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94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해서 세대 불문 전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뉴진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뉴진스의 신곡 활동이 ‘밈’처럼 미디어를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어느새 다른 탑 걸그룹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뉴진스의 음악이 그립다. 청량하고 신선한 비트와 멜로디, 힘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부르는 노래, 개개인의 개성과 군무의 조화를 느끼게 해주는 안무 등등 뉴진스의 컨텐츠는 차원이 달랐고 획기적이었다. 그런 뉴진스의 복귀가 간절한데 갈수록 ‘늪’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10월30일 뉴진스가 1심(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 재판장 정회일)에서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어도어가 전속 계약의 해지 사유로 정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2022년 4월21일 체결된 전속 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한다.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뉴진스 멤버들을 위한 매니지먼트 업무에 공백이 발생했다거나, 어도어가 그 업무를 수행할 계획·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희진 전 대표가 어도어를 반드시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전속계약에 없다. 무엇보다 계약 당사자 상호간 신뢰가 깨졌다고 보기가 어렵다. 어도어와 뉴진스간 신뢰관계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돼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어도어는 뉴진스가 협조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앨범 발매, 팬 미팅 준비, 월드투어 계획 수립, 행사·광고 촬영 기회 제공 등을 했던 점을 종합하면 어도어가 뉴진스에게 매니지먼트 서비스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뉴진스측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항소심 법원에서 그간의 사실관계 및 전속계약 해지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 번 종합적으로 살펴 현명한 판결을 내려 주시기를 바라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평범한미디어는 민희진 대표(ooak)·뉴진스와 하이브간의 갈등 국면이던 2024년 상반기 여러 차례 해당 주제를 다룬바 있고, 사실상 민희진 대표의 입장에 서서 기사를 출고했다. 그때는 여론의 향방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민희진 대표가 2024년 4월 듣도 보도 못한 기자회견 라이브를 자처해서 ‘걸크러시’ 이미지를 획득하고, 하이브 의결권 관련 가처분소송도 가뿐히 이겼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흘러갈지 아무도 몰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저희가 그 얘기를 할 때도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가 이상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지 그 최후의 결과가 민희진과 뉴진스의 승리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압박이 들어왔고 민희진 대표도 태도가 바뀐 느낌이 있다. 사실은 우리도 소송의 승패보다는 추후에 뉴진스 사례가 어떻게 엔터업계의 문화를 바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되게 안타깝긴 하지만 소송 결과는 뉴진스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2024년 가을 ‘하니’가 국정감사에 나와 이런저런 메시지를 냈을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연말부터 뉴진스 멤버들은 무리수를 뒀다. 셀프 계약 해지 선언 및 내용증명 발송이라는 강수를 두고 ‘NJZ’ 독자 활동을 강행한 것인데, 하이브는 당연히 계약 유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으로 맞서게 될 것이 뻔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2025년 3월 법원은 하이브측의 손을 들어줬고, 당황한 멤버들은 민심과 동떨어진 반응을 보이며 루비콘강을 건너갔던 것 같다. 가처분소송에서 미끄러진 이후 뉴진스 멤버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조롱의 밈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관심조차 사그라들며 이슈 메이킹의 테이블에서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여러 물증들에 따라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이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을 차별하거나 묘하게 무시했던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었지만, 법률적 효력이 있는 계약관계를 무효화할 만큼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론전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법정 공방으로 가져가지 않도록 전략을 치밀하게 짰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박 센터장은 “문서상으로 양측의 의무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계약서 뿐”이라고 강조했다.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가 내세운 근거들은 힘이 없다. 허나 정식 계약서는 사문서지만 공문서 같은 효력이 있다. 반면 뉴진스가 내세운 증거들은 개인 감정에 대한 것들이다. 근데 그런 것들이 아주 확실한 계약관계 파탄의 효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것은 인정을 받기가 어렵다. 우리나라 대중음악 산업의 가장 큰 부분은 아이돌 제작이다. 특히 육성형 아이돌은 회사의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된다. 그 투자는 당신들이 일찍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계약 기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중대한 하자가 있지 않는 이상 그걸 지켜야 된다라는 쪽으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계약 파탄을 인정받으려면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뉴진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간은 흘러간다. 하이브 밖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 멤버들이 손해배상을 해야겠지만, 활동하지 않은 기간은 전속 계약 기간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없으면 시간이 흘러 계약 만료 시기(2029년 7월)가 도래한다. 그 시간을 잘보내고 그 이후에 민희진 대표가 이미 차린 소속사(ooak)로 들어가서 더 큰 히트를 치는 것 말고는 지금 현재는 뉴진스에게 방법이 없다.
그러나 빠르게 돌아가는 ‘아이돌판’에서 1년의 공백도 데미지가 큰데 3년 반의 공백은 뉴진스의 영향력을 상당 부분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즉시 항소 입장을 공표한 이상 어떻게든 하이브와 ‘쇼부’를 봐서 화해를 하겠다는 카드도 선택할 수 없게 됐고, 출구전략을 위한 명분도 보이지가 않는다.
뉴진스가 하이브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시간을 견딜 수 있느냐라는 것이 관건인데 결국 시간 싸움이다. 여전히 뉴진스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겠지만 엔터테인먼먼트 업계 만큼 자본의 힘이 센 데가 없다. ‘버니즈’만으로는 대세를 돌리기가 어렵다. 사실 이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 뉴진스는 에스파나 아이브 못지 않게 아이돌판의 선봉이 돼서 막 뛰어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 결국 결정적인 미스는 민희진 대표한테 있다고 본다. 데리고 나오고 싶었겠지만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 이 싸움이 시작했을 때의 판단이 미스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명분이나 논리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과 권한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지금 뉴진스는 약간 자존심 싸움처럼 가고 있다. 항소심이든 대법원으로 가든 뒤집힐만한 또 다른 뭔가가 없는데 절대 굽힐 수 없다는 자존심만 남았다.
그래도 뉴진스를 어떻게든 다시 보고 싶다. 박 센터장도 마찬가지다. 뉴진스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강한 임팩트를 줬던 그룹인 것은 확실하니까. 그룹 활동은 어렵더라도 개별 활동이라도 좀 어떻게든 양해가 돼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뉴진스 이름으로는 못하겠지만. 그 개별 활동에 대해서까지 계약 조항으로 묶여있는지 모르겠지만 팬들과의 가벼운 소통이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