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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이린 친구들 기쁘지 않아 “윤창호법상 무기징역 가능한데 8년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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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사망 피해자 故 쩡이린씨의 친구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민수연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는 14일 오후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으로 구속 기소된 음주운전 범죄자 5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선 3월8일 쩡씨 사건의 1심 공소유지를 책임지고 있는 임진철 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가 징역 6년을 구형하도록 했는데 그에 비해 1심 선고 형량은 이례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쩡이린의 친구 모임’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보다는 “한국은 아직 음주운전 문제에 있어서 갈 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선규씨는 선고 공판이 끝나고 기자들 앞에 서서 “물론 구형보다 높은 8년이 나왔지만 아직까진 (윤창호법상 최대) 무기징역이란 기준이 있는 가운데 8년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그에 비해서는 아직까진 실망감이 더 크다. 쩡이린은 인생을 잃게 된 것인데 8년이 선고됐다고 해서 그게 무슨 비교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사실 친구들은 1심 선고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김씨측은 변호인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합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자 갑자기 ‘렌즈탓’을 했다. 김씨측은 사고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두고 음주로 인한 부분 보다는 렌즈가 돌아가서 시력이 현저히 안 좋아졌던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했다. 윤창호법의 계기가 됐던 음주운전 범죄자 20대 남성 박모씨도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음주운전이 아닌 “옆에 타고 있던 여성과 딴짓을 하다 사고를 냈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러나 김씨측의 이러한 변론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

 

민 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내려 갔는데 “피고인은 음주운전시 착용하고 있던 시력 교정 렌즈가 이 사건 사고 당시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갔는데 오른쪽 눈에 각막이식 수술로 인해 렌즈를 착용하지 못 한 상태여서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고 그로 인해 피고인이 당황하여 피해자를 보지 못 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고 읊었다.

 

하지만 민 판사는 “피고인의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 하다면 운전에 더욱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난가능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은 유리하게 참작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씨도 이에 대해 “(민 판사가) 굉장히 잘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그렇게 눈에 문제가 있었으면 운전을 하지 말거나 더 조심했어야 했다. 판사께서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셨다. 렌즈는 양형 감경에 영향을 미칠 사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엄벌을 내리게 됐던 사유가 됐다”고 강조했다.

 

 

민 판사는 선고 형량을 말하기 직전 “(피고인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점, 피해자 유족이 용서할 뜻이 없다고 하나 사죄하고자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고 거론한 뒤 바로 “징역 8년”을 내뱉었다.

 

일종의 반전이었다. 법정에 들어가지 못 한 10여명의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열려 있는 출입문 밖에서 놀랍다며 연일 감탄사를 쏟아냈다.

 

김씨는 작년 11월6일 저녁 서울시 강남구에서 초록불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쩡씨를 그대로 들이받아 사망케 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안일한 판단과 달리 민 판사는 김씨의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 △과속과 신호 위반 등 불리한 양형 요소를 엄중하게 여겼다.

 

민 판사는 “2020년 7월1일 시행된 위험운전 교통사고 양형 기준에 따르면 이 사건 혐의의 경우 권고형이 4년 이상 8년 이하에 해당한다”면서 “위험운전 치사죄와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는 음주운전죄의 양형 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으나 형을 정함에 있어 위 양형 기준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윤창호법상 위험운전 치사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은 징역 4년에서 8년(법정형 징역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인데 음주운전 자체를 의율하는 도로교통법 위반까지 더해져서 형을 정했다는 취지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L)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검사가 6년 구형하지 않았나? 이례적으로 판사가 판결을 했다. 보통 검사 구형보다는 적게 선고하면 선고했지 많게 선고하지 않는데 아주 큰 의미가 있다”며 “(판사가 판결문 요약 낭독에서 김씨측의 렌즈탓을) 언급했다는 것은 실제 판결문에도 기재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쪽에서는 정상적인 운전을 하기 곤란할 만큼의 상태는 아니라고 항변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판사가 언급을 했다는 것은 피고인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다고 해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이어 “피해자가 외국인이고 이렇게 이슈화가 된 건은 처음이다. 음주운전 피해자가 외국인인 사건에서 엄중하게 판결이 나온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쩡씨측 변호를 맡은 손세영 변호사(법무법인 산지)도 친구들과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윤창호법의 가해자는 (불소급 원칙에 따라 윤창호법을) 적용받지도 않았는데 (최종 선고 형량) 6년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정도로 구형을 받는구나 싶어서 아쉬웠다. 그런 점에서 오늘 8년이란 판결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손 변호사는 여론화를 위해 중요한 블랙박스 영상 확보 차원에서 ‘피해자 재판 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도로 그럴 계획이 있었으나 필요하면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친구들은 음주운전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발언했다.

 

박씨는 “법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상황인데 경찰, 검찰, 법원 등이 아직까진 법을 적용하는 것에 부족하지 않나 싶다”며 “법이 더 개정될 필요는 있겠지만 기존의 윤창호법대로만 선고들이 나온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선고를 하는 법 적용 부분이 더 문제가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고 강대민씨는 “처벌도 처벌이지만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더 크다. 어떻게 하면 비극적인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지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하고 그런 점에서 발전이 있어야 한다. 쩡이린이 이렇게 억울하게 음주운전 가해자로 인해 죽었는데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니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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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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