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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찍어누르는 ‘윤석열 정부’가 통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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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1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 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모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민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의대 증원론에 따른 의료 파업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윤 대통령의 사고회로가 간단하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그래 그러면 의대 정원 늘려!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 공공 의료 확충으로 가는 수많은 대안들이 이미 제시됐지만 선명하게 치고 나갔다. 박 센터장은 “의대 정책이 아니고 애들 교육 정책”이라며 “갑자기 의대생 연 2000명 늘려줄게 그러고 고3들한테 얘기를 해버린 거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2월29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 그런 게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머리를 잘 썼다고 얘기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인데 굉장히 직접적인 포인트를 얘기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직접적인 포인트를 얘기하지 못 한다. 그냥 다 필요 없다. 그러니까 굉장히 단순한데 응급실에서 뺑뺑이 도는 거 사실이냐? 그러다가 국민들이 위험해지니까 이거 abc가 맞으니까 늘려줄게!”라고 밝혔다.

 

중요한 건 뭐냐면 지금 2025년에 대학교 1학년 들어가는 의대생들은 졸업할 때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선 정국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장관 등과 함께 1분 쇼츠 형식으로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때 “선조치 후보고”를 내세우며 “좋아 빠르게 가!”를 외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하기 보단 필수의료 수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세웠다. 의대 정원 증원론을 제시하긴 했으나 그것은 공공 의대 별도 설립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었다. 그러다가 2022년 연말 윤석열 정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증원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2023년 6월 이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적정한 의사 규모를 의협(대한의사협회)과 논의해오다가 10월 들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식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은 “왜 소아과 등 필수 진료 부문에 의사가 부족하느냐? (의사 부족을 야기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것에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대 증원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은 던지면 끝이고 일은 누가 하는가? 밑에 사람들이 다 한다”며 “자기는 선언만 하면 된다. 필요하니까 늘려야 되고 그러면 어떻게 늘릴 거야? 일단 의대생부터 늘려! 의료적인 문제를 교육적인 문제로 확 바꿔버리고 의대 가고 싶은 사람들 많은데 의대 정원 늘린다는데 싫어할 사람들 누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에는 14만명의 의사가 있고 이중 9200여명이 전공의(레지던트)다. 의대생은 2만여명이다. 현재 의협 전현직 간부들, 전공의, 의대생 등 세 주체가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일관적으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비율이 85% 수준이다. 의대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 의대생과 학부모들 입장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의대와 별 관계가 없지만 의료 수요자인 일반 국민들도 대다수 찬성쪽이다.

 

그동안 평범한미디어는 의대 증원론 찬성에 논조를 두고 관련 보도를 이어왔다. 허나 이번 오목 렌즈 인터뷰에서 박 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절차적 성급함을 지적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박 센터장은 “결국 국가가 먼저 나서서 의료인들을 정책 파트너로 인식하느냐의 문제”라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 당신들을 탄압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효영 기자: 솔직히 어제(2월28일)도 이 주제로 하겠다고 했을 때 절차적인 문제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미리 말씀 주셨는데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이 뭐냐면 윤석열 정부는 의사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 대상에 대해서 다 함부로 대하고 막나가고 있고 폭력적이다. 역사적으로 선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적 타협도 전혀 하지 못 하고 있는 대통령이다. 국회 원내 1당 당대표도 만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의사들이라고 부드럽게 절차 지켜가면서 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다른 정책 대상들한테도 소프트하게 대하고 공론화나 절차를 지켜서 했는데 의사들한테만 강력하게 나간다고 하면 이해되는데 그런 게 아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뭐냐면 의사들이 예전에 2000년 의약 분업 때부터 최근 간호법도 반대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권을 많이 갖고 있는 이기적인 집단임에 틀림 없는데, 폭력적인 윤 대통령과 만나서 딱 붙었다. 근데 극우보수적으로만 정책 방향을 가져갔던 윤 대통령이 이번에는 그러지 않고 국민 지지가 높은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서 묘하게 통쾌한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아닌 거는 분명히 알고 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쾌함이 그런 건데 묘한 게 있긴 있다. 지금 우리 국민 정서와 맞는 부분이 있고 지금 의사들이 코너로 몰렸다.

 

박 기자: 왜냐면 의사들이 강력하게 나오면 누구도 못 건드렸었다. 문재인 정부도 의대 증원을 하려다가 결국 후퇴했다. 근데 이번에 윤 대통령은 무지막지한 측면에서 보면 민주화 이후 역대급이다.

 

 

무엇보다 박 센터장은 연 2000명 증원이라는 엄청난 숫자부터 꼬집었다. 전국적으로 2000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 걸까? 박 센터장은 “쉽게 얘기해서 2000명을 우리나라의 의대 숫자(40개)를 나눠가지고 그 정원을 균등하게 배분할 거냐? 배분한다고 해서 그 늘어난 2000명이 전부 다 졸업해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균형적으로 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10년여년 전부터 이런 증원 얘기가 있었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하고 있었다는 건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뭐 혜택을 베풀듯이 그래 2000명 늘려줄게 그러면 당장 편해지나?

 

물론 박 센터장도 의대 증원론 자체에는 동의했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에서 의사 숫자를 늘려야 되는 건 노인이 늘고 있다. 고령화 속도하고 발맞춰 나가야 되는 부분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건 노인성 질환자가 늘어난다는 소리하고도 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도 높아지니까. 숫자가 늘어나야 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숫자를 어떻게 늘리느냐”다. 박 센터장은 “양쪽 다 지금 어떻게가 빠졌다”며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늘릴 거야? 왜 이런 방식으로 늘려야 돼? 그걸 물어보는데 그냥 당위성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센터장은 공공 의료를 실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고 했을 때 공공 병원 설립과 수가 현실화 등 매우 중요한 과제들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론으로 모든 걸 퉁치고 있고 의사 집단과 등을 돌리게 되어 우려스러운 눈치였다. 공공 의료 정책을 수립해갈 때 의사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해주진 못 하더라도 소통하며 나아가야 할텐데 그런 소통 테이블이 이번 사태로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박 센터장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기형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자본주의적인 영역”이지만 “국가가 통제하는 의료보험체제로서 약간 사회주의적인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이 안 맞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수가 조정을 이뤄내지 않은 채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마냥 확대하기도 어렵고, 미국이나 영국처럼 완전히 시장화시킬 수도 없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 5가지를 듣고) 지금 이 이야기들이 굉장히 구체적인데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신자유주의와 안 맞는다. 그러니까 내가 말씀드렸는데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기형적이다. 자본주의 산업화되어 있는데 의료보험 시스템은 공공사회주의적인 게 있어서 둘이 삐그덕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국가가 공공의료보험을 통해서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보험제도를 만들었다면 그에 걸맞는 조치가 뒤따라야 된다. 국립의료원도 더 만들고 지방에 시도립 병원들도 충분히 만들어서, 수가를 못 올려주겠으면 인프라라도 갖춰놔야 될 거 아닌가? 그렇다고 의사들을 국가에서 전부 다 고용해가지고 월급 줄 것도 아니지 않은가?

 

 

특히 한국 의료의 끝은 대학병원인데 박 센터장은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고 하는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생명 유지에도 중요한 이 파트를 철저하게 대학병원에만 맡겨놓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대학병원이 사실 교육기관이도 하지만 이윤 추구를 해야 되는 곳이다. 근데 대학병원을 도립병원이나 국립병원처럼 생각하고 너희는 시설과 인력이 갖춰졌기 때문에 큰 수술을 너희가 맡아야 해! 이러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클리스만 감독의 축구를 얘기할 때 허리가 없다고들 한다. 그거랑 똑같다. 무슨 얘기냐면 우리나라 공공 의료는 도립병원과 시립병원이 아니라 보건소가 맡고 있다. 그리고 대학병원이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 보건소하고 대학병원 사이에 있어야 되는 실질적인 시도립병원의 기능이다. 대학병원 가기 전에 (어느정도 중요한 수술을 맡아줄 수 있는) 중규모 병원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동네 병의원들은 전부 다 1인 원장의 개원의다. 1인 원장 혼자서 막 모든 걸 보고 되게 바쁘다. 단순히 이러한 문제들을 철저하게 대학병원에다가 맡겨놓고 지금 이런 식으로 의대 정원을 몇 명 늘린다고 하면 되는 거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늘어나는 정원들이 전부 다 지방 공공 의료 현장으로 투입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등이 주장하고 있듯이 지방 공공 병원을 더 지어야 한다. 박 센터장은 “불균형이 일어나는 곳에 공공 의료를 강화해야 되는 것이고 병원이 있어야 수요가 생긴다”며 “의사들에게 도립병원에서 몇년 이상 근무하면 군 면제를 해주고 그러면 굳이 군의관으로 갈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공공 의료 차원에서 시급히 어느정도 인프라를 잡아놓지 않으면 매년 혹은 정권 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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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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