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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앗아간 10대 청소년의 ‘호기심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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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안타깝고 충격적인 사고였다. 10대 청소년이 무면허로 자동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결국 대형 사고를 냈다.

 

지난 1일 새벽 2시반 즈음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동의 한 교차로 인근 도로에서 10대 청소년 A군이 무면허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목숨을 잃었다. A군이 몰던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차량을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 A군은 17세 남성이었다.

 

대한민국 현행법상 운전면허 취득 연령은 만 18세 이상이다. 한국 나이로 19세 고3부터다. A군은 애초에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나이였다. 물론 대형 차량, 일반 차량, 오토바이 등에 따라 면허 취득 연령이 조금씩 다르다.

 

 

사고로 중상을 입은 A군은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다. 흔히 예상할 수 있듯이 조수석에 동승한 친구가 있었다. 친구와, 맞은편에서 사고를 당한 피해 차량 운전자는 적지 않게 다쳤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허도 없는 A군이 운전을 할 수 있었을까? 차량 절도였을까? 일단 차주는 A군의 또 다른 친구 모친이었다. 아무래도 A군이 호기심에 차를 운전해보고 싶어서 친구에게 부탁해 어머니의 차를 빌려 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키는 친구가 부모님 몰래 가져다줬을 것이다. 

 

미성년자의 무면허 사고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20년 11월 광주 서구에서는 새벽 1시쯤 술에 취한 17세 청소년 B군은 아버지 몰래 차량을 몰다가 포르쉐 파나메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B군이 몰던 차량이 뒤집어질 정도로 꽤 큰 사고였다. 들이받은 차량이 워낙 고가라 수리비만 1억5000만원이 나왔고 음주운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 처리가 되지 않았다.

 

2020년 12월에는 초등학교 6학년생 C군이 대구에서 서울까지 무려 300km 가량 운전을 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서울 성동구에서 마트 건물을 들이받아 건물 일부분이 훼손되었다. 경찰이 그 학생을 붙잡아 위험한 운전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들어보니 가관이었다.

 

그저 운전이 하고 싶었다.

 

C군은 경찰과 1시간 가량 추격전을 벌이다 체포됐는데 스스로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운전이 하고 싶었던 호기심이 자칫하면 큰 비극을 만들어낼 뻔했다. 이처럼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은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A군 역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운전이 하고 싶었던 거다.

 

 

또래 집단에서 운전을 하는 모습 자체가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다. 특히 매번 부모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하며 왠지 모르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모한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운전? 뭐 별거 아니구나라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는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국가에서 괜히 운전면허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면허 제도는 단순히 운전 수행 능력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운전 자체는 쉬울지 모른다. 미국처럼 일반 차량의 면허 취득 연령을 더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음주운전부터 단순 접촉사고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운전은 생명이 걸려 있는 일이다. 내가 운전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고 남을 죽일 수도 있다.

 

허나 미성년자는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하다. 포르셰를 들이받은 사고도 결국 부모가 책임을 지고 수리비를 냈다. 경제 능력이 없는 만큼 자동차 보험료는 물론 기름값도 내지 못 할텐데 어떻게 운전을 할 것인가? 즉 보험료, 세금, 연료비, 각종 물품비 등 차량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통상적인 나이를 면허 취득 연령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운전은 자주 해봐야 하고 익숙해져야 능숙해진다. 즉 만 19세 성인(2003년생)과 근접한 17세나 16세 청소년은 1~2회성 운전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고, 그런 만큼 사고 가능성이 성인 운전자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0년 기준 무면허 사고 6000여건 중 청소년이 낸 사고는 1112건 약 20%에 달한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30명대 수준이다. 부상자도 1600명에 이르고 있다. 정말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다.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의 유형은 크게 보면 △부모 등 어른들의 차키를 무단 취득하거나 △쏘카나 렌트카 등 업체로부터 신분을 속여 차량을 대여하거나 등 이 2가지 경우로 집약된다. 

 

차량 대여 업체들은 이런 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선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효과는 없다. 교통 분야 경찰 사회에서는, 업체마다 신분 인증 방법이 너무 천차만별이라 면허를 도용하는 문제를 대부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문인식과 안면인식 등 원천적으로 도용을 차단하는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긴 하지만, 기술적인 비용 문제 때문에 전면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교육과 성교육 등등 필수적으로 강화돼야 하는 청소년 교육들이 있을텐데 교통 교육 역시 실질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박상권 처장(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안전관리처)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래와 같이 제언했다.

 

운전에 대한 호기심은 높지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유아·청소년들이 대다수다. 학교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정규화하고 가정에서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아·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호기심, 사춘기 일탈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유치원 때부터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법규를 지킬 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호기심이 절대 실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덧붙여 차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은 절대 차키를 자녀 손에 쥐어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차량 대여 업체들도 좀 더 깊이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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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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