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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신건강위원회’ 출범시킨 정채연 위원장 “진보정당의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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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정채연 위원장(청년정의당 대표 직무대행 겸 정신건강위원회)은 정당 활동가로서 당내에 심리상담 창구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 지점에서 출발했다.

 

처음에 입당했을 때는 활동가들이 소진되어가는 문제에 주목했다. 나도 활동가니까. 그것 때문에 당에 심리상담 창구가 있었으면 싶어서 출발했다. 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임상심리사로서)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실태를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정당이자 정치조직인데 왜 정신장애 문제를 전담하는 조직이 하나도 없지? 그런 생각을 했다. 부문위원회는 특별위원회와 달리 지도부와 상관없이 계속 이어진다. 노동, 여성, 장애인처럼. 그래서 청년정의당에서 시작해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렇게 2021년 4월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로 정신건강 조직이 탄생했다. 청년정의당 정신건강위원회인데 정채연 위원장은 그 당시 출범 메시지로 “흔히 정신건강, 정신질환을 이야기하면 심각한 상황만을 떠올리며 자신과 선을 긋는다”며 “누구나 아플 수 있지만 누구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 하는 이 사회, 자신과 다른 이를 쉽게 배척하고 재단하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간명하게 압축하면 정 위원장은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벌이나 수용소가 아닌, 회복을 위한 치료이고 함께 살기 위한 사회적 체계”라고 역설했다.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신건강위원회는 정신질환자들의 자리를 이 사회에 만들겠다. 보건의료 중심의 정신건강 정책에서 나아가 정신건강 악화의 큰 축인 이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를 말하고 힘든 사람들도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를 만들겠다. 누구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고 아프면 아프다고 언제든지 말할 수 있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용기를 적극 지지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평범한미디어 기자들은 지난 6월12일 17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모 카페에서 정 위원장을 만났다. 1부 인터뷰에서 ‘정의당 진단’을 들어봤다면, 2부에서는 정 위원장의 전공(정신과 임상심리사 근무)에 맞게 심리상담 분야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우선 여전히 강고한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아직까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신과의 문턱은 높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맘을 먹기가 어렵고, 가고 싶더라도 확실한 병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정 위원장은 “이런 댓글을 많이 봤는데 개인이 병원 가서 치료하면 되는 거지 (정신건강 문제를) 왜 당이 다뤄야 하느냐. 이런 인식들이 있다”면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왔는데 큰 비밀을 말하려는 기세로 너무 기초적인 질문들을 물어보더라. 하다 못 해 진료비가 얼마냐. 어떤 병원을 가야 하냐. 이런 것들을 물어봤다”고 풀어냈다.

 

심리상담의 기초적인 정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정 위원장은 “정신건강위원회가 왜 정치 조직에 필요하느냐. 이걸 납득하지 못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기초적인) 질문들이 많다는 것은 개인이 병원에 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너무 명백했다”고 결론내렸다.

 

이탈리아 사례를 보면 사람들이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도 중요한데 의료기관에서 의사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지금 왕진이 가능한데 원장님 말씀 들어보면 수가가 너무 낮아서 왕진 가라고 하면 그냥 파산하라는 거라고. 그래서 정당에서 (정신건강 분야를) 붙잡고 해보면 할 게 너무 많다. 다른 말로 하면 진보정당의 노다지인데 아무도 안 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손놓고 있을 때 우리가 빨리 잘 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연달아 안 좋은 성적을 거둬) 안타깝다.

 

박효영 기자: 정신과에 두 번 정도 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엑스레이나 MRI 검사를 받거나, 주사를 맞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말만 듣고 온다고 생각해서 돈 내기가 아깝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우울증, 조울증, 불면증, 심각한 중독 등 명백하고 공인된 증상이 있어야만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윤동욱 기자: (정신과의) 진입장벽이 높다.

 

정 위원장: 일단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부터가 큰 고민거리다. 우리가 가정의학과나 내과를 갈 때는 집 근처에 아무 곳에나 쉽게 간다. 근데 정신과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심각하지 않게 정신과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위원회는 인식 개선, 강연 기획, 정책 설계 등의 역할을 했는데 특히 정 위원장은 “대선에서 (정신건강) 정책을 내자고 다짐했다. 정책 TF를 운용해서 공약을 만들었고 5개 정도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의 공약으로 많이 반영되지는 못 했다. 심 후보는 당시 △청년심리치유센터 전국에 설치 및 무료 심리상담 지원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마음건강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공약했다.

 

이 분야에 대한 토크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자살 문제로 넘어갔다. 작년 한 해 동안 자살로 세상을 떠난 대한민국 시민은 1만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꼴이다. 매년 1만명 넘게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데 다들 알고 있듯이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이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1위였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은 "매년 울릉도의 인구(9077명) 자체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박 기자: 재작년 아끼던 동생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데 내게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나와 실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는 철학적 사색을 불러일으켰다.

 

윤 기자: 자살 유가족들은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 내가 못 알아차렸구나. 도와줬어야 했는데...

 

정 위원장: 내가 자살예방선터에서 근무를 했었다. 한국사회에서 자살 문제는 물론 이제 여러 이론들이 있고 심리학계에서도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면 이런 수치들을 놓고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자살예방정책관이 만들어진지 3년 정도 됐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정의당도 정신건강정책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했었는데... 근데 개인으로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있다.

 

사실상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안타까운 이야기인데 정 위원장은 “게이트키퍼 교육을 할 때도 항상 회의적이었다. 자살자는 반드시 죽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고 하는데 무슨 취지인지 알지만 그 내용이 오히려 내가 신호를 못 알아차렸다는 죄책감으로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걸 선택하면 자살 확률 몇 퍼센트, 저걸 선택하면 몇 퍼센트 이런 얘기를 못 한다. 그건 진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그 신호를 보고 맞다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굳이” 어드바이스를 해본다면 이런 게 중요하다. 정 위원장은 “개인한테는 곁에 있어줘야 한다”면서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이분들은 연구가 된 것들을 보면 터널 비전이라고 하는 인지 왜곡을 겪는다. 유일한 탈출구가 자살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살로 가는 과정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갇혀 있고 고립돼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기 위해 곁에 있어줘야 한다. 계속 말을 걸어줘야 하고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건네야 한다. 사실 오래 있을 수가 없다. 힘든 일이다. 그 이전에 다른 병리 현상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최소한 1년 이상 오랫동안 있어줘야 하는데 내가 그것(단순히 곁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하려고 하면 벅차다. 그래서 거기까지만 하고 뭔가 더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곁에 있어주고 말 걸어주는 수준으로 꾸준히 지속해주는 것이 핵심인데 정 위원장은 “보통 우리나라에선 해결책 위주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얘기를 해줘도 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을텐데 얘기해서 뭐해? 이런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하다. 인간이기 때문에”라며 “그걸 상대방이 느낄 수 있다. 그러면 결국 그 관계도 소원해진다. 그래서 차라리 할 수 있는 것의 선을 그어놓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기자: 솔직히 곁에 있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 위원장: 그렇다. 심지어는 오래 있으면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 왜냐면 정신장애의 증상 자체가 게을러지고, 공격적이어지는 건데 우리가 볼 때 일어나서 뭐라도 좀 하지. 이렇게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지금 많이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무기력해 보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관점만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참 다행이다.

 

 

알쓸범잡, 꼬꼬무, 사건의뢰, 용감한 형사들, 당신이 혹하는 사이 등 요즘 범죄심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무지 많다. 프로파일링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 위원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 위원장은 “범죄심리는 내 분야가 아니기는 하지만 뭐가 됐든 심리학이 흥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누가 이걸 설명해줬으면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범죄자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심리적 설명이 요구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 위원장은 “프로파일링 이런 것들이 경찰제도에 도입된지 얼마 안 됐고 이제 막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생겼는데 더 체계화될 필요성이 있다”며 “몇몇 표창원, 이수정, 권일용 등 이런 분들이 피력하고 있는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프로파일러들이 범죄 사건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꺼냈던 화두는 ‘인간관계에서의 적당한 거리’다. 부부, 부모자식, 친구 등 매우 가까운 관계에서도 적절한 거리감이 중요하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걸 함께 하려고 할 수도 있고, 뭐 하나 틀어지면 인간관계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정 위원장은 “사실 성격적인 부분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면서 “상담을 받아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최소한 상담을 해보면 본인이 왜 이렇게까지 쉽게 끊어내는지 타인의 정보에 집착하는지 그런 걸 깨우쳐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깨우친다고 해서 바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살아왔던 습관이 있으니까. 그래도 어느 순간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이 생길 수도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 있는 심리 교육이란 게 있는데 그런 것도 중요하다”고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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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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