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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이 아니라 당신이 만만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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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한연화의 뼈때리는 고민상담소] 53번째 사연입니다.

 

[평범한미디어 한연화] 하아. 오늘도 어김없이 사람 빡치게 하는 사연이 들어왔군. 아, 입 아파. 내가 요즘에 입술 물집이 생겨서 입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아이씨 하고 계속 욕지기가 나갈 수 있으니 양해 바랄게. 아오 입 아파라. 이거 진짜 구내염 생겼을 때처럼 이비인후과 가서 지져버릴 수도 없고. 어쨌든 오늘 사연을 요약하자면 남친의 식탐 때문에, 그리고 돼지새끼도 아니고 상대방 따위는 아랑곳없이 지 주둥이에 맛있는 거만 골라 처넣는 짓을 재미있다고 하는 그 정신 상태와 아갈머리 때문에 화가 나서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라는 거 아냐? 맞지?

 

내가 전에 아주 안 좋게 끝난 전애인 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말야, 그 인간이 자기가 전주에 있는 자립생활주택에 살 때의 얘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시각장애인이 한 명 있었는데 뇌병변장애인인 그 인간이나 다른 사람이 고기를 구우면 불판에 있는 익지도 않은 고기를 허겁지겁 처먹느라 바쁘더래. 처음 한두 번이야 안 보이니까 그런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계속 그러니까 다들 빡칠 거 아냐. 결국 그 인간이 참다 참다 폭발해서 뒷통수를 한 대 후려갈겼대. 그러고 나서 “야 이 새끼야, 네가 사람 새끼냐! 네가 이렇게 다 처먹으면 다른 사람들은 뭐 먹냐?”라면서 말 그대로 개패듯 팼다는 거야. 그 인간한테 맞았다는 사람은 그 뒤로 식탐이 싹 고쳐져서 혼자 고기를 다 처먹는 일은 없어졌지만 “지금 같았으면 자립생활주택에서 장애인이 장애인 학대했다고 뉴스 나왔을 거야”라고 하면서 그 인간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네.

 

진짜 식탐이 그런 거라니까. 내가 사람 새끼랑 밥을 먹는 건지, 돼지랑 밥을 먹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하. 사실, 나도 애인 식탐 때문에 많이 싸웠어. 같이 먹는 안주나 메인 요리를 나 하나 먹을 때 혼자 다 먹으니 이거 나는 뭘 먹으라는 거야? 게다가 음식을 손으로 먹으니 와 이거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지. 너는 집에서 식사 예절을 배운 적이 없냐? 다른 사람들이 네 식사 예절 가지고 뭐라고 안 하냐? 다른 사람과 같이 먹을 때는 속도를 맞추는 거다. 네가 다 먹으면 나는 뭐 먹냐. 몇 번을 말한 끝에야 간신히 고쳐지기 시작했지. 뭐 지금도 음식을 손으로 먹는 거나 다른 식사 예절은 못 고치고 있지만 말야. 하아 나는 어릴 때 식사 예절 안 지키면 할머니한테 쥐어터지는 게 당연했고 할머니가 밥 그렇게 먹을 거면 밥 먹을 자격도 없으니 굶으라고 해서 하루 정도는 밥을 못 먹고 쫄쫄 굶는 것도 당연했는데 말야.

 

아무튼 식탐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둘 중 하나야. 첫 번째 배운 게 없는 인간. 말 그대로 제대로 뭘 배운 적이 없는 거지. 식사 예절이라든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배운 적이 없으니 다른 사람과 뭔가를 먹을 때도 지 혼자 먹을 때처럼 걸신들린 듯이 처먹는 거지. 이런 사람은 차라리 나아. 내가 하나 하나 가르쳐주면 되니까. 하나 하나 가르쳐주고 설명해주고 다른 세상을 보여주면서 “너에게 세상을 보여주겠다. 잘 보고 따라와라”라고 하면 되니까.

 

하지만 문제는 두 번째야. 두 번째는 바로 만만한 사람한테만 그 지랄 옘병을 떠는 인간들인데. 자, 이런 사람들 있지? 지보다 잘나거나 세거나 지위가 높은 인간들 앞에서는 순둥이도 그런 순둥이가 없으면서 집에만 오면 폭군 되는 인간들. 영화 <똥파리>에서 그러잖아. 이 나라 애비들은 집에만 오면 지가 무슨 김일성이라도 되는 줄 안다고. 딱 그 짝이야. 식탐 있는 인간들도 대부분 만만한 사람한테만 그 지랄을 해. 생각해봐. 진짜 제대로 배운 게 없어 식탐이 있는 거라면 직장 상사나 사장님 앞에서도 돼지처럼 꾸역꾸역 처먹어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런데 직장 상사나 사장님 앞에서 “재미있는 거 보여드릴까요?”라고 하면서 그 지랄 떨 수 있겠어? 절대로 못 할 일이지. 그러니까 만만한 자기 여친 앞에서 그 지랄인 거고.

 

맞아. 당신 남친이 당신에게 그러는 이유는 당신이 존나게 만만해서야. 만만하니까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라고 이 지랄 떨면서 그런 도발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만만한 사람 취급 받으면서 계속 만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는데 나라면 “야 이 새끼야, 너 좀 맞자”라고 쥐어 팬 다름에 헤어질 거야. 내가 누구한테 만만한 사람 취급 받고는 못 사는 여자라 말이지. 아무튼 당신도 더 이상 만만한 사람 취급당하기 싫으면 남친 한 대라도 쥐어 패고 헤어지는 게 좋을 거야. 자 그럼 내 상담은 여기까지. 내가 지금 입술이 아파서 연고를 바르러 가야 해서 말이지. 아야. 아파라.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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