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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라면 ‘신승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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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88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개그맨 이진호씨가 불법도박과 채무 문제로 자숙 중에 음주운전까지 저질러 완전히 자멸하게 된 이슈를 나누던 중이었다. 자숙 중 반복되는 물의로 나락으로 떨어진 연예인들의 테크를 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들었다. 뜬금 없지만 마침 가을이 깊어 가는 시기 발라드 황제 가수 신승훈씨의 컴백이 있었고 ‘연예인이라면 신승훈처럼’으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수렴됐다.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발라드 가수로 35년간 정점의 위상을 유지하며 꾸준히 음악으로 승부를 봤고 그 어떤 티끌 같은 논란이나 사회적 물의 없이 완벽하게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신승훈씨는 <딩고>부터 <쓰담쓰담> <불후의 명곡> <컬투쇼> 등 바쁜 스케줄에 여념이 없는데 댓글에는 아래와 같은 팬들의 극찬이 나왔다.

 

안 늙어. 오빠는. 중고딩 때 콘서트 다 갔는데 자기 관리 최고인 승훈 오빠. 스캔들 하나 없고 사고 안 치고 좋은 음악에 뭐 하나 흠잡을 게 없는 이분은 레전드.

 

9월25일 16시반 진행된 오목렌즈 전화 대담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데뷔를 했는데 사실 90년대를 양분했던 김건모 씨나 신승훈씨는 활동한 기간에 비해서 발매곡이나 앨범 수가 별로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격언은 연예계에서 더더욱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지는 국룰과도 같은데, 이제는 연예인들도 적절히 커리어를 관리하며 숨 고르기도 하고 잠시 멈춤을 할줄 알고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물의 없이 롱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즘 잘나가는 걸그룹이나 젊은 배우, 예능인 등이 한 번 뜨면 1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곤 하는데 그렇게 지속하다가 인기의 안정화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에 훅 갈 때도 종종 있다. 배우 임수정씨는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서 아래와 같이 고백한 적이 있다.

 

(2012년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진짜 여우주연상은 배우를 시작하면서 받고 싶다고 꿈꿔 왔었거든요. 그랬던 순간이고. 그렇게 해서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저는 약간 목표를 상실한 느낌처럼 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히려 저를 돌보기보다는 계속해서 그 인정을 받은 것을 계속 더 인정받고자 하는 계속 더 사랑받고자 하는 그 마음 때문에 직진만 했던 것 같아요. 더 이상 뭔가 가슴이 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고. 계속해서 연기 생활을 하면서도 배우 임수정은 저도 알 것 같은데 인간 임수정은? 진짜 나는 뭘 좋아하지? 지금은 뭘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잠시 조금 멈추고 쉬어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고. 조금은 우회하는 길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본성적으로. 그래서 30대 때는 일을 조금 줄이고 개인 생활로 이제 일과 개인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밸런스를 맞추면서 잘 지내오니까 제가 좀 지금은 또 단단해졌더라고요.

 

신승훈씨는 대가수의 포지션을 형성하던 전성기 시절에는 앨범 발매 주기가 1~2년 이내로 짧았지만 커리어 중후반기로 넘어가는 2006년 10집 앨범 이후로는 중간에 미니 앨범들을 내거나 정규 앨범 발매 주기를 10년으로 늘렸다. 완성도 있는 음악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수년간 활동을 하지 않았던 시기의 사이클을 거쳤다. 그래서 35년간 정규 앨범 발매 횟수가 12집으로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신승훈씨는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는 이문세·변진섭·이승철 등과 비교해봐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극히 드물었고, 광고 촬영도 전무하다.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 기간일 때 외에는 명분과 의미가 없는 방송 출연을 자제했고, 광고 제안들이 수없이 왔음에도 슬픈 발라드를 부르는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전부 거절했다. 신승훈씨의 35년 커리어는 그렇게 완성됐고 60세임에도 여전히 전곡을 직접 만들고 부르는 뮤지션으로 남았다. 박 센터장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아마도 음악적 완성도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계속 작업실로 들어가서 곡 작업하면서 그렇게 정해놓고 얼마 만에 나와야지가 아니고 되는 대로 이렇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활동 주기 컨트롤을 굉장히 잘하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신승훈이라는 연예인은 예능감도 있고 아주 달변인데다 스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온갖 관찰 예능이나 과거 <불타는 청춘>과도 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섭외 1순위였을 것이다. 잘나가는 50~60대 남성 연예인 뭐 이런 느낌이라서 엇비슷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많은지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방송가 러브콜을 수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승훈씨는 ‘음악이라는 자기 본업과 본질’을 지키기 위해 앨범 작업과 공연에만 매진했다. 이진호씨가 신승훈씨처럼 활동했어야 했다는 가정법으로 직결시키고 싶진 않다. 다만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이나 현직 연예인들이 신승훈 모델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돈 많이 벌 때 바짝 버는 것 외에 다른 활동 패턴은 바보 취급 받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미지 소모도 있겠지만, 너무 많이 활동해서 돈만 많이 벌어놓은 만큼의 멘탈 관리를 하지 않아서 예기치 못한 논란이나 사고를 만나 무너지는 연예인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잘나가는 와중에도 스스로 내려놓는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다. 신승훈씨가 사실 소위 안식년을 갖고 그렇게 활동했다기 보다는 활동 주기와 형태를 강하게 컨트롤했던 사례로 의미가 있다. 어느 분야든 오래 하는 인물들 치고 그렇게 무리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우는 별로 못봤다. 나 역시도 신승훈씨의 팬들 중에 1명이긴 한데 팬들의 특징이 수년을 오래 기다려도 아무 소리를 안 한다. 알아서 때 되면 돌아오겠지. 그러고 만다. 팬들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그렇게 조바심을 내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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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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