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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달리 초등학교에서는 왜 ‘학생’이 청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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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광주고등학교학생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장우 학생은 학생 자치가 잘되고 있는 학교들이 있는 반면 전혀 그렇지 않은 학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와 관련해서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처음에 학생의회 의장을 하기 전에 학교 부회장으로 있을 때에는 이렇게 뭔가 교복 개정이라든지 지금 보면 여기 서석고 학생과 (나도 같은 서석고 재학 중인데) 저하고 교복이 다르다. 최근에 교복이 개정된 건데 이런 교복 개정이라든지 뭐 학생회 부서 개편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운 제대로 근거를 들어 말씀을 드리면 (학교에서) 잘 바꿔주고 의견을 잘 받아들여주셨다. 그래서 다른 학교들도 다 이렇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학생의회 의장이 돼서 다른 학교 회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더라. 특히 사립 남자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성적이 안 되면 학생회장 자체를 못 나가게끔 규칙으로 그렇게 해놓진 않았지만 압박을 준다거나 이런 경우까지도 있더라. 그래서 내가 있는 공간이 가장 안 좋은 공간도 아니고 가장 좋은 공간도 아니구나. 보통 학생들은 자기 학교에 대해서 굉장히 안 좋은 말을 많이 하니까.

 

 

지난 5월16일 오전 광주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5 세계인권도시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의 한 세션으로 <학생자치로 만들어가는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교실 문화>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청소년, 교사, 교육공무원, 교육 전공 교수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 학생은 학교간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간의 교류가 중요하다. 그 부분을 좀 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보면 그나마 선생님들께서는 다녔던 고등학교하고 또 근무하는 고등학교 하면 최소 2개 이상의 고등학교를 접해보는데 학생들은 고등학교 딱 하나만 접해보고 사회로 나간다. 그러다 보니까 자기의 어떤 고등학교 문화가 어떻게 보면 자아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시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근데 자기가 속해 있는 그 몇백명 단위의 작은 공간이 진짜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일반화를 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어쩌네 저쩌네 근데 너네 학교는 괜찮은 편이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뭐 이런 것들을 학교간의 교류를 통해서 느껴봤으면 좋겠다. 물론 광주교육청은 감사하게도 학생 의회를 운영하면서 학생회장들 중심으로 학교간 교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되게 소수의 지역만 이런 게 존재한다. 전국 단위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최 학생의 바람처럼 이참에 학교간의 교류를 법이나 조례로 뒷받침해서 제도화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의 학생 자치도 궁금한데 마이크를 넘겨 받은 정은유 학생(광주교대부설초 6학년 학생회장)은 매주 각 학년 반장들과 부회장을 비롯 모든 학생 임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저희 학교는 매주 금요일마다 각 학년의 학급 반장들과 회장인 저와 부회장들이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회의 주제를 정하고 학교에서 좋았던 점, 바라는 점 그리고 아쉬웠던 점들을 공유한다.

 

이렇게 의견을 모아서 교장 선생님께 전달하는데 학교 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입장 반영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다른 초등학교 사례도 들어보고 싶은데 김선숙 주무관(광주교육청 세계민주시민과)은 효동초의 배대식 교사를 호명해서 의견을 청했다. 배 교사는 우선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교육 부담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라며 “학원을 안 다녔으면 좋겠고 학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많다”고 환기했다.

 

우리 학생들이 요즘에 학교를 다니면서 실은 많이 힘들어 한다. 특히 사교육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 학생들은 학원을 안 다녔으면 좋겠고 학원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많이 말한다. 근데 그런 것들은 대부분 안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사회 전반적인 문제임데도 이런 것들은 대선 기간에 대통령 후보들의 입에서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배 교사는 청소년 노동권 차원에서 청소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청소다. 학교 청소인데 우리 교육대 학생도 왔는데 교대생들은 교내 청소를 하지 않는다. 성인들이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 청소년들은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청소를 하고 있다. 이건 좀 심각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이나 교육감들에게도 제안을 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던 것이 학생들이 과연 청소를 하는 게 맞는지부터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청소년 인권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인권의 기본 원칙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건 교육적 차원에서 그냥 해야 한다고 끝내버린 경우가 많다. 좀 심각하게 생각해서 이게 노동으로 들어갈 것인지 교육 차원인지 불분명한데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한다.

 

대학과 달리 군대에서는 생활관과 기타 공간들을 군인들이 직접 청소하는데, 과연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계속 청소를 시키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청소 노동자를 고용해서 청소년들의 청소 노동을 대체해줄 수도 있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청소를 하는 학생들만 하고 안 하는 학생들은 안 하는데 이런 부분도 해결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청소를 대부분 못 한다. 실제로 못 한다. 하는 학생만 하기 때문이다. 성실한 학생만 대부분 하고 다른 친구들은 청소를 하지 않고 장난하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육청 차원이나 정부 차원에서 좀 나서서 학생들이 정말 청소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것인지 계단이나 교실, 복도 등은 기성세대가 학교를 다녔을 때 당연했는데 지금 자라고 있는 미래 세대 아이들은 그런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도 될 겸 청소 인력을 점점 배치를 해준다면 충분히 아이들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숙 주무관이 배 교사의 깜짝 제안에 자기 입장을 밝혔는데 “내가 사용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내가 청소할 수 있다. 이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나온 결론”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화제가 된 키워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이었다.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장덕동에서 돌봄 관련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3주체(학생/학부모/교사)가 학교를 이루고 있는 핵심 주체인데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되는데 학교에 안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 학부모들의 참여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를 플로어에 내던졌는데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선주원 교수(광주교대)가 마이크를 잡고 “2023년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계기로 교권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아졌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청했었고 그 찬반 의견이 팽팽해서 공청회를 한 적은 있다”고 환기했다. 장윤미 교사(각화중)는 “나는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적인 관계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고 교권이 강화되면 학생 인권이 추락할까? 반대로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 교권이 추락할까? 그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같이 행복해야 행복한 학교가 되고 또 그런 삶의 과정을 통해서 사회에 나가 건강하고 따뜻한 민주시민으로서 살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3주체가 모여 함께 이야기를 하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에 신가중에 있다가 올해 각화중으로 왔는데 학기 말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 학기를 반성적으로 돌아본 적이 있다. 교육청에서도 3주체가 모이는 그런 장을 2021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다.

 

최 학생은 서이초 사건을 거론하며 어떻게 보면 교권 추락이 가시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근데 그 원인을 학생 인권의 신장에서 찾는다는 건 좀 오류가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옛날에 교권이 강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학생 인권이 신장되긴 했지만 그것 자체가 교권 추락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숏폼 같은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물이 많고 게임이라든지 학생들이 어떻게 보면 예의범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하는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학생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권리를 누리지 못 하는 것의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부당한 인권 침해를 받으면 오히려 더 교권이 추락할 요인이 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을 만든 분들은 이런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학생 의회 차원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안에 학생들의 의무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을 시키자는 부분도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관련해서 지난 2024년 4월 일부 광주시민 1만388명이 참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 조례 청구안’이 광주시의회로 상정된 적이 있었다. 학생 인권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자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면서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한 시민이 손을 들고 아래와 같이 질문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준수해야 될 의무와 책무 일종의 교칙을 지켜야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제 그것과 충돌을 일으킬 경우에 어느 수준까지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가라고 하는 부분을 한 번 여쭙고 싶다. 이를테면 저희 딸이 화장하기를 좋아한다. 곧 중학교에 가면 치마 길이를 몇 센티미터까지 줄일 수 있을까 이것도 나한테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래서 학교에서 정하는 교칙과, 학생들의 인권으로서 자유로운 의사 표시와 개성 이런 권리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럴 경우에 가장 적절한 처리 방법은 무엇일지 여쭙고 싶다.

 

 

이에 노철현 교수(서울교대)는 “이론적으로 말하면 사실 갈등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결국 권리의 문제는 권리를 행사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운을 뗐다.

 

교권이 추락한다든지 그런 느낌을 받는 이유는 가령 회사에서도 마찬가진데 사주가 이때까지의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 해왔는데 노조 또는 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돼서 권한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게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인권 배분 문제가 되는데 학생 인권이 증가하면 교사의 인권이 낮아진다? 관념상으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근데 현실상으로 보면 무엇인가 이제 학생이 규칙을 정하는 데 참여를 하는 것이 교사와 교장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의 결정권을 일부 나눠줘야 된다는 뜻이라서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은 결정권의 독점이냐 분배냐의 문제다. 내가 독점할 거냐 같이 나누어서 분배할 거냐. 어느정도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것은 합의에 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1980년대처럼 교문 앞에서 선도부와 학생부장 교사가 막대기를 들고 폭력적으로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고 기합을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노 교수는 이러한 변화도 더 이상 이런 인권 침해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아마 1980년대 두발 규제와 복장 규제를 겪으셨을 것 같은데 지금은 없어졌다. 결국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건데 예전에는 화장도 못하게 했는데 지금은 남학생도 대학에서 화장 많이 한다. 요즘 남학생들도 파운데이션 한다. 안 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어느정도까지 학생들의 미용이나 자기 꾸밈을 수용해야 되느냐. 현실 세계에서는 분배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분배는 결국 여러 사람들의 합의 여부에 달렸다. 합의는 다소 정치적인 문제이지만 토론과 논의의 장이 열린다면 타협을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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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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