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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아 목숨 짓밟은 음주운전 살인마 “무조건 강하게 처벌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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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운전자 인도로 돌진해 어린이 4명 들이받아... 1명 숨져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유턴하다가 인도로 돌진할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으면서 소주 반병 밖에 마시지 않았다고 변명을 했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피해자의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러나 음주운전 살인마들은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일 14시3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탄반중학교 인근 도로에서 SM5 흰색 차량(뉴 임프레션)이 급속도로 유턴을 시도하다 경계석을 넘어 그대로 인도로 돌진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했다. 일부러 사람을 죽이기 위해 작정하고 풀악셀을 밟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곳은 스쿨존이었다. 게다가 유턴은 물론 좌회전도 하면 안 되는 금지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핸들을 돌렸다. 차량을 몰았던 66세 남성 방모씨의 살인극으로 인해 인도를 지나가고 있던 초등학생 3명이 다치고, 1명이 목숨을 잃었다. 

 

 

 

9세 여자 어린이 배승아양은 사경을 헤매다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 하고 9일 새벽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상당한 3명 중 승아양의 단짝이었던 B양은 뇌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는데 아주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승아양의 유족들은 스쿨존 음주운전 범죄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실명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승아양은 싱글맘 가정에서 밝게 성장해오던 어린이였고 20대 오빠가 하나 있다. 늦둥이 막내딸인 셈이다.

 

과거 사례를 찾아보면 너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가 싶다. 저희는 무조건 좀 강하게 처벌이 나왔으면 좋겠다. <배인광씨 / 배승아양 외삼촌>  

 

사고 직후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도움을 주기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갔고 동시에 신고를 했다. 승아양의 어머니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승아를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이 공개한 영상 속 승아양은 그 나이대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밝게 웃고 있었다. 해맑은 승아양의 목숨을 앗아간 방씨는 도대체 얼마나 술을 마신 것일까?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면 사실상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마셨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 0.108%로 면허취소 수준(0.08%)을 가뿐히 넘어섰다. 방씨는 사고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방씨는 현행범으로 경찰(대전둔산경찰서)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9일 윤창호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과 민식이법(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되었고, 10일 대전지법(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감옥에 갇혔다.

 

 

방씨는 전직 충남도청 공무원이었다. 퇴직 이후에는 대전 모 지역에서 주민자치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걸리지 않은 음주운전 혐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음주 전과는 없었다. 그런데 방씨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아 공분을 샀다. 단골 레퍼토리인 “사고 당시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내뱉은 방씨는 “사고가 일어나기 전 지인들과 식당(낮 12시반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소주 반병 정도 마셨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방씨는 2차 경찰 조사에서 소주 1병을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방씨가 사고를 내기 전 가졌던 술자리에서 총 9명(방씨 포함)이 있었고 맥주와 소주 포함 14병 가량을 마신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방씨가 음주운전 하는 걸 막지 않은 술자리 지인들에게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CCTV 영상을 보면 방씨는 식당을 나와 주차장까지 고작 10미터를 이동하는 데에도 제대로 걷지 못 하고 1분 동안 비틀비틀댔다. 그야말로 꽐라 상태였다. 

 

방씨는 그렇게 걷지도 못 하는 만취 무의식 상태로 무려 5.3km나 죽음의 질주를 했다. 피해자가 더 나왔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벙씨는 경찰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피해자들을) 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감속을 시도했다”고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허나 CCTV 영상을 보면 방씨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순간 오히려 과속의 기운이 감지됐다.

 

 

방씨는 깊이 뉘우치며 거듭해서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변명의 워딩들을 쏟아내는 것으로 보아, 앞에서만 미안하다고 하고 뒤에서는 갖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예우 변호사를 고용하는 음주운전자의 전형적인 루트를 준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유가족들에게 ‘합의 강요 폭력’을 휘두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말로만 사과하지 말고 감형 노력없이 합당한 법적 책임(징역 10년 이상)을 수용하길 촉구한다.

 

유사한 사건이 넉달 전에 있었다.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 언북초 인근 스쿨존에서 트리플 크라운의 범죄(윤창호법/민식이법/뺑소니)를 저질러서 초등학교 3학년 이동원군을 사망케 한 40대 남성 M씨의 만행과 비슷한데, 방씨는 뺑소니를 저지르진 않았다. 하지만 방씨는 M씨와 달리 3명의 추가 부상자를 야기했으므로 처벌 수위가 훨씬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 전문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엔엘)는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특가법 위반 사항을 2개나 저질렸다. 이와 같이 수죄의 행위를 하게 되면 가장 중한 죄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한다. 그러면 무기징역은 무기대로 간다. 원래 3년 이상의 징역형이라고 한다면 3년에서 3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간다. 그래서 법으로 정한 형량대로 한다면 3년에서 4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선고하는 태도로 봤을 때는 실제 형량이 8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 법원에서 선고할 때 무겁게 양형 기준을 넘어서는 판결 선고가 이루어져야 될 것 같다. 계속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기준에 따라서 선고한다면 이 행태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운전자가 합의를 하면 형량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 다만 그러더라도 죄가 중하기 때문에 무조건 실형은 받는다.

 

또 다른 교통 전문 한문철 변호사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승아양의 사연을 다루면서 윤창호법 체제 이후에도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20년간 6000여건의 소송을 해본 경험상 음주운전 치사 사건의 평균 형량이 4년에 불과하다면서 “(2018년 이후 윤창호법 체제에서도) 강력하게 처벌된 사례가 너무 없다. 용서가 안 됐는데도 형사 합의가 안 됐는데도 징역 4년 근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에서는 음주 만취 차량에 어린이 2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고 덧붙였다.

 

 

방씨와 같은 음주운전자가 살인극을 벌이더라도, 스쿨존이었던 만큼 인도와 도로의 경계에 단순히 경계석 말고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면 승아양이 희생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방씨가 인도 부근에서 가속해서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펜스가 있었다고 해도 어찌 됐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나았을 것이다. 3년 전 시행된 민식이법에 따라 스쿨존의 방호 울타리 등의 시설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고 설치됐다가 다시 철거한 곳들도 꽤 많다. 이번 사건 장소도 마찬가지다. 불과 2년 전에는 화단 철제 울타리가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라졌다. 대전시와 대전 서구는 “도시 바람길 숲사업의 일환으로 화단 울타리를 없앴다”고 밝혔다.

 

이처럼 방호 울타리 설치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는 걸까? 정 변호사는 의무화만 되어 있지 설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고 환기했다.

 

방호 울타리는 도로교통법 하위 법령에 따라 설치가 의무로 되어있다. 다만 설치 의무 규정만 있고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 대신에 사고가 났을 경우 의무 규정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중복해서 청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실익은 별로 없다. 보통은 그런 손해배상을 가해자에게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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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욱

안녕하세요. 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입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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