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66-2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6년~2017년 국정농단 이후 또 다시 겪게 된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이었다. 12.3 계엄 사태는 이재명 정부의 탄생으로 반년만에 마무리가 됐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계엄 첫날은 분노였고 그 다음부터 4월4일까지는 기다림과 초조였던 것 같다”면서 “그 다음 두달은 당연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는데 뭔가 불안했다”고 회고했다. 전국민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4일 17시반 박 센터장과의 오목렌즈 전화 대담이 이뤄졌다.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힘과 내란 세력은 기세등등했기 때문에 도대체 뭘 믿고 저러나 그랬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더라. 내가 지난번 오목렌즈를 통해서 이재명의 압승이 어림도 없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놓쳤던 게 과반은 넘을 것 같다는 부분이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반은 넘겠지 했는데 그 과반도 못 넘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짜 믿고 있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증명이 됐다.
돌이켜보면 2017년 19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위 홍준표 후보를 500만표 이상의 차이로 앞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농단발 후폭풍 때문이었는데, 그 국정농단의 실체는 권한 없는 민간인에게 권능을 주고 개인적인 부정부패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흐름은 내란 세력에 대한 압도적 심판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딱 8%(289만1874표) 차이로 이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박 센터장은 “사실 국정농단 때보다 더 심해야 되는 게 정상”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리석었다로 끝날 수 있는 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스스로 나를 끌어내려 달라고! 나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뛰쳐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망쳐나온 사람을 굳이 다시 대통령실로 밀어 넣으려고 그랬던 세력들이 결집해서 꽤 컸던 거고 그 사람들이 ‘윤 어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호까지 외치고 있다. 대체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탄핵 이후에도 (김문수 후보가 역전할 수도 있다는) 그들의 기대가 사그라들지 않았으나 판단 미스였다.

국정농단 때는 광화문 태극기 집회가 태동했으나 ‘박근혜 어게인’이라는 구호가 없었다. 태극기 집회도 전체 보수우파 중 극히 일부로 주변화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손현보와 전광훈의 극우 지형이 상당해졌고 주류화됐다. 국민의힘 당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친윤석열계는 계엄 반대와 탄핵 반대를 선명하게 내세우지 못 하고 있다. 심지어 전광훈의 자유통일당에 속해 있으면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극우 정치인 김문수가 보수우파 진영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걱정스러운 건 지금 우리나라가 굉장히 우경화되어 있다. 이번에도 보면 진보 후보라고 할 수 있는 권영국 후보는 너무 소수자 후보이고 그 외에는 전혀 없다. 보수 후보와 극우 후보가 주요 후보였는데 내가 걱정하는 게 뭐냐 하면 이런 거다. 여야가 바뀌었는데 내란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을 정당 해산시키고 싶어도, 정당 해산시키는 게 너무 당연하지만. 내란을 실행하고 거기에 동조한 게 너무 명확한 정당을 우리는 살려둬야 된다. 그 국민의힘에 무려 40%의 지지를 주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산을 못 시킨다는 얘기다.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내란 청산을 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끝을 내야 되고 종식시켜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 종식을 못 시킨다.
2013년~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기획 하에 강제 해산당했던 통합진보당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당시 통진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던 만큼 박근혜 정부가 욕을 먹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었는데,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내란 옹호를 했지만 대선을 통해 1440만명의 국민 지지를 확인한 만큼 결코 사라질 수가 없게 됐다.
계엄 초기에는 계엄 해제에 동의했던 18명의 친한동훈계 의원들 때문에 적어도 국민의힘이 정당 해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18명이 아니고 1000만 이상의 국민들이 그 뒤에 있다.
거대 보수정당으로서의 위치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한동훈 전 대표의 스탠스도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래서 한동훈 전 대표도 후보 경선할 때 당내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나와서 원외에서 정당 만들어서 해야 효과가 있다라고 말씀을 드렸던 건데 지금 보니까 당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동력이 없다. 사실 한동훈이 경선 패배하고 일관되게 윤석열 부부와 선을 긋고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냈지만 정반대로 가고 있는 국민의힘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모순될 수밖에 없다. 사실 계엄 터졌을 때 빨리 판단을 해서 탈당하고 창당을 했어야 되는데 명확하게 말씀드리면 개혁신당엔 이준석의 파트너로서 허은아와 몇몇 인물들이 있었지만 한동훈에겐 그럴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