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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트럼프와 윤석열 같은 리더 유형”에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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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 렌즈] 7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등 뜨거운 이슈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해드리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2017년 가을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서로에게 쌍욕에 버금가는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었다. 북미 관계는 최악이었고 양국 정상은 미치광이 전략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늙다리”라는 원색적인 비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로켓맨”과 “totally destroy North Korea”라는 더 센말로 응수했다. 말만 오간 게 아니었다. 북한은 연이어 핵실험을 강행했고,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를 북한 상공에 띄웠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남북관계로만 봤을 때 지금 윤석열 정부가 (북한 입장에서) 제일 안 먹히는 정부가 맞다”며 “말이 안 먹히는 정부인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윤석열 못지 않은 트럼프를 한 번 상대해봤다. 트럼프 때처럼 대응하면 되니까 윤석열에게도 그렇게 대응하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이런 종류의 정상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김정은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18일 오전 11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새해부터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정부 시기에는 북한이) 세게 반응을 해도 되게끔 만들어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전 정부하고는 다른 게 뭐냐면 이전 정부들은 주로 일방적으로 북한에서 공격하는 형태에 수세적이었다. 근데 윤석열 정부는 맞받아친다. 그러니까 북한이 더 세게 반응을 해도 되게끔 만들어준다. 이전 같으면 불편해서 조금 수위를 낮춰도 (국제사회에서 볼 때) 왜 쟤네만 혼자 막 난리를 치지?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북한만 일방적인 게 아니고 상호 도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김 위원장이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내놨던 대남 메시지를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김 위원장은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 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직접 말로 김 위원장을 때리진 않고 있지만 패턴이 유사하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전술핵 도발에 맞서 2022년 내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가했으며, 김 위원장이 예민해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파고들었다. 윤 대통령은 딱 1년 전 “(북한 인권 문제를) 정확하게 잘 파악하고 세밀하게 연구하고 많이 홍보하고 국민들, 모든 세계 사람들, 북한 주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이 가장 취약하게 여기고 있는 치부에 타겟팅을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광복절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6가지 조건(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사항을 약속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전형적인 보수 정부의 대북 상호주의 원칙과 다름 없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은 “이명박이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남조선 당국의 대북 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원색적으로 반응했다.

 

박 센터장은 “분명히 김정은 체제와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부 통틀어서 보더라도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화 이후 정부들로 따지면 북한이 대응하기 제일 쉽다. 그냥 찌르는 대로 반응을 하니까. 원하는 만큼 반응의 세기도 나오니까 미국에서 보기에도 1950년 한국 전쟁 이후로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박 센터장은 통일 대박론을 밀었던 박근혜 정부나 5.24 조치로 강경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임기 초반부터 “이렇게 적대적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보수 정부들도 윤석열 정부처럼) 북한에 대해서 먼저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을 거론하며) 도발을 한다거나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할 수 있다고 대놓고 선전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여차하면 선제 공격할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된 외교안보라인 인사들도 윤 대통령의 호전성을 중화해줄 가능성이 전무하고 다들 강성에 가깝다. 국가안보실장(초대 김성한/2대 조태용/현직 장호진), 국방부장관(초대 이종섭/현직 신원식), 국정원장(초대 김규현/2대 조태용), 외교부장관(초대 박진/2대 조태열), 통일부장관(초대 권영세/현직 김영호) 중에서 신원식 국방부장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신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 원칙으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즉강끝)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몇 배로 응징”해야 한다는 워딩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군은 장병들의 확고한 정신 무장과 즉강끝 원칙으로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응징 태세를 갖춰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

 

박 센터장은 “장관이나 각료들을 보면 똑같이 강성”이라며 “물론 국방쪽에서 부드러워서는 안 되지만 신원식 장관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하고 다른 게 뭐냐면, 그래도 김관진 전 장관은 말은 세게 하지만 준비를 탄탄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신 장관은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좀 강하면 각료들이 좀 유하게 해서 대통령을 눌러줘야 되는데 그건 안 됩니다. 이건 아닙니다. 이런 소리를 해야 되는데 지금 그럴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사실 과거 보수 정부 10년의 기간(2008~2017) 당시와 현재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리고 있는 북한 체제는 많이 다르다. 박 센터장은 “김정은 집권 초기(2011년 12월~)와 달리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갔다.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에)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핵실험도 많이 했고 무기체계도 어느정도 갖춰놨다고 보고, 러시아와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도발하기 좋은 상황인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북한도 스스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을 가진 국가라는 걸 보여주기 너무 좋은 환경이 되어 있다.

 

무엇보다 박 센터장은 “옛날 같으면 (북한이 대남 상대로 강경하게 도발하면) 중국하고 러시아가 동시에 말렸다. 근데 지금은 러시아가 말릴 수가 없다”며 “자기네들도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눌러주는 두 국가 중에 하나가 도와주는 관계로 돌아섰고 오히려 무기를 그쪽에다 공급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북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전까지는 중국에 종속된 형태의 무역이나 외교를 보여줬는데 러시아와 밀착되면서 거기서 벗어난다는 건 김정은 입장에서는 굉장히 내세울만한 부분일 것이다. 조만간 (북러 관계가) 좀 더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면 아마 중국에서 나서서 북한을 견제할 가능성은 있다.

 

관련해서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에 방문해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고, 곧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러 양국간의 관광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강력한 러시아의 뒷배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다시 2017년 연말로 돌아가보자.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했던 상황에서 2018년을 맞이했는데 느닷없이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문재인 정부는 통일부를 시켜 발빠르게 대응했고 그렇게 2019년 상반기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전개됐다. 북미 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로 풀리는 것 같았지만 결국 하노이 노딜 이후 원상복귀했다. 매 새해마다 김 위원장이 깜짝 메시지를 내거나 난데없이 거친 무력 도발을 이어가는 패턴이 있는데 혹시 극도로 갈등하다 갑자기 풀릴 가능성은 없을까? 박 센터장은 “오히려 극적 반전의 계기가 있다고 하면 미국하고 북한 사이에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는 한미 관계가 어느정도 거리 유지가 됐는데 윤석열 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미국에 밀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 누가 봐도 김정은이 1대 2로 느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눈에 보이는 것만 봤을 때 1대 2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때 북한은 남한이 미국한테 자신들 얘기를 잘 전달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더구나 곧 트럼프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데 뭔가 쇼맨십이 필요하니까 또 한 번 김정은을 이용할 것이다. 그러면 그 사이에서 윤석열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북한이 계속해서 도발 수위를 높이다가 뭔가 미국의 반응을 이끌어내더라도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라고 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윤석열 정부를 패싱하고 다이렉트로 북미가 왔다 갔다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건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배제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그렇게 위기의식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어차피 윤 대통령은 북한하고 그런 식의 대화를 할 생각 자체가 없다. 한국에서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북한은 무조건 주적이고 북한하고는 적대적 관계이기 때문에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일본을 제외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5국(남북한/중국/러시아/미국) 정상들이 다 강성이거나 강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지금 바이든 정부라서 상대적으로 유한데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에는 강성이 된다. 이들이 마주했을 때 묘한 융합이 일어날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는데 적어도 대한민국 지도자는 융합을 시키는 지도자가 아니다.

 

최고위 정무직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지나치게 피아 식별이 확실한 인물이다. 적과 동지를 너무 티나게 구분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대통령직임에도 그렇다. 박 센터장은 “우리 편 남의 편이 너무 명확한 사람인데 외교에서는 최악”이라며 “외교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호불호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호불호가 강한 건 정말 최악”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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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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