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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이 ‘탑배우’로서 누려왔던 세월을 생각해보자

※ [박성준의 오목렌즈] 101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2025년 연말은 유독 연예계의 빅뉴스들이 연달아 터진 희한한 분위기다. 일단 각기 논란으로 조세호와 박나래가 자숙에 돌입했고, 조진웅은 일주일째 대한민국의 언론과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12월5일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로 일명 ‘조진웅 사태’의 문이 열어젖혀졌다. 과거 청소년기에 조진웅은 중범죄를 저질렀고 소년원까지 다녀왔지만 탑배우로 잘만 활동했다. 결국 준공인의 스타 연예인으로 남을 수 없는 범죄들이 폭로되어 곤혹을 치르다가 등떵밀려 은퇴를 선언했다. 사실상 퇴출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에 갑론을박이 있다. 아무리 미성년자 때 저지른 큰 범죄라고 해도 유명 연예인이 그랬던 사실관계가 까발려지면 당연히 활동하기 어렵고 활동해서도 안 된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야 유지될 수 있는 연예인 직종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위법까진 아니더라도 태도 논란과 비호감 이미지만 형성되더라도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 당위와 규범을 떠나 현실이 그렇다. 도덕적으로도 준공인적 성격을 갖는 연예인이라면 그런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태로 활동을 이어갈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일부 정치 과몰입자들이 갑자기 ‘소년범의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투사가 됐다. 민주당 진영에 묶여 있다고 판단되는 소셜테이너 조진웅을 과하게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데 논점은 이런 거다.

 

소년원을 다녀오고 교화가 된 사람에게 낙인을 찍어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게 맞나? 예전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배우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맞나?

 

 

 

30년 전 철없을 때 저질렀던 범죄를 가지고 연예계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피해자에게 더 가혹하지 않을까? 뭔가 다수론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내면 본인들이 멋있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생각과 주장은 자유다. 그러나 굳이 남들과 다른 그 저열한 똥글을 SNS에 싸지르고 본인들의 저급함을 스스로 드러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하게 비난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그들은 조진웅을 옹호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부터 헌법 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언급하고 이밖에도 석가모니, 샤르트르, 헤겔, 예수 그리스도, 한나 아렌트, 도스토예프스키까지 들먹이며 쉴드에 여념이 없다. 선을 넘어도 너무 많이 넘었다. 

 

물론 슈퍼스타였던 조진웅의 퇴출과 무관하게 소년법과 소년 사건의 제도와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의 이번 오목렌즈 대담(12월11일 15시반)에서도 이런 대목을 다뤘다.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감상평을 물었다. 박 센터장은 어떻게 이런 사실이 유출되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뗐다.

 

일단 처음 드는 생각은 왜 이게 지금 이제서야 터졌을까? 그 이후에 드는 생각은 ‘이 범죄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다.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분명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약 30년 전의 기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가 의문이다. 범죄 기록, 전과 기록이라는 것은 개인의 중요한 서류다. 언론에서 이 기록을 입수하는 것이 쉬운 일인지 쉽지 않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떠나서 전체적으로 공표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진웅 배우의 잘잘못과는 별개로 이 문서가 유출되고 공표됨으로 인해 조진웅이라는 사람의 인권이 침해받는 느낌도 없잖아 있다.

 

민주당과 거대 양당체제에 비판적인 박 센터장의 이러한 지적은 디펜스에 혈안이 된 사람들과는 달리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결국 낙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미 30년간 청소년 강력범죄 전력이 알려지지 않았고 탑배우로 성공했던 조진웅이었던 만큼 소년범 낙인 문제와는 무관한 게 아닐까? 박 센터장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

 

30년간 범죄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범죄 기록이 잘 보관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함부로 유포하면 안 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개인 신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진웅 배우가 활동 기간 동안 나름대로 이미지 관리를 잘 했다. 만약 이미지 관리를 잘 하지 못하고 옛날 버릇이 나온다면 그 문제가 진작 알려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강력 범죄 말고도 잦은 폭행과 음주운전 문제가 데뷔 이후에도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파묘되듯 조진웅의 난폭함에 피해를 당했다는 미투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나오고 있다. 조진웅은 잘나가는 연기파 배우이기도 했지만 유독 독립운동 역사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깊은 관심을 표했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였다. 연기했던 작품 속 인물들도 정의로웠다. 그야말로 선한 이미지가 박혀 있는 개념 연예인 그 자체였다. 

 

조진웅 배우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다. 그 형사는 정말 정의로운 형사였다. 이 <시그널>이라는 드라마조차 이제 10년 전 드라마다. 조진웅 배우를 고발할려면 지금의 폭로가 그때 터졌어야 했다. 아니면 다른 유명한 작품에 등장하기 전에 터졌어야 했다.

 

사실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꽤 알려져 있었다. 디스패치도 2017년 관련 제보를 처음 받았고, 경력 30년이 넘는 김대오 연예전문 기자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한겨례 사회부에서도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을 그 즈음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다들 오래전 청소년기의 범죄라서 고민 끝에 터트리지 않고 묻어두고 있었던 것 같은데, 8년만에 전국민이 그의 실체를 알고 퇴장시키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매번 이런 식으로 폭로가 나올 때마다 해당 연예인이 퇴출되는 일련의 패턴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박 센터장에게 물었다. 

 

엄밀히 말하면 퇴출이 아니다. 조진웅 배우가 자진해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그냥 은퇴라고 말해야 될 것 같다. 소년원 기록은 문서화된 것이기 때문에 그 뒷면의 세세한 배경은 우리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록들을 보면 명백한 중범죄들이다. 이 중범죄에 대해서는 연예인, 공인에 한에서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켜야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꼭 직접적인 가해가 아니라 연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지탄을 받을만하다. 그래서 이번에 조진웅 배우의 은퇴 선언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한 순간의 신기루처럼 자취를 감춘 ‘연기파 배우 리스트’에 조진웅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안타까운 건 조진웅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었던 연예계와 영화계에서의 포지션, 40~50대 남성 배우로서 그만이 가질 수 있던 캐릭터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조진웅 배우는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하고 정의로운 역할도 많이 맡았었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많이 던졌다. 그동안 좋은 모습만 보였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큰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배우를 잃었다는 안타까움은 있다.

 

물론 조진웅이 완벽한 대체불가의 위치는 아니고 누군가 그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조진웅이 없다고 해서 영화판과 드라마판에 큰 지장이 초래되는 것도 아니다. 조진웅 만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한 트럭이다. 물론 드라마 <시그널2> 관계자들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는 유감의 표시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조진웅 사례처럼 데뷔 전 또는 청소년기에 학폭이나 기타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연예계나 정치권 등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직종으로 진출하려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박 센터장은 광대에 불과한 연예인일지라도 준공인의 성격을 갖는 만큼 활동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나아가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진짜 공인’은 정치인들이라는 점을 환기했다. 

 

당연히 안 된다고 본다. 아까도 말했지만 공인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은 대중하고의 접점이 많다. 브라운관, 스크린, 유튜브 등등 매체를 통해서도 접점이 자주 발생한다. 비연예인, 비공인보다는 좀 더 엄격한 모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경우 그 마주치는 빈도에 비해서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것 같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나 분노가 정치인들에게도 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노출 빈도에 있어서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또 등장했다. 공인 음모론 전파자 김어준에 의해서다. 김어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활동 때문에 선수들한테 작업을 당한 것이라고 의심한다”는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증거 획득 방법이 정당했느냐를 따지면서 증거 자체를 흐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그렇게 법적으로 따질게 아니다. 국민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게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연예인은 거의 준공인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치가 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민감도도 높다. 조진웅 배우를 감싸는 사람들은 그 민감도에 대한 대처를 이상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진웅 배우가 애초에 잘못을 하지 않았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의 잘못이 용납할 수 있는 모습과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조진웅 배우는 후자다. 음주운전, 성범죄, 폭행 등등 피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가해자를 자주 보면 피로도가 쌓인다. 그것을 방지해야 한다.

 

정치적 진영논리와 무관하게 ‘가혹하다’는 일부 여론도 감지되는 것 같다.

 

‘가혹하다’라는 말이 나올려면 지금까지 탑배우로서 누려온 세월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 피해자가 제일 가혹하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배우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이번 사건이 폭로되면서 아버지의 이름에 굉장한 먹칠을 했다. 예전에 아버지의 이름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겠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그 말의 의미가 모두 퇴색되어 버렸다. 여러모로 안타깝다. 조진웅 배우가 은퇴를 선택한 것은 잘한 것이다. 사실 잘했다기 보다는 선택지가 그것 밖에 안 남아 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복귀할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복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에서 짚고 가야 할 교훈이나 포인트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 센터장은 다시 한 번 기록 유출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이번 사건에서 놓치지 말고 가야 되는 포인트는 이 기록이 어떻게 유출되었느냐다. 조진웅 배우를 좋아하는 일각에서는 소년원을 통해 갱생한 스타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근데 중요한 것은 그에게 그런 과오가 있었음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사후적으로 어떤 사유에서든 알게 됐다면 더 이상 활동하면 안 되는 것이 맞지만 애초에 이런 식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의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에게 과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폭로라는 형태로 알기 싫어도 알게 되어 버렸다. 이런 식의 폭로는 자제해야 한다. 언론이 굉장히 주목도가 강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다루어야 되는지를 한 번 더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사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미디어에서도 조진웅 사태를 다룬 일반 기사를 하나 쓰고 폭로 과정에 대한 언론의 책임도 한 번 다뤄서 기사를 써야 할 것 같다. 두 논점을 별개의 지점으로 다루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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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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