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65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오랜만에 재개될 오목렌즈 대담에서는 대선 판도를 여러 각도로 다뤄봤다. 사실 2주 전 한달 반만에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과 전화 통화를 했고 그 당시 가장 핫했던 국민의힘 ‘김덕수 단일화’ 문제를 다뤘으나 새벽의 후보 교체 쿠데타로 인해, 박 센터장이 분개했고 이번 오목렌즈는 기사화하지 말자고 부탁을 해오셨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22일 19시반 다시 전화를 걸었고 박 센터장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배우자 토론 제안에 대한 코멘트로 “너무 황당해서 언급을 해야 되나 싶을 정도인데 사실 이거는 김건희 효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의힘 입장에서는 김건희 게이트처럼 이재명 대표의 김혜경 여사도 못지 않게 문제라서 대통령 배우자로 부적격하다는 논리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걸 노리기 위해서 배우자 토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러면 배우자 토론이 있었으면 김건희는 진작에 배제됐을 거고 윤석열은 진작에 아웃됐을 것 아닌가?

황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배우자를 뽑는 선거인가”라는 물음에 박 센터장은 “배우자가 1등 하면 배우자로 대통령 후보 바꿀 수도 있는 것인지”라고 맞장구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요즘 들어 개별적인 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보단 ‘이재명과 민주당 비판’ 그리고 ‘윤석열·김건희’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조언을 피력하는 방식이다. 박 센터장은 “(김문수 후보) 이름이 없는 2번 티셔츠 입고 2번 점퍼 입고 유세를 하던데”라며 “유세 현장 나가서도 김문수 이름조차도 얘기하지 않고 있다. 이게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의 재밌는 점인데 김문수 후보도 유세를 할 때는 국민의힘 얘기 절대 안 한다”고 환기했다.
반대로 한동훈이나 다른 지도자급 인사들도 유세 현장에서 김문수 얘기 안 하고 국민의힘 얘기만 한다. 손발을 일부러 안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왜냐하면 국민의힘 후보라는 게 부각되면 이재명과의 1대 1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은 ‘이준석과의 단일화’가 대화 주제로 거론됐다. 김문수 후보가 지속적으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이) 0%로서 김 후보가 사퇴하고 투표 용지에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간소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재차 선을 긋고 있다. 박 센터장은 “근데 생각을 해보면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되냐면 탄핵에 찬성한 보수들 다 나한테 모여라를 해야 된다”며 운을 뗐다.
근데 탄핵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계엄 당시 내각의 일원이었던 김문수와 단일화한다고?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고 또 다시 양두구육을 해야 하는 것이라서)선택의 여지가 없다. 완주 밖에 없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40% 중반과 초반의 박빙 구도로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며, 이준석 후보는 10% 초반대다. 그래서 김문수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포섭해서 역전의 신화를 쓰고 싶을 것이다. 박 센터장도 “내가 보는 판도는 그런 건데 이재명이 되긴 될 것”이라면서도 “압승은 어림도 없고 어렵게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압승이 어림도 없냐면 압승의 조건이 사실은 이재명 60% 이상 득표율, 김문수 30% 이하 득표율인데 둘 다 어렵다. 잘 봐야 되는 게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블랙아웃 전까지 격차가 한 자릿수 이하로 유지되면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시간끌기 전략이긴 했지만 계엄 선포와 탄핵이 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김문수 후보가 뽑혔다가 밀렸다가 뽑히는 바람에 김문수가 거의 영웅이 돼 버린 분위기가 있다.
묘한 지점인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임에도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기는커녕 여전히 “꼿꼿 문수”의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다.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은 모호한 계엄 사과와 더불어 윤 전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도, 부정선거 영화 관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박효영 기자: 그런 김문수 후보가 이상한 컨벤션 효과를 만들었다. 지지율도 한덕수한테 밀렸고 당내 친윤 세력이 거세게 몰아붙였는데 끝까지 후보직을 안 내놓고 버텼다. |
박성준 센터장: 그러니까 이상한 컨벤션 효과가 있었다. 전광훈과 함께 윤석열을 열렬히 지지했던 광화문의 김문수하고, 후보 자격이 끌어내려질뻔한 피해자 김문수가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졌다. |
박효영 기자: 그 김문수도 친윤 세력한테 당하더라. 뭐 이렇게 이상한 동정 여론을 등에 업었다. |
박성준 센터장: 오히려 친윤 세력에게 당하더라가 아니라 친윤 세력하고 척을 질 수도 있고 나중에는 친윤 세력을 없앨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니까 친윤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전통 지지자들이 김문수한테 기대를 걸게 된다. 보수 결집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70대의 김문수임에도 불구하고 30대 민주화 투사 김문수와, 5~60대 초반 경기도지사 시절 김문수 이야기만 한다. 내란과 관련될 수 있는 윤석열 정부 이후의 김문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게 전략인데 묘하게 통하고 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한길씨와 함께 이영돈 피디가 제작한 부정선거론 관련 독립 영화를 관람하는 등 공개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재판 받으러 가는 도중 언론인들과 마주하는 포토라인에서는 아무 코멘트도 내지 않던 윤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 선언을 하며 김문수 후보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혹자는 윤 전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면서 국민의힘의 선거 판세에 좋을 리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너무 나간 해석”이라면서 “우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기가 대통령인줄 알고 마이웨이 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중심성이 워낙 강한 사람이지 누구를 위해서 선대위원장으로 뛸 사람이 아니다. 그냥 마이웨이 중인 거다.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지 그런 것 자체가 그분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가 기존 보수진영에 속해 있던 김용남·허은아·김상욱 등의 인물들을 흡수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박 센터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 센터장은 “굉장히 좋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내 기준에서 이준석 후보도 보수고, 이재명 후보도 보수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으로 급진적이다 싶을 정도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계속 사회적 합의와 심사숙고를 이유로 열심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보수 후보가 보수를 긁어모으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해야지. 민주당은 좌파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에는 좌파나 극좌가 없고, 대한민국의 정치 풍토상 좌파는 있을 수가 없다.
박 센터장의 멘트를 듣고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런 움직임은 큰 선거 앞두고 될 것 같은 정당과 인물 밑으로 들어가는 아주 익숙하고 뻔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줄서는 이미지가 분명히 있는데 영입된 사람들이 사실 이재명이 빅텐트 안 쳐도 왔을 법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욱 의원은 갈 데가 없었고, 허은하 전 대표는 이준석한테서 버림받은 상태에서 갈 데가 또 없었다. 그렇게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다른 갈 데가 있는데 눈치를 봐서 그쪽으로 자리를 가는 거면 줄서는 거라고 하겠는데 줄설 힘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사람들끼리 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로 민주당과 이재명이 보수 빅텐트를 치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자리에서 내세울 게 점점 없어지고 있고 빅텐트도 뺏겨서 설 자리가 없다. 놀라운 것은 이재명 후보의 보수 확장력이다. 이거는 이재명이 좌파라고 강하게 믿고 있던 자칭 보수들한테는 충격일 거다. 어쨌든 작전을 펴서 사람들을 빼온 느낌이 아니라 이미 내쳐진 사람들을 모아 오는 느낌이라서 포용력이 있고, 통합 행보로써 굉장히 플러스가 될 수밖에 없다.
CBS 윤지나 기자도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서 기획한 대선 특집 ‘뉴스 지나갑니다’를 통해 일맥상통하는 지점을 풀어냈다.
현재 이재명은 우클릭을 통해서 전통 선거 구도인 진보진영vs보수진영 이 구도에서 완전히 탈주했다. 중도보수라고 선언까지 하고 오른쪽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왼쪽이 텅 비었다. 이 텅 빈 왼쪽 진영이 당연히 자신을 찍을 것이라 생각하고 여긴 괜찮아. 비워뒀을까? 아니라고 본다. 뱃지 하나 없는 진보정당의 초라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재명은 왼쪽 진영 자체가 크지 않다. 이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여길 챙길 바엔 파이가 훨씬 큰 오른쪽으로 간다. 오히려 진보정당 왼쪽 진영에게 이재명이 비판받을수록 권영국이 이재명을 더 오른쪽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이재명은 그거 좋아! 땡큐야! 이러고 있을 것이다.
김문수 후보가 이상한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국민의힘은 식상한 정치 문법에 또 기대고 있다. 이른바 ‘반명 빅텐트’인데 이낙연 전 총리의 새미래민주당과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그렇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가 지금 국민의힘하고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며 “개인 대결로 만들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 대 민주당, 탄핵세력 대 반탄핵세력의 싸움이 아니라 이재명과 김문수 중에 능력 있는 누구를 선택할래로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반명 빅텐트를 위해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와 만나고 있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한동훈이나 이준석 같이 자기 목소리를 내던 비대위원장하고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죄송한 말씀인데 지금 새미래민주당이 간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크나큰 시너지가 있어서 변화가 일어날까? 원외정당 미래당이 김동연 지지하던 수준하고 비슷하다.
한편, 박 센터장은 평범한미디어에서 집중 보도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외에 다른 소수 후보들 즉 기호 7번과 8번 황교안·송진호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했다.
(과거에 보면 듣도 보도 못 한 군소 후보들이 많이 출마하는데 이번 대선에는 6명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많이 나오기에는 판이 너무 일찍 짜여졌다. 나올만한 다른 군소 후보들이 전부 이재명 지지하면서 그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과 17범의 송진호 후보가 황교안의 부정선거론에 선을 긋고 차별금지법에도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그분의 목적은 황교안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무소속 후보는 딱 둘인데 그 무소속 후보 둘 중에 네임밸류로 따지면 비교가 안 될 만큼 차이가 난다. 그러면 자기를 각인시켜야 된다. 그래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다. 다른 데서는 다 성소수자 문제 때문에 반대하는 걸 나는 찬성하고 있다. 그런 차원이지 송진호 후보가 진보적 가치와 신념에 따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오해하면 안 된다. (허경영 사례처럼) 이거는 그냥 자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고 보면 된다. (황교안 후보는) 이번이 마지막일 듯 싶다. 왜냐하면 황교안 후보는 송진호 후보와 둘이 묶인 것 자체가 자기가 처한 딱한 현실이다. 그냥 무소속 후보 중에 1명으로 전직 총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의 상황인데 황교안의 다음 행보가 없어질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본다. 부정선거론을 밀고 있는 원외 극우정당들하고도 뜻이 안 맞아서 홀로 나온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