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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등 안 터지게 해줄 ‘현명한 정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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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2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40년쯤 흐르니 공산주의 국가들이 뒤늦게 자본주의 대열에 합류했고 그렇게 자본주의는 인류가 도달할 종착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적 탐욕으로 점철됐고 그 결과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 시장은 아무런 자정 작용을 하지 못 했다. 2020년대 들어 유럽 국가들에서 지속적으로 난민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미중 패권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꽤 많은 국가들이 국경을 높이는 등 새로운 국수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실업 문제와 부동산 거품 붕괴에 이어 미국의 리쇼어링(해외로 나갔던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일)으로 수출 부진까지 겪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무력을 불사해서라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대만을 병합하는 것을 돌파구로 여기고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경제 안보의 형태로 대중국 고립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영국까지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다. 지난 11월 한국 정부와 영국 정부가 체결한 다우닝가 합의도 그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다우닝가 합의는 표면적으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으로 보면 ‘특별한 관계’인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양국의 해사 협력을 강조했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경제 고립책의 차원에서 여러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염려되는 것은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난처한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은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다롄, 우시, 충칭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똥줄 타는 심정도 불가피해졌다. 물론 미국이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대중국 압박 전선에 균열이 갈 수도 있으므로 우회적으로 보전해주려는 조치가 수반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해외 순방을 다닐 때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어필하기 위해 총수들을 최대한 동행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언젠가 한국은 미중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의 상황을 보면 너무 노답이다. 외교부는? 대통령실의 대응 플랜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진단은? 여야 거대 양당의 외교적 해법은? 요원하다. 들어보질 못 했다. 진짜 새우등이 터지는 관련 현안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을 때 급조한 조치를 내놓을 수라도 있을지 걱정이다. 그저 새우끼리 싸우는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미중 구도 속 한국의 외교적 미래를 밝혀줄 마스터플랜 수립에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흔히 공격 받을 이슈가 닥쳤을 때 구사하는 레토릭으로 “왜 하필 이 시국에”란 표현을 자주 쓴다.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 왜 하필 이 시국에 정치 공방을 일삼는 상대 정당을 비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표현인데, 일반 국민이 보기에 현재는 진짜 걱정스러운 시국이 맞다. 양당은 오직 대권 쟁취만을 바라보며 미중 시대 외교적 해법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책 같은 건 1도 마련하지 못 했던 과거를 반성하길 바란다. 남탓도 그만하길 바란다.

 

이제 4개월 후면 22대 총선이다. 양당은 선거 앞두고 병립형으로 회귀할 태세다. 유권자의 선택지를 최소화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데는 역시 발빠르다. 제3지대 대안 세력에 대한 국민 열망을 받아줄 정치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좋은 시도가 나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듯이, 나쁜 시도가 때로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적의 논리를 믿고 싶다. 양당의 조용한 횡포가 극에 달한 지금이 어쩌면 변화의 적기일 수도 있다. 비단 미중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만이 아니라, 한국 안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주체들이 새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우끼리 싸우는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새우등 터지지 않게 해줄 현명한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언제든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가 현명하게 새우등을 지켜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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