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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운전자들이 더 조심해야 하는 '우회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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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월24일 아침 9시 즈음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우회전 사고가 발생했다. 70대 할아버지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택시에 치었는데 다행히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A씨는 후두부 출혈 등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를 낸 60대 남성 택시기사 B씨는 부산지하철 2호선 대연역에서 경성대·부경대역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우회전을 하다 A씨를 들이받았다.

 

 

평범한미디어가 네이버 지도뷰를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B씨는 좁은 포장 골목길에서 큰도로로 진입하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천천히 걸어갔을 노인도 보지 못 할 정도로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우회전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지점이라 부산남부경찰서 경찰관은 B씨에 대한 음주 측정을 실시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었다.

 

통상 우회전 사고는 택시기사와 물류기사 등 직업 운전자들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당연히 우회전을 할 때는 보행자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기 마련인데 장시간 운전이 일상이 된 직업 운전자들은 타성에 젖어 주행하는 흐름대로 엑셀 페달을 조금만 떼고 가버린다. 비단 직업 운전자만의 일은 아니다. 운전 경력이 오래될수록 우회전 코스에서 빨리빨리 마인드가 발현되기 마련이다.

 

 

 

미친 사람이 아닌 이상 우회전 할 때 보행자가 있으면 멈추게 된다. 그러나 애매할 때가 있다. 보행자 신호가 초록불인 상황에서 보행자는 아직 저 멀리 초입에 있다. 그래서 운전자는 금방 가면 될 것만 같다. 기다리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고 얼른 우회전을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개정된 교통 법규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아래와 같은 룰을 지켜야 한다. 읽고 반드시 상기하고 있어야 한다.

 

①우회전하기 전에 흐름을 끊어서 우선 정지를 했다가 재출발

②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다면 그 통제에 따라야

③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대기 중이든, 초입이든, 중간 지점이든 무조건 정지

④보행자 신호가 초록불이라도 보행자가 아예 없으면 천천히 주행 가능

⑤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아예 없더라도 갑자기 어린이가 뛰어나올 수도 있으니 일단 정지

 

 

사실 예산을 투입해서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우회전을 하려는 차 뒤에 직진하려는 차가 서 있으면 빵빵거린다, 뒤에 있는 차가 왜 안 가냐 빵빵거리게 되면 앞에 있는 차는 불안하다 보니 급하게 나가게 되는데 그러다가 접촉사고가 생긴다”며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일반 신호와 분리해 따로 설치하게 되면 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뒷차가 빵빵거리지 않는다. 우회전을 하려는 차량도 우회전 신호등이 초록색이 되면 그때서야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고를 줄일 수 있는데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있는 곳은 소수이며 설치를 잘 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덤프트럭 같은 경우에는 사각지대가 더 크다. 버스도 마찬가지다. 차고가 높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보다 사각지대가 더 많다. 그리고 시야 아래에 있는 게 잘 안 보인다”면서 “횡단보도에서 우회전 하는 차량에 대한 전용신호가 있어야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보행자 신호등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애초에 진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명확한 판단 기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김 교수는 “신호등이 일단 짧다. 몇 초만 지나면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야 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지 애매모호하다”며 “신호등이 깜빡거릴 때는 이미 지나가던 사람은 빨리 지나가고 아직 진입을 안 했으면 기다리란 뜻이다. 신호가 몇 초 남았는지 표기되는 신호등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다시 돌아가서 이번 우회전 사고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이긴 하지만 B씨의 과실이 거의 100%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B씨의 과실이) 100%다. 일단 안 보였다거나 못 봤다고 해도 변명일 뿐이고 횡단보도니까 보이든 안 보이든 일시 정지를 해야 한다. 만약 안 보이면 안 보이는대로 그것까지 감안해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횡단하고 있는 보행자가 있으면 주의해서 주행하라는 게 운전자 안전 수칙의 기본”이라고 역설했다.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에 규정된 12대 중과실 교통사고(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를 냈기 때문에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다. 교특법상 치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정 변호사는 “물론 이런 경우 합의하면 대부분 집행유예가 나오고 합의 못 하면 실형 선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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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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