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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들의 도로 위 불안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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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이수빈 기자]  지난 10일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서 80대 노인이 25t 화물차에 치여 사망했다.

 

노인 B씨는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으며, 운전기사 A씨는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화물차를 몰다 노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신고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B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이로써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운전기사 A씨를 현행법으로 체포해 조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가 높아 B씨를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씨가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 관계자는 밝혔으며, 자세한 사고 경위 조사 뒤 A씨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기사 A씨의 구속 영장은 지난 13일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장기석 인천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을 진행한 뒤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장 판사는 “피의사실이 소명된데다 피의자의 과실 정도와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를 보면 사안이 중대하다”라 면서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한 태도 등을 모두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B씨는 평소에도 폐지를 수거 해왔으며, 사고 당시에도 홀로 폐지를 싣고 리어카를 끌다 변을 당했다. 사실 B씨뿐만 아니라 폐지를 수집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노인들은 이와 같은 교통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도로교통법 2조 17호)에 따르면 손수레는 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 17호

“차마”란 다음 각 목의 차와 우마를 말한다.

가. “차”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5)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

다만,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여 운전되는 것, 유모차, 보행보조용 의자 차, 노약자용 보행기 등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구 장치는 제외한다.

 

따라서 리어카를 끌고 차도가 아닌 보도로 다닐 경우 불법으로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로써 도로로 내몰린 폐지 수집 노인들은 매연 속에서 차를 피해 다니며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셈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인천지역에서도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인지하고 있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25일 미추홀 구에서도 재활용품 수집 업무를 하는 70대 노인이 트럭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내 폐지 줍는 노인에 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폐지 줍는 노인의 수는 약 3천 120명이다. 그러나 관련 조례 등이 없기에 지자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폐지 줍는 노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 고령사회대응센터가 21년에 발표한 ‘인천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 줍는 노인 1천 명 중 384명(38.4%)은 수집과정에서 사고를 경험했다.

 

양지훈 인천 고령사회대응센터 부연구위원은 “(폐지 줍는 노인은) 대부분 취약 노인이기에 각 군 구에서 안전 교육과 안전 물품 지원사업을 연계해 제도권 밖의 노인들을 발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 18년부터 정책 사업을 시행했다. 폐지 수집 시 사고 위험을 낮춰줄 안전 조끼나 더위와 추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계절 용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매년 1억 원이 사업비로 사용되었으며, 20년에는 1,020명에게 21종 1만 621개의 용품이 지원됐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의 노인들이 많다. 게다가 폐지 수집을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 폐지를 줍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방안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사실 폐지 줍는 노인의 문제는 안전보다 빈곤, 생계에 중점이 맞춰져야 한다. 빈곤한 노인들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15년도에 인천발전연구원( 현 인천 연구원)에서 폐지 수집 인들의 소득 안정화 방안을 내세워, 폐지 수거 노인들을 재활용품 수거와 분리 서비스 제공자로 지정해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작업 시설과 휴식공간으로 갖추도록 하자는 제안이 있기도 했지만, 정책 사업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로써 폐지 수거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모든 위험은 개인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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