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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이강인? “고종수, 이천수의 계보를 잇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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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16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결국 다시 뽑혔다.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막내나 다름 없는 나이로 선배들에게 대들었다는 뉴스로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만큼 한 차례 쉬어갈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 선수를 발탁했다. 

 

다음에 부른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았다. 손흥민, 이강인과 의사소통을 했고 빨리 풀 수 있다면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번 태국전 A매치 보이콧 운동까지 일고 있었다. 물론 조직적이진 않고 개인적이었고 산발적이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에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강인 보이콧 운동은 일어난 적이 없다. 100여개가 넘는 기사가 아예 사실관계부터 잘못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팀 경기 보이콧 운동이 온라인에서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시초는 ‘4231’이라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축구 정보 채널에서 비롯됐다. 이 채널이 인스타그램에 3월 10일 “2024년 3월21일 국가대표팀 vs 태국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축구협회장 정몽규는 본인의 사익을 위해 선수들을 벼랑 끝에 내몰아 왔습니다. 선수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들을 위해 이젠 우리가 대신 행동합니다.” 즉,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아시안컵 전후로 여러 잡음을 일으킨 축구협회 그리고 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을 겨냥한 보이콧이었다. 게시물을 최초로 올린 날짜도 주목해야 한다. 3월 11일에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가 있었고, 10일은 그 전날이다. 한 마디로 국가대표팀 경기 보이콧의 발단이 이강인의 국가대표팀 선발과 무관하다는 것을 뜻한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지난 14일 14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강인이라는 선수가 팀의 케미스토리를 해친다. 팀의 분위기를 망가뜨린다라는 판단은 사건 하나로 인한 것이라고 본다”며 “쌓여 있다가 이번 일이 터진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강인이라는 선수가 소속된 팀은 국가대표팀 하나가 아니다. 이전에 소속되어 있던 팀들에선 이강인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강인이라는 선수 하나 때문에 전체 국가대표를 응원하지 않겠다는 건 이강인을 너무 크게 본 거 아닌가. (팬들 중에서도) 목소리 큰 아주 일부가 다수라고 오인 받기 쉬운 건데 그 이강인이라는 선수가 개인적인 성정이 건방지게 보일 수는 있다. 근데 이게 뭐가 문제냐면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사실 인지해야 된다. 그 차이가 있는 것 뿐이고 사실 선수 선발에 대한 이야기는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붉은악마도 1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붉은악마의 본질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라며 “그 본질을 벗어나는 순간 붉은악마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고 밝혀 보이콧에 선을 그었다.

 

박 센터장은 이강인 선수가 런던으로 급히 가서 손흥민 선수에게 사과하고 그 사실을 공개한 대처 방식에 대해 “굉장히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누군가는 어쩌면 어떤 쇼윙 보여주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여주기는 굉장히 적절했다. 그런 것이 있어야만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황선홍 감독의 선택에 대해서도 “감독인 내가 책임지고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선 연예인이든 스포츠인이든 불성실하고 싸가지 없는 이미지가 구축되면 살아남기 어렵지만 박 센터장은 “우리가 이강인 선수한테 꽂힌 거는 축구 실력이지 인성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강인 역시 경기장에서 플레이로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니냐? 우리가 그 선수의 인성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황선홍 감독의 성격이라고 나는 본다. 황선홍 감독은 문제를 피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문제를 피해가는 스타일이면 이 자리를 맡지 않는다. 정면돌파형이다. 어차피 이강인 선발 논란은 한 번은 겪어야 될 논란이다. 어차피 그래야 한다면 빨리 내가 처리하고 가겠다는 얘기다. 황선홍 감독의 스타일이 이강인 선수한테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명예를 회복하고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강인 선수의 사과를 손흥민 선수가 받아줬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박 센터장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의 입을 통해서 이제는 이강인을 다시 보듬겠다라는 선언이 나왔던 게 그래도 이강인을 다시 지켜봐주자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꿔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마침 18일 손가락 붕대를 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손흥민 선수는 걱정시켜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황선홍 감독의 특별 지시 아래 훈련 모습이 비공개됐고, 선수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도 불허됐다. 그러나 이강인 선수는 다르다. 이강인 선수는 귀국하자마자 언론 앞에 서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센터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게 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황선홍 감독이나 관계자가 어느정도 벌써 이야기를 마쳤을 것”이라며 “이강인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 손흥민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고 이미 구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주장이다. 주장을 흔들면 팀 자체를 흔드는 거라서 이미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팀을 흔드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이강인의 발탁에 대해서 손흥민 선수의 의견을 많이 참고했을 거다.

 

 

박 센터장은 이강인 선수가 차라리 공항에서 “조용히 아무 말 안 하고 코멘트 안 하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강인 선수는 고종수나 이천수 선수를 잇는, 실력이 너무 출중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선수의 계보를 잇는 선수 유형이다. 그런 계보를 잇는 선수고 흔히 얘기하는 악마의 재능을 가진 선수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축구 실력 이외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 자기가 반드시 한 번 겪고 넘어가야 되는 그런 성장을 위한 통증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강인 선수가 그 누구도 아닌 무려 손흥민 선수한테 대들어서 더욱더 비난가능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 특히 이강인 선수가 아무리 축구를 잘 해서 세계 최고 음바페 선수와 팀 동료로 뛰고 잘나간다고 해도 “손흥민 선수는 EPL 득점왕 출신”이다. 클럽과 국가대표에서 대활약을 꾸준히 해왔고 선수로서의 위상과 애티튜드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오른지 오래다. 물론 입지가 좁은 선배에게 함부로 했다고 해도 이강인 선수가 욕을 먹었겠지만 그 대상이 손흥민 선수라는 점에서 더 욕을 먹고 있다. 박 센터장은 “지금 손흥민은 반박할 수 없는 리빙 레전드”라면서 “분명히 차세대가 이강인이라고 생각을 다들 하고는 있을 것인데 감히 배우는 자세를 갖추지 않고 대들어? 네가 손흥민을 건드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런 판단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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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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