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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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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이내훈의 아웃사이더] 6번째 칼럼입니다. 이내훈씨는 프리랜서 만화가이자 민생당 소속 정당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이내훈 칼럼니스트] 교육은 국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부동산 문제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서 생성되는 각종 부동산 정책들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

 

 

과거 상인회 같은 곳에서 공실 점포를 청년 창업가에게 내어주고 공공에서 임대료를 대신 지급해주는 지원사업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요즘에는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 건지 지자체들도 신중한 편인 것 같다. 처음 도전하는 청년 창업가들일테니 당연히 매출이 잘 나오기 어려울 거다. 중요한 것은 ‘목’이다. 성공가능성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 바로 입지인데 주로 위치가 나쁘기 때문에 빈 점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유동인구가 취약한 가게들을 내주다보니 장사 초보들이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도전을 해봐도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결국 말만 번지르르했던 청년 창업 지원사업은 상가 임대 수입만 올려주고 사라졌다.

 

하나 더 살펴보자. 얼마전 국회 문턱을 넘은 2024년도 예산 항목 중에는 청년 월세 특별지원(690억원)이 있다. 심사를 거쳐 소득 하위 청년들에게 월 20만원 내외의 월세를 지원하는 것인데, 2023년에는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지급율이 15% 내외였던 걸 새해에는 지급율을 올리겠다고 한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갑이 가벼운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보고 싶다. 소득 하위 청년들에게 월세를 직접 지원해주는 것은 이들의 월세 지불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위 청년들이 주로 찾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월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거나 하락세가 방어된다. 대다수 청년을 위한 월세 지원금은 청년을 잠깐 거칠 뿐, 사실상 임대인의 수익 보전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임대인 수익 보전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청년들의 주거비 감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은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할까? 지원 액수를 줄여야 할까? 아니다. 일단 유지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청년 월세를 지원하는 것은 당장 임대인의 손실을 메꿔줄 뿐이지만 그래도 시장이 있어야 청년이 머물 공간이 있을 수 있고, 비로소 다음 스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이처럼 특정 계층을 타겟으로 한 부동산 정책들이 매번 대증요법으로 쏟아지고 급조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부동산 정책은 모름지기 근본적인 방향성에 따른 장기 대책과 단기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방향성에 관한 차원에서 필자는 ‘적정한 주택 공급’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율은 102% 수준으로 주택이 충분한 듯한 착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226만 외국인을 수요자로 포함하지 않은 점, 불법으로 쪼개놓은 비적정 공간들까지 주택으로 포함되는 점, 조합원 입주권이나 분양권도 들어가는 점, 시가표준액 1억 이상 오피스텔까지 해당되는 점 등등 이런 허수들을 바로잡아서 다시 계산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로 다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423.6호로(서울 402.4호) OECD 34개국 중 27위다. OECD 평균은 462호다. 즉 한국은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므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정 주택 보급율을 높여야 하고, 비적정 주택 양산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사람이 수백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등 패턴화된 이상 보유 형태를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 기존의 부동산 법제로는 빈틈이 많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가릴 것 없이 공공 보유 부동산의 총량(임대주택 건설+유휴지 매입 등)을 대폭 늘려서 투기 대처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공공 주택의 입지와 교통환경 개선은 덤이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부동산 정책을 시혜적으로 또는 대증요법으로 뒤집지 못 하도록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선거 임박 시점, 정권교체기, 집권 세력의 지지율 급락 등등. 그동안 한국 정치판에선 부동산 규제를 풀어주거나, 급하게 수습하느라 옭아매는 대책들을 수없이 쏟아냈다. 섣부른 대책들이 사이클처럼 매번 등장했다. 규제를 너무 과하게 풀고, 규제를 너무 과하게 조였다. 그러다보니 여윳돈 있는 사람들은 개발 호재를 맞아 벼락부자가 되고, 재수없는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약자인 청년들만 고통을 받았다. 늦게 태어난 게 더 이상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주거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을 고민해볼 때 이런 지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단 청년만이 아닌 모든 계층을 힘들게 하는 부동산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보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여야 가리지 말고 큰틀에서 부동산 정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청년 월세 지원책은 청년보다는 임대인 지원책이고 언발에 오줌 누기라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 처방책을 모색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해석해봤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부동산 정책 남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허황된 공약이 보인다면 표를 주지 말고 자제해야 한다고 캠페인이라도 하고 싶다. 원래 지지하는 정당이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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