 이 사케를 따라주고 이만 모기를 잡으러 가도록 하지. 모기가 너무 많아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말야. 사케값은 넣어두도록 해. 굳이 만날 일도 없는 사람에게 사케값까지 받을 정도로 구두쇠는 아니니끼.

관련기사

5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