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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보행자가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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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사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 단순히 홧김에 충동적으로?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고속도로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뛰쳐나와 미처 피하지 못 한 차량이 그대로 여성을 들이받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 전방 주의 의무가 있으니 좀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벽 시간대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튀어나오는 사람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란 이야기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해당 여성이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로로 나오다가 차에 치였다는 추측도 있지만 단정할 순 없다.

 

 

사건은 지난 11월1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비아동에 위치한 천안 방면의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늦은 새벽 시간이었던 2시23분경 비아 정류장 앞 편도 1차로에서 별안간 한 여성이 도로, 그것도 시속 100km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로 뛰어드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결국 39세 여성 B씨는 안타깝게도 주행 중이던 SUV 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사고를 낸 SUV 차량 운전자 43세 A씨는 경찰에 입건되어 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일단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사실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클 것이다.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 일단 시내가 아닌 고속도로 초입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초입이라도 일단 시내 도로나 이면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들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비아 정류장 인근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애초에 보행자가 이 도로 맞은편을 건너갈 이유도 없고 건너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사람이 지나다닐 거라고는 당연히 운전자 입장에서는 예상할 수가 없다.

 

두 번째로 늦은 새벽 시간대라는 점이다. 사고가 일어난 시간은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사람은 물론 차량 통행량도 적다. 게다가 칠흑 같이 어두워서 시야 확보도 어렵다. 새벽 시간대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떻게 보면 A씨는 좀 운이 없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아무래도 과거 자동차와 보행자의 사고시 자동차의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크게 보는 관행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는 분명 이 사건에 대해서도 A씨의 잘못이 없다고 볼 것이다. 피치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B씨의 잘못을 절대적으로 보고 100대 0으로 볼 것 같다.

 

 

그런데 조사 결과 또 다른 전말이 알려졌다. 당시 B씨는 연인이었던 C씨와 같이 있었는데 이 둘이 몸싸움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둘의 싸움은 인근 CCTV에 찍혔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B씨도 혹시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즉 B씨는 연인 C씨의 폭력을 피하려다가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뛰어들었고 안타깝게 차에 치였을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고 A씨의 과실 비율을 따지는 것과는 무관하다. 다른 CCTV 영상에서는 C씨가 B씨를 고속도로에서 끌어내리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볼 수 있는 연인간의 다툼으로 볼 여지도 있다. B씨가 C씨에게 너무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도로에 뛰어들었다는 가정도 세울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고속도로에 맨몸으로 뛰어들거나 차에서 내리는 행위는 대단히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발생해 고속도로에서 내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차에서 내리거나 무리하게 중앙분리대를 건너려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작년 12월14일에는 경남 김해시 상동면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구 방향 상동 2터널 근처에서 50대 여성이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벌어졌고, 같은 해 1월24일에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경부고속도로 안성 나들목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채 택시에서 내리는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다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이외에도 2020년 6월27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울산고속도로 행복쉼터 부근에서 3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고속도로를 건너가던 60대 남성을 치는 일이 발생했었다.

 

특히 상동면 사고는 같이 차에 타고 있던 딸과 말다툼을 하다가 50대 여성이 홧김에 차에서 내려 변을 당한 것으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이런 유형의 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도로로 나온 이상 방법이 없다. 그냥 도로로 나오지 않는 게 최선이다. 도로를 무리하게 건너려고 하면 안 되고 절대 차에서도 내리면 안 된다. 만약 자동차 고장으로 불가피하게 도로에서 내려야 한다면 주변 상황을 잘 살피고 재빨리 갓길로 몸을 피해야 한다. 앞서 평범한미디어에서 보도한 것처럼 차의 트렁크를 활짝 열고 비상등을 켜놓은 후 바로 가드레일 옆으로 빠져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어두운 밤 시간대 고속도로라면 상향등을 적절히 활용해서 운전자가 시야 확보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밤에 고속도로에서 사람을 칠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사고를 다룬 뉴스의 댓글들을 보면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고속도로에 나온 사람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저마다 불가피하게 사람을 친 운전자의 처지와 트라우마를 걱정했다. 그리고 하나 같이 고속도로에 위험하게 나온 보행자들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여론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정말 같이 차를 탄 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그땐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라도 일단 하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히 싸우다가 홧김에 도로에서 내린다면 정말 무모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사실 운전자가 아무리 전방 주시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작은 승용차라도 시속 100km대로 달리고 있다면 물리적으로 급정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절대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출몰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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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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