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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중과 상연> 욕 없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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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 오목렌즈] 87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자극적인 요소가 없고 욕설도 없다. 하지만 깊고 진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대중문화 리뷰를 자주 쓰고 있는 김건의씨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30년에 걸친 두 여성의 관계사를 15부작으로 펼쳐낸 <은중과 상연>의 섬세한 접근은 분명 인상적이다. 김고은과 박지현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감정의 교류, 시간의 층위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연출은 두 여성 사이에 있는 애증과 연민과 동경의 감정들을 깊이 있게 묘사했다. 초등학생 시절의 순수함부터 40대에 겪는 과거의 회한까지. 두 인물이 겪어온 시간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요즘 OTT 출시 작품들을 보면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통상 피가 낭자하고 잔혹한 스토리로 일관하는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도 수백억의 돈이 들어간 작품들 못지 않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 <은중과 상연>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도 15부작 러닝타임 14시간 반에 이르는 <은중과 상연>을 한 번에 다 볼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9월25일 16시반)에서는 <은중과 상연>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오락성이나 자극성에 올인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의 힘으로 굉장히 좋은 극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은중과 상연> 같은 작품은 두 번 봐도 좋고 그래야 더 깊게 이해될 작품이다. 김고은이란 배우는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치즈인더트랩> <도깨비> <대도시의 사랑법> 등에서 보였던 모습들이 그대로 은중으로 잘 드러났다. 박지현 배우는 직전에 나왔던 <히든페이스>에서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했지만 <은중과 상연>부터 본격적인 배우의 길이 열리는 것 같다.

 

그만큼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리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김단군은 아래와 같이 극찬했다.

 

일단 칭찬해주고 싶다. 배우 2명. 김고은과 박지현 미쳤나? 감히 말하겠다. 김고은과 박지현의 대표작을 언급할 때 무조건 은중과 상연이 들어간다. 김고은 배우는 워낙 활동을 오래 해서 대표작들이 많지만 근데 박지현 배우의 이 미친 연기! 이거 솔직히 김고은 배우나 박지현 배우나 캐릭터의 감정에 정확히 몰입을 못해서 연기가 살짝 어긋나면 망할 수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다. 근데 와 이 미친 연기. 난 정말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에서 만나 40대까지 30년간 인연을 이어오면서 끊임없이 선망하고 원망해왔던 은중과 상연. 둘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관계 하나로 극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김고은 배우와 박지현 배우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다. 박 센터장은 “제목이 왜 <은중과 상연>인지 알 것 같다. 사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의 주목도는 상연이한테 더 가야 정상이다. 근데 보고 나서의 느낌은 은중이한테 더 비중이 있다”고 말했다.

 

상연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 좀 크다. 그런데 말기암 환자인 면이 있어서 사실은 상연의 죽음과 그것과 연결된 어떤 그런 것들을 좀 많이 보여줄 수 있어야 되는데 과거 장면들로 두 사람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지배적이다 보니 은중의 비중이 높아졌다. 약간 두 배우의 밸런스가 좀 깨져 있는 느낌이 있다. 은중이 저렇게 행복하게 살고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고 그래서 조금은 질투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상연이가 조금 더 못됐든지 아니면 조금 더 사랑스럽든지 해야 되는데 좀 약하다.

 

극 초반에 상연은 갑자기 은중을 찾아와서 스위스로 가서 ‘조력 사망’을 할 건데 동행해달라고 부탁한다. 박 센터장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되는 부분”이라며 “사실 조력사를 허락하는 나라까지 가서 그 상황을 보여준다라는 건 어떻게 보면 극적으로 굉장히 모험이고 거기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부여해 줘야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은 그 부분이 당위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연이라는 인물이 그래 그렇게라도 하는 게 너한테 행복하겠다라는 그런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내 기준에서는 그게 좀 약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히려 은중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상연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여전히 어떻게 보면은 자기의 열등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능력과 배경을 갖고 있는 상연은 가난하게 살고 있는 은중이가 구김살 없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기적이지 않고 모나지 않은 은중의 내면이 상연의 부러움 대상이다. 상연이 은중에게 조력 사망 동행을 요청하러 찾아오기까지, 둘은 관계의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오르내렸다. 현직 마케터 이지희씨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선망과 원망이 한자리에 피어나고, 애정과 증오가 한 몸처럼 얽히듯, 은중과 상연의 시간 또한 그렇게 꼬이고 풀리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동경이었고, 때로는 질투였으며, 끝내는 죽음마저도 함께 걸어가야 했던 인연이었다. 누군가의 삶에 박힌 못처럼 아프고 날카로운 기억일지라도, 그 상처가 곧 존재의 증거가 되듯이.

 

상연은 왜 굳이 끝내 관계가 단절된 은중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던 걸까. 박 센터장은 “애증”이라며 “찾아갈 사람이 은중이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상황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이런 쉽지 않은 부탁을 했을 때 그걸 끝내 받아줄 사람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그래! 감정적으로 절대로 안돼! 연명 치료라도 해보자! 이렇게 나오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기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굉장히 찾기 어려운 사람을 찾았던 것이고 그게 은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연이 입장에서 은중을 찾은 이유는 거리감이 확보됐기 때문일 것이다. 크게 싸우고 더 이상 보지 않는 관계가 됐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상연은 은중에게 “니가 멀쩡한 게 싫어”, “너도 망가졌으면 좋겠어. 나처럼”이라고 모질게 말한다. 은중을 향한 결핍의 콤플렉스를 대놓고 드러내는 만큼 시청자들의 미움을 많이 받았는데 박지현 배우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체 왜 저럴까 싶다가도 품어줄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상연을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시청자들이) 은중도 이해하고 상연도 이해해야 마지막 결말까지 함께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이번 <은중과 상연>이 “박지현 배우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모험”이라며 “내가 박지현 배우를 되게 크게 보는 잘될 거라고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모험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작품들을 보면 평범하지 않다. 상연이라는 인물에게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박지현이라고 생각을 한다. 약간 좀 균형이 무너지긴 했지만 사실은 시청자들은 주인공 중에 누구 하나와 동일시해서 보기를 원한다. 주로 은중에게 그렇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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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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