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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없는 조용한 공천? “그게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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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15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 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공천 잡음이 상대적으로 덜 들려서 좋은 걸까? 현역 의원만 생존하는 ‘현역 불패’ 무감동 공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립에 완전히 장악돼 있다. 국민의힘으로 차출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명백한 넘버2지만 윤 대통령과의 작은 충돌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입김이 강력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의 공천 풍경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물론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는 현역 의원이 다선 의원이 되지 못 하고 무조건 절반 이상 물갈이되는 반정치적인 한국 정치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의 공천은 역량있는 현역 의원들이 다시 공천되는 것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7일 14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흐름은 사실 국민의힘 공천은 잡음이 나올 수가 없다”며 “이미 용산에서 조정을 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게 뭐냐면 지금 민주당 같은 경우는 당 내부에서 둘로 나뉘어서 쪼개지는 상태라서 잡음이 많을 수 있는데 국민의힘은 잡음이 있을 수가 없다. 이미 국민의힘은 친윤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비윤계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존재하기는 할까?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해서 개혁신당을 차린 만큼 씨가 마르지 않았을까? 박 센터장은 “당내에서 비윤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유승민 전 의원 뿐이고 (김웅 의원은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 지금 출마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에서 공천 잡음이 들릴 수가 없다. (실제 전당대회 과정에서 말 잘 듣는 당대표를 앉히기 위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작전이 벌어졌는데) 그렇게 날아가고 이준석 대표로 상징되는 사람들 탈당하고 옛날에 비윤이었던 사람들도 공천 때문에라도 지금 한동훈 위원장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용산 눈치를 봐야 되는 상황이다. 일례로 나경원 의원은 공천이 됐지만 지금 상대적으로 활동이 많이 조용해졌다. 이전 같으면 당대표급 핵심 중진으로서 무게감 있게 활동했을텐데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비윤 주요 중진들이 그렇게 돼버리니까 반기를 들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전국을 누비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용산의 공천인 걸 다 아는” 상황이라 집권 여당의 총선 준비는 근본적으로 무색무취다. 박 센터장은 “누가 잡음을 내겠는가”라며 “잡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원외에 있는 사람들(장일 전 서울노원을 당협위원장)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그 어떤 당대표들도 공천장을 주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에서 공천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시기 특검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던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는데, 집권 이후 여러 번 만나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유 변호사가 공천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화해 제스처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되는데 지금 윤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검찰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렇다. 이것이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인력풀의 한계다. 그래서 이전 정치권 지도자들을 다시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과 전화 인터뷰를 하기 하루 전날(6일) 국민의힘에서도 조금씩 공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현역 의원들 중 컷오프를 당한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시스템 공천이 무너졌다”고 반발했으며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무소속 출마까지 감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추천제’는 현역 의원들을 잘라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박 센터장은 이처럼 현역 의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 같냐고 묻는 질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라는 이유였다.

 

반발하는 현역 의원들은 많이 없을 것이고 그러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이제 선거운동은 3월20일부터 시작을 해야 되는데 여유가 없다.

 

실제로 이채익 의원 등 모든 탈락 의원들이 당의 결정을 수용했다. 며칠만에 고개를 숙였다. 이미 그전부터 현역 공천율이 80% 이상이었던 상황에서 민주당처럼 비명계가 극렬하게 저항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박 센터장은 그 당시 몇몇이 반발한다고 해서 이미 장악된 국민의힘 지배적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봤다.

 

현역도 결국 반발하지 않고 꼬리를 내릴 것인데, 노원갑에서 탈락해서 분신 시도까지 한 장일 전 위원장 이슈가 나름 컸는데 그냥 묻혔다. 오히려 잘 떨어뜨렸다라고 한동훈의 공천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공천은 150명이 넘는 현역 의원들 중 하위 20%를 컷오프 했고 그 대상자가 알려지기도 하고 그러는데 국민의힘은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몇 퍼센트를 컷오프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안 생기고 있다. 언론들도 국민의힘 공천에서 새로운 인물이 몇명이나 있는지에 대해 카운팅하지 않는다. 원래는 이런 것들이 나와야 정상이다. 여당이지 않은가? 여당이 이 선거판의 중심이 돼서 지고 있던 선거를 뒤집어서 과반수가 돼야 되는 선거인데 국민의힘 입장에서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거듭 반복하지만 너무 조용하다는 것은 대통령실의 당 장악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지난 1월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고 급하게 봉합됐는데 그 이후 국민의힘은 철저히 ‘윤심 공천’이 수월해지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박 센터장은 “한 위원장이 대놓고 누구를 천거하지 못 하고 있고 자기 사람을 앞에 내세우지 못 하고 있다”고 환기했다. 앞서 박 센터장은 오목 렌즈 인터뷰에서 한동훈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동훈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생각보다 윤 대통령께서 너무 확실하게 당을 잡았다. 의대 증원 이슈만 봐도 뉴스들을 전부 다 정부에서 가져간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여당 대표가 이슈의 중심이 되지 못 하고 있다. 공천이라는 이슈가 있음에도 조용하다. 그게 문제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에 가려서 존재감이 완전히 없어졌다.

 

이슈 파이팅이 많이 부족하고 한 위원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있을 때보다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보기 어렵다. 박 센터장은 “본인들도 너무 변화가 없고 이슈 파이팅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쇼가 없다. 그럼 뭔가 하나 만들어야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강남에 양지라고 하는 그 몇 곳을 선심 쓰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반발 없는 공천이 사실은 반발이 있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꾸 카메라가 국민의힘을 향해서 가야 국민의힘 후보들한테 효과가 있다. 근데 그 효과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바빠질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2주 내지 3주 동안 정말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니지 않으면 이슈가 안 될 것이다.

 

 

반사이익을 먹고 사는 양당체제다. 근데 소란스럽던 민주당 공천 파동이 생각보다 빨리 수습되고 있다. 박 센터장은 민주당 공천 문제로 지지율 반사이익을 본 국민의힘 입장에선 “악재”라고 규정했다. 이 국면을 뚫고 나가기 위해 박 센터장은 결국 “국민의미래(위성정당)에 어떤 후보들로 채워지고 정당 득표율이 지역구 표심까지 끌고 들어와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공천은 한 마디로 나무 밑에 누워서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나 제3지대 정당들이 굉장히 큰 실수를 해주거나 이런 것들을 바라봐야 되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 공천 자체는 좀 더 시끄러웠어야 되는데 시끄럽지 못 했다. 초반에 한동훈 위원장에게 가졌던 기대에 비해서 너무 공천이 조용했다. 한동훈 외에는 새로운 인물이 없다. 그러니까 새로운 인물이 한동훈이 제일 새롭다.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 등 민주당 공천 탈락자를 영입했는데) 내부에서 반발할 수 없는 이유가 한동훈 위원장이 메시지 보내는 것이다. 너희가 반발하면 나는 민주당 사람이라도 빼올 수 있어. 그러니까 잠자코 있어. 이거고 그런 것에 대해서 용산에서도 오케이! 그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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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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