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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상 이후 “한국인이 좀 더 다독하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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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8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정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속보가 나온지 벌써 2주가 훌쩍 지났다. 그동안 노벨 평화상, 3대 영화제, 아카데미상, 에미상, 빌보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메이저리그 골든글러브 등등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한국인이 상을 탔다는 소식들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노벨 문학상을 한국인 작가가 거머쥐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만큼 놀라운 일이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속보가 한국 시간으로 10월10일 20시쯤에 나왔는데) 그쯤에 듣고 나도 페북에도 썼지만 한강이 언젠가는 탈줄 알았다. 언젠가는 탈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빨랐다”고 운을 뗐다.

 

시기가 굉장히 잘 맞았다고 본다. 아시아에서 다시 타야 될 때이기도 했고 또 한강 작가의 최근 활동이 굉장히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지 한 10년쯤 됐으니까 흐름을 타고 노벨 문학상에 이르렀던 시점이 아닐까. 한강과 같이 이야기가 되던 무라카미 하루키나 찬쉐 같은 그런 작가들도 굉장히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가이지만 그래도 한강 작가가 서사의 깊이라는 면 혹은 역사를 다루는 힘에서 굉장히 큰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5.18과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섬세하게 다루는 역량과, 분단 국가 국민으로서 여전히 북한 이슈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극우화되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그런 모습들도 한강이라는 작가를 유독 돋보이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제 번역만 활발하게 이뤄진다면 한국 문학 작품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걸까? 박 센터장은 “지금 우리나라 작가들의 특징이 뭐냐면 각자 갖고 있는 색깔들이 다채로워서 아마 아시아에서 순차적으로 노벨 문학상을 탈 때쯤이 되면 매번 한국 작가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정서가 있다. 아직 유일한 분단 국가이기도 하고 본인들의 역사를 굉장히 해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쉽게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런 힘들은 충분히 갖고 있다. 한강 작가는 시로 등단했으면서 소설을 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문체가 굉장히 읽기 쉽게 돼 있다.

 

한강 작가 이후로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더라도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책을 좀 읽어야 한다”는 게 박 센터장의 제언이다. 지금 한강 작가의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소위 노벨상 붐을 탄 ‘있어빌러티’ 현상에 가깝다. 갈수록 OTT와 유튜브, SNS 숏츠가 한국인의 뇌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라서 출판사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책을 좀 읽어야 한다. 그러니까 괜찮은 작가들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기반이 약하면 이런 흐름도 몇년 안 간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사실 한강 작가의 책이 많이 읽히긴 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다 보니까 어느 시점에 어떤 책을 읽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일단 와!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는 상황이라서 문학 작품을 많이 읽는 흐름이 전반적으로 퍼질 것 같지 않다.

 

뉴스에서 보고 한강 작가의 소설을 접하게 됐다면 여기서 1+1으로 근래 뜨고 있는 문학 작품과 비문학 작품을 한 번씩 더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계기가 중요하다.

 

중요한 거는 이런 시기에 그러니까 한강 작가의 책이 100만부 이렇게 나갈 때 원 플러스 원으로 한 권을 더 읽을 수 있느냐다. 한강 작가 말고 다른 작가의 책들도 읽을 수 있는가? 무슨 얘기냐면 독서를 하고 책을 권해주는 건 주로 부모님 세대다. 청소년이나 젊은 세대가 직접 책을 골라서 읽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요새 근데 부모들이 책을 골라주려면 부모들이 읽은 책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야 된다.

 

쉬운 책부터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보면 어떨까. 청소년은 물론 책을 안 읽는 청년 세대가 이제부터라도 시작해보기 위해선 책을 읽었던 경험들이 재밌는 기억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박 센터장은 “이번 기회에 아주 쉬운 책 그러니까 동화책부터 소설까지 요새 청소년 소설도 많고, 재밌고 유익한 동화나 만화책도 많다”며 “사실 한국적 현상인데 현재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만 팔리고 <소년이 온다>만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께서 우리나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부에서 이번 기회를 잡아서 전국민이 좀 더 손쉽게 책을 맞춤별로 읽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구조적으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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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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