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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주려고 해도 봐줄 수 없는 ‘윤석열의 계엄’

※ [박성준의 오목렌즈] 109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한민국 형법 87조에 규정된 내란죄를 보면 크게 수괴(사형 또는 무기징역), 주요임무종사(사형 또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 단순 가담(5년 이하 징역)으로 분류되어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우두머리 즉 내란 수괴 혐의이기 때문에 ‘양자택일’일 수밖에 없다. 지귀연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는 19일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현장에서 아래와 같이 담담하게 말했다.

 

피고인 윤석열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죄, 김용현에게는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성립한다.

 

선고 재판이 시작되고 40분이 지난 뒤 결론이 내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앞서 이진관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의해 내란주요임무 종사자로 인정되어 징역 23년에 처해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예측한 사람들도 꽤 많았다. 재판 생중계가 끝나자마자 전화 대담을 진행했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양자택일이긴 하지만) 사실 지귀연 판사한테는 선택지가 무기 밖에 없었다라는 느낌이 든다”며 “빙빙 돌려서 깎으려고 깎으려고 되게 노력을 했는데 내란 수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무기를 선고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니까 지 판사 입장에서 얘기를 하면 법을 되게 좀 타이트하게 적용했다고 보는 거고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억울한 사람들이 있으면 안된다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윤 전 대통령이 무기를 받으면서 나머지 피고들도 전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 핵심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생중계로 모두 목격했던 그 사실만 인정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사형을 구형한 특검측도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지 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상참작 요소로 제시한 것들은 △실질적인 인명 피해 없었음 △비교적 짧은 계엄 지속 기간 △개인적 특성(범죄 전과 없음/65세 고령) 등인데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박 센터장은 “어이가 없는 게 지금 윤 전 대통령이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을 감안해서 그것도 참작의 이유더라”며 “요즘 다른 65세 이상인 분들한테 나이 들어서 참작해 드릴게요라고 하면 화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어이가 없었던 게 뭐냐 하면 결과적으로 많은 피해를 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치밀하지 못했다? 아니 그러면 결과적으로 치밀했으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을까? 결과적으로 비교적 짧은 지속 기간이었다는 것이 왜 유리한 양형 요소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몇몇 국민들이 달려나가서 국회의원들을 돕고, 군대의 진입을 막고 항의하고, 군인들의 소극적인 저항 행위가 있어서 계엄이 실패한 것이지 윤석열이 의도해서 짧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과정들을 다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피해 없었잖아? 결과적으로 시간이 짧았잖아? 결과적으로 치밀하지 못했잖아? 이 무슨!

 

돌이켜보면 문형배 전 권한대행(헌법재판소장)은 작년 4월 탄핵 선고를 내릴 때 아래와 같은 지점을 분명히 판시했다.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박 센터장은 무기징역 선고 자체에 대해서는 적절했다고 봤다.

 

어차피 결론은 둘 중 하나였고 난 사실 사형 선고보다는 무기징역 쪽이 맞다고 생각하는 게 뭐냐 하면 사형 선고를 내리면 순교 이미지나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미지화돼서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이미지를 부여하는 걸 예방하는 차원에서 무기징역이 맞다고 보기 때문에 무기징역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만약에 무기징역 말고 또 다른 선택 가능한 형량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걸 선고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지 판사가 의도적으로 굉장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판결문만 보고 진짜 상황을 안 봤다면 (사형에 비해 유리한) 무기를 주기 위한 아주 잘 짜여진 변호사의 어떤 문장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지 판사는 작년 3월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1월15일에 체포돼 1월25일 구속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당시 검찰이 하루 지난 1월26일에 구속 기소를 해서 위법하다는 취지다. 통상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 산정은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하는데 그걸 ‘시간’ 단위가 아니라 ‘일’ 단위로 계산해왔다. 그런데 지 판사는 전례 없는 해석을 해서 윤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줬다. 그래서 윤 전 대통령은 7월10일 별도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구속되기 전까지 넉달간 밖에 있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최대한 윤 전 대통령의 편의를 봐주려고 했던 지 판사가 보기에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다른 거는 다 모르겠고 윤 전 대통령의 행정부가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건 빼도 박도 못하는 내란이다! 군인들이 타고 있는 헬기가 국회에 착륙했고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까지 진입했다는 물증들이 생생하게 있는데 그걸 인정한 것이 이번 판결의 전부다. 이 내용은 굳이 법관이 아니어도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보니 다른 거는 다 차치하고 그것만으로 내란죄를 성립시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봐주려고 하는 판사가 봐도 이거는 무기징역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12.3 계엄과 내란 사건은 대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올해 내내 항소심과 대법원의 재판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센터장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려면 최소한 6개월 이상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정치 상황도 지방선거가 있을 6월까지는 이대로 갈 것이고 6월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친한동훈계가 완전히 제거됐고 윤석열 대통령하고 거리를 둬야 된다고 주장하는 인물들도 밀려나고 있다. 어쨌든 국민의힘 핵심부는 아마 아무 얘기도 못하는 분위기다. 윤어게인 여론에 기대다간 지방선거를 망칠 것 같고 그렇다고 윤어게인과 선을 긋기에는 두려워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다. 지금 윤어게인 편을 들기도 어정쩡하고, 선을 긋기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문 전 대행의 판결문 속 한 대목을 주목해보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개인의 성향 자체가 워낙 몰상식했기 때문에 12.3 계엄의 비극이 빚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스템의 문제로 개선해야 할 지점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적대적 양당체제가 점점 수위를 높여 상대를 몰아붙이다가 계엄까지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이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소추로 인하여 여러 고위공직자의 권한 행사가 탄핵 심판에 따라 정지되었다. 2025년도 예산안에 관하여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에 대해서만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였다. 피청구인이 수립한 주요 정책들은 야당의 반대로 시행될 수 없었고 야당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와 국회의 법률안 의결이 반복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런 대립과 갈등 상황이 극에 달하면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차원에서 대국민 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거나, 정무수석이나 여당 지도부를 통해 야당과 타협안을 마련하는 카드를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꺼냈다.

 

그러나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되었다.

 

결론적으로 서로를 죽이고 저주해서 1표라도 더 많이 가져가야 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정치적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단순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최소한의 정치적 제도 변화라도 모색해야 하는데 박 센터장은 “사실 단임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4년 중임제가 도입되더라도 완전하진 않겠지만 선거로 재신임을 받는 절차를 두면 그나마 극단적인 대립 양상은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8년을 할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4년을 한 번만 하는 거랑 처음부터 아무리 못해도 5년을 보장해주는 것과는 다르다.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재신임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된다는 것이니까 여당과 대통령이든 야당이든 최소한의 자제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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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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