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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내심은 ‘한동훈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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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1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뭔가 기시감이 들지만 양태가 다르다. 윤석열과 한동훈. 여권 투톱이 입장차를 드러냈다가 갈등으로 비화됐고 현장에서 만나 봉합되는 수순이 그대로 재현됐다. 지난 1월말에는 김건희 리스크로 시작됐지만, 이번에는 3가지 이슈(이종섭 호주대사 출국/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비례대표 공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출구전략을 모색한 주체도 달랐다. 지난번엔 한동훈 비대위원장(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 카드가 제시되도록 해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지만,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수석의 사의를 수용하고 이종섭 대사를 귀국시키는 등 한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그림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지난번엔 두 사람이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고, 이번엔 경기 평택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21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급하게 봉합된 이유는) 굉장히 위기라서 그렇다. 지금 수도권은 굉장히 위기”라며 “큰 것들을 국민의힘 당내에서 터뜨려놓은 게 아니라 용산에서 터뜨려놓은 것이라서 수습을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 대해 박 센터장은 “황당하다”고 묘사했는데 “대통령이 총선을 관리하고 한동훈 위원장이 차기 대선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총선 전략을 총괄하는 주체의) 위치가 좀 바뀌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전히 한동훈 비대위원장께서는 후보들 기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기를 죽이는 게 목적이다. 타겟팅이 후보를 밀어주는 것에 있지 않다. 계속 이 대표만 공격한다. 지역에 갔음에도 대선 주자처럼 중앙 이슈를 갖다 붙여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지역 선거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 (팬클럽 모임처럼 환호 받는 군중 연설을 하는 것이) 영남권에서는 (지지세 결집 등)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약발이 약하다. 박 센터장은 “제일 안 통하는 데가 수도권”이라며 “수도권 후보들은 지금 앓는 소리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대위원장은 나와서 별 도움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은 빨리 수습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미진하고 수도권 후보들은 지금 박빙 열세가, 열세로 가고 있는 중이라서 똥줄이 탄다. 총선까지 날짜가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격차를 회복해야 되는 입장인데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1차 갈등 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 했다는 메시지를 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계속해서 김건희 리스크를 띄웠음에도 한 위원장이 제지하기는커녕 되려 동조하는 워딩을 준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황 수석과 이 대사 문제도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굉장히 비상식적이다. 그래서 한 위원장이 또 그 표현을 꺼낸 건데 박 센터장은 “국민 눈높이라는 얘기를 두 번째 쓰는데 단어는 같은데 뉘앙스는 많이 다르다”고 봤다. 아래 해석이 재밌는데 박 센터장은 이번 국민 눈높이의 행간을 읍소로 읽었다.

 

이번에는 용산에 대해서 살려주세요. 완전 이 사건이 해결이 안 되면 이거는 우리 폭망합니다. 살려주세요의 느낌이기 때문에 겉으로 볼 때는 이번에는 한 위원장이 이긴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90도 인사 만큼이나 애절하게 용산에다 대고 읍소하고 있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용산으로 달려가거나 그럴 여유가 없다. 가야 될 때가 너무 많다. 너무 바쁘다. 그리고 대통령도 바쁘다. 민생 탐방을 뭘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지 대통령도 바쁘다.

 

 

하지만 김건희 리스크 때처럼 이번에도 화약고는 살아 있다. 박 센터장의 관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대사에 대한) 지명 철회를 할 생각”이 없다.

 

이 대사가 귀국했지만 공수처에서 준비된 게 없다. 준비된 게 없는데 자진 출석을 했다는 건 보여주기를 한 번 했으니 동훈아 여기까지 해줬으니까 이젠 네가 적당히 알아서 마무리를 해라! 이렇게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위원장이 요구하는 것들을 다 들어줬다. 이제는 (악재들을 치워줬으니 총선) 결과에 대한 (한 위원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배경이 딱 돼 있다. 그러니까 오히려 한 위원장은 이제 똥줄이 탈 거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은 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의 총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강하게 비호한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이 대사를 지명 철회할 리가 없다. 윤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실의 체면이 걸린 문제인 만큼 귀국시키는 것까지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박 센터장은 “황 수석 같은 경우는 이 대사를 지키기 위한 카드로 쓴 것이고 둘 중에 하나만 자른 거다. 자르는데 내가 내 사람을 자르는 건 자존심이 용납되지 않으니 자진 사퇴하는 그림으로 만들고 그럼 내가 모르는 척하고 수리할게. 이것”이라고 역설했다.

 

지금 윤 대통령께선 군을 잘 모른다.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하려 했던) 박정훈 대령과 채 상병 사건을 보는 해병대 여론을 놓치고 있다. 해병대 전우회는 박정훈 대령이 처음 검찰에 출두할 때 같이 나와서 팔각모 사나이를 불렀다. 그때 그들은 우리 목소리는 분명하니 위를 잘라달라고 입장을 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목소리를 그냥 무시해버렸다. 그냥 내 사람에 대한 부분은 너희가 건드리지마 나 군 통수권자야! 근데 해병대 내부에 있는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딱 한 마디로 정리하더라. 윤석열은 5년이고 해병대는 영원하다. 그러니까 지금 윤 대통령의 모습은 자기 지키기다. 다른 게 없다.

 

사실 진짜 중요한 이슈는 따로 있다. 바로 비례대표 공천 문제다. 박 센터장은 “내가 (작년 12월 전화 인터뷰 당시) 처음에 윤한 갈등이라고 나왔을 때 뭐라고 말씀드렸냐면 윤한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했다. 물론 몇 번 더 이런 일들이 남았다고 그랬다”면서 윤한이 상호 감당 가능한 갈등요소를 주고 받다가 조율해가는 과정을 그려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나 키는 대통령실과 정부, 윤 대통령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에게 가장 큰 힘이 바로 공천권”이다.

 

윤 대통령 기세에 눌려 있다가 한동훈이 갑자기 튀어나왔던 게 바로 공천이기 때문에 일단 해놓으면 윤 대통령도 하나 하나 컨펌할 수는 없는 게 공천이다. 안정권이 최대 20번까지라고 얘기를 하지만 친윤이 몇명이고 친한이 몇명이고 숫자를 전체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핵심은 당선될 앞 번호에 누가 있느냐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5번을 보면 지체장애인 최보윤 변호사, 탈북 공학도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최수진 한국공과대 특임교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 사격선수, 강선영 전 육군항공작전사령관 등이다. 한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영입한 탈정치권 외부 인물인 것은 맞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5명이 친한인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중요한 건 뭐냐면 친윤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환기했다.

 

그러니까 친한의 문제가 아니라 친윤이 아닌 게 문제다. 민주당에 대한 공천 비판으로 맨날 나오는 얘기가 이재명 사천이다. 근데 한동훈 사천이라고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볼 수가 없다. 한동훈과의 연결고리를 못 찾겠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그립을 잡고 있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미래는 그립을 한동훈이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한 위원장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게 아니라 그걸 뛰어넘는 윤 대통령의 그립감이 너무 지대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무대포 기세는 거침이 없다. 역대 대통령 같은 기간 지지율 추이로 봤을 땐 분명 일관되게 낮은 편이지만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행동 패턴과 프로토콜을 다 무시하고 줄곧 마이웨이다. 흡사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도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파 원리주의를 섞어놓은 것 같은 컨셉이다.

 

윤 대통령은 갑자기 추대되듯이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 그렇다. 검찰 출신으로서 장악해서 칼 휘두르는 게 주특기였다. 본인 주특기 그대로 대통령실로 옮겨가서 하고 있는데 하던대로 할 뿐이지만 국민들은 힘들다. 민주화 이전 독재했던 대통령들 말고 지금까지 꽤 많은 대통령을 직접 뽑아봤고 지켜봤는데 윤석열 정부는 뭔가 특이하다. 보수 정부로만 봐도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모두 여당 내에서 비판 세력이 꽤 크게 존재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기간에는 (임기 2년이 흘렀음에도) 그런 존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얘기하듯이 입법권까지 장악당하면 모든 것이 후퇴된다는 말로 공격 받을만한 대통령이 없었다.

 

 

언젠가는 윤 대통령도 레임덕을 맞이하지 않을까? 하지만 박 센터장은 “레임덕이 올만하면 여당을 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즉 여당 내에서 윤 대통령 비판론을 피력하는 소신파의 목소리가 나홀로 울려퍼지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영향력을 가질만한 토양이 없다. 박 센터장은 “탄핵만 말하는 야당은 당연히 공격을 하는 주체니까 레임덕하고 별 상관 없다”며 “레임덕의 주 타겟은 국민 여론과 여당 내부의 반란인데 지금 여당에서 반론을 제기해서 레임덕을 이끌만한 인물들은 미리 다 싹을 잘라놨다”고 주장했다.

 

이미 반대자들을 검찰 사정권으로 작업을 벌써 다 해놨고 (여당 전당대회에서 맘에 안 드는 주자들을 인형뽑기 집게로 치우듯이 치웠는데) 그 부분으로도 맘껏 보여줬다. 근데 윤 대통령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총선은 그게 안 된다. 공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마지막 카드를 써야 되는데 아직 마지막 카드는 아닐 거다. 그럼에도 마지막 카드가 생각보다 너무 늦게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윤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 정도 선에서 끊고 싶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 센터장은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실이 한 발 물러나는 그림으로 봉합된 것이 역으로 보면 “윤 대통령의 수”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마디로 한 위원장을 쳐내고 싶다는 것이다.

 

무슨 수냐? 한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에서 끝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처음에 말씀드렸을텐데 자기보다 똑똑한 2인자이기 때문에 더 크는 걸 견제해야 될 거다. 그걸 빨리 캐치해서 실행에 옮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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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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