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21년 4월 대만 유학생 음주운전 피해자 故 쩡이린씨의 목숨을 앗아간 50대 남성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쩡씨의 유족과 합의하지 못 해 유리한 참작 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끈질기게 항소, 상고, 재상고를 거듭했다. 허나 감옥에서 8년간 있어야 하는 현실을 뒤집지는 못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8년의 벽(윤창호법상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을 넘기기는 커녕 계속해서 약화됐다.
작년 11월 두 딸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대리기사를 뛰던 투잡 아빠 B씨의 삶을 짓밟은 음주운전 범죄자 A씨(45세 남성) 역시 1심(광주지법 형사 8단독 박상수 부장판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음주운전 사건의 양형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합의 여부다. A씨는 B씨의 유족과 합의하지 못 했음에도 징역 4년이란 솜방망이를 선물로 받았다. 유족들이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어제(2일)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김평호 부장판사(광주지법 항소부 재판장)는 징역 4년의 원심을 깨고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A씨가 만취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사망 사고를 일으켜 죄책이 무거운 점, 음주운전을 엄벌할 사회적 필요성이 큰 점, 피해자 유족의 엄벌 탄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A씨에게 고작 징역 4년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표현했다. 광주지검의 공판 검사가 1심 결과에 대해 너무 가볍다고 항소한 취지를 수용한 것이다.
통상 음주운전자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음주 전문 변호사들을 선임해서 감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처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한 일부 변호사들의 판촉 영업은 누가 봐도 도가 지나칠 정도에 이르렀다. 예컨대 고정항 변호사(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와 최충만 변호사(법률사무소 충만)의 유튜브를 보면 음주운전자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한 온갑 방법들이 나열돼 있다. 물론 영업을 위한 미끼 영상들이다. 그런 최충만 변호사조차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 피해자가 사망했으면 어떻게 보면 구속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한미디어는 음주운전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체계와 인식수준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매우 부족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판사들을 옭아매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족쇄가 뼈아픈 상황에서 법에 나온 형량대로만 엄중히 처벌됐으면 좋겠다.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고 있던 40대 남성 B씨는, 2022년 11월8일 새벽 3시반 비극적인 사고를 당했던 그날(광주 광산구 흑석사거리 횡단보도 앞 보행섬)에도 대리운전 투잡을 뛰고 있었다. 낮에는 신차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 정도의 벌이만으로는 두 딸의 학원비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음주운전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통상 유족들이 적극적으로 언론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많이 알려지지 않기 마련인데 B씨에 대한 스토리는 경찰 출입 언론사가 사건을 접하고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최초 보도를 했기 때문에 알려지게 됐다. 그만큼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아직 방송사가 유족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지는 않아서 육성을 직접 접할 수는 없지만 A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 속 유족들의 피맺힌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사실 음주운전 피해 유족들의 자발적인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지만 故 윤창호씨 친구들과 쩡씨 친구들처럼 유족과 관계인들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목소리를 내면 그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관련 제도까지 개선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음주운전 피해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관련 재단이나 단체가 전무하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그날 A씨는 지인과 과음을 했음에도 전북에 있는 자택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려고 했다. 혈중알콜농도가 0.174%였는데 소주 3병을 퍼마신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직진하고 있던 핸들을 제대로 잡지 못 해 보행섬에 있는 B씨를 들이받게 된 것이다. A씨의 죄질은 너무나 무겁다. 김 판사가 “음주운전을 엄벌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다고 굳이 판결문에 적시했는데 전국의 동료 판사들이 꼭 명심해야 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