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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탑승 후 배웅하려다 못 내려서 “당황” 여유시간 딱 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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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 70대 부친을 울산역(통도사)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한국고속철도) 열차에 태워주고 배웅을 하려다 하차하지 못 했다. 연로한 부친을 위해 자리를 찾아주고 짐가방을 옮겨준 뒤 금방 내리려고 했지만 문이 닫혀버렸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동대구역까지 갔다가 울산역으로 되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A씨는 아버지 옆좌석에 앉아 안절부절 마음을 졸였고 검표를 위해 승무원이 다가오자 구구절절 사연을 설명했다.

 

30대 여성 B씨도 장거리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와 애틋하게 배웅을 하려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광주송정역에서 용산역으로 향하는 KTX에 남자친구와 함께 승차했고 곧바로 내리려다 문이 닫혀 꼼짝없이 정읍역까지 갔다.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KTX의 급박한 정차 시간으로 인해 이러한 해프닝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광주송정역에서 17시28분에 출발하는 KTX 열차가 17시26분에 도착한다. 체감 시간으로 보면 1분30초 정도 밖에 안 된다. 실제 6월10일 오전 8시57분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KTX 408열차(호남선)의 도착 및 출발 시간을 확인해보니 전부 2분 간격(목포 →나주 →광주송정 →정읍 →익산 →오송 →천안아산 →광명 →용산)이었다.

 

가끔씩 수도권 지하철이 정차했다가 여러 이유로 좀 오래 머무르는 일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3분 정도 걸리는데 광역간 이동을 하는 KTX 정차 시간이 지하철 정차 시간보다 더 짧을 때가 있는 것이다.

 

KTX 호남선의 출발지 목포역, 경부선의 출발지 부산역은 그나마 일찍부터 열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탑승 시간이 여유롭다. 그러나 경유역에 열차가 머무르는 시간은 딱 2분이다. 물론 멀리 떠나려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탑승할 수 있지만 종종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경우 탑승하는 데 시간이 좀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졸인다. 2분안에 할아버지도, 장애인도, 짐이 아주 많은 사람도 탑승해서 자기 자리를 찾아 걸어가서 착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배웅하는 사람들이 하차하지 못 하는 일도 일어난다.

 

또 다른 대한민국 고속철도 SRT(수서고속철도)도 마찬가지였다. SRT 정차 시간은 2분 또는 1분이었다. 다만 SRT는 수서역에서 기관사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배웅을 위해 승차한분들 내려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방송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다르는 모든 경유역에서도 ‘배웅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맞춤형 멘트를 방송하고 있다.

 

경유하지 않고 직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고속버스는 출발시간 10분전부터 문을 열고 승객을 맞이한다. 고속열차와 고속버스의 운행 시스템 자체가 다르겠지만 KTX와 SRT가 조금만 일찍 도착해서 3분에서 5분만이라도 탑승 시간을 덜 촉박하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KTX 운영사 코레일 관계자 A씨는 9일 오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5분 정도의 시간을 주면 열차 자체가 운영이 되지 않는다”며 “정확한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고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면 열차 도착시간과 출발시간이 정확하게 표시돼 있다”고 밝혔다.

 

정차 시간을 2분 이상으로 늘리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데 A씨는 “중간의 정차 시간이 길어지면 열차 프로그램을 짜는 것 자체가 다음역과의 관계가 있다. 조금 늦춰지는 부분들은 다른 어떤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경부선과 호남선 열차가 올라와서 공주나 오송을 거쳐서 서울쪽으로 올라오는 것이고 위쪽 열차들과의 겹치는 부분까지 고려된 것이 있다. 즉 다른 지역에서 올라오는 열차들과의 관계가 있다. 일반 열차들(ITX 새마을과 무궁화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정차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현장 역무원들이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교통약자들도 탑승에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A씨의 판단이다.

 

 

A씨는 “KTX는 1~2분 정도만 정차한다. 10시10분에 도착하는 열차가 있다면 10시12분에 출발한다. 내리는 분들한테는 10시10분이 고지되는 거고 타고 출발하는 분에게는 12분이 고지가 되는 것”이라며 “아마 열차가 짧게 정차를 하기 때문에 못 타는 부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교통약자들의 경우들도 저희가 다 안내를 할 것이고 열차가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못 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A씨는 배웅객 및 교통약자의 탑승을 돕는 사람이 못 내리는 경우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티켓이 없으면 열차를 타지 않도록 돼 있다. 배웅하는 분이 열차를 탔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다음역으로 갔다는 그 부분은 좀 더 자료를 찾아봐야 겠는데 담당 부서에 멘트나 안내에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겠다”며 “아마 짐도 올려드리고 도움을 주기 위해 같이 타는 분들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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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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