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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법경찰관이 공개적으로 가면 수사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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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과거 언더커버보스? 아니면 몰래카메라 프로그램? 사실 부조리를 단속하고 적발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불가피하게 신분을 속이고 잠입해야 할 때가 있다. N번방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을 때 함정 수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7월28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식품위생법 위반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손님으로 위장해서 내부 영상을 촬영한 것에 대해 합법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전북 전주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매장 내 스피커와 스크린을 삐까뻔쩍하게 설치하고 손님들을 불러모았다. 일반 식당인 것처럼 내세웠지만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위와 같은 영업 행태는 불법이다.

 

①휴게음식점 영업(음식점) →음식 = 김밥집, 햄버거집

②일반음식점 영업(음식점) →음식+술 = 고깃집, 횟집

③단란주점 영업(유흥주점) →음식+술+노래 = 룸소주방, 와인바

④유흥주점 영업(유흥주점) →음식+술+노래+춤+유흥시설+유흥종사자 = 나이트클럽, 룸살롱

 

즉 영업 형태에 따라 세율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춤추고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하려면 A씨가 처음부터 ③ 아니면 ④으로 신고해서 장사를 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겉보기엔 일반 식당 같은데 자꾸 음악 소리가 크게 나니까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특사경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형사소송법 245조의10에 따라 검찰과 경찰 외에도 특정 분야에 대해 수사권을 보유하는 특사경을 규정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식품 단속 관련 특사경들이 많다.

 

이번에 해당 특사경은 민원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님으로 위장해서 A씨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과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일반 손님인척 들어가서 내부 위생 상태가 불법에 달하는 장면을 촬영해서 방송으로 내보냈는데, 그런 것처럼 특사경도 내부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를 카메라에 몰래 담았다. 그래서 전주경찰서와 전주지검은 특사경이 가져온 영상 증거를 토대로 A씨를 법원에 넘겼다. 그러나 1·2심에선 모두 무죄가 나왔다. 그 이유는 △위법하게 수집된 영상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음 △식품위생법 22조3항에 따라 공무원이 공무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할 때는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와 서류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음 △또한 특사경이 강제 수사에 해당하는 몰래 촬영을 했으면서 사전 및 사후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음 등이다.

 

그러나 이런 1·2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깨부셨다.

 

김선수 대법관은 “식품위생법 22조3항에 따른 경우는 영업소에 출입해 식품·영업시설 등에 대해 검사·수거하거나 장부 또는 서류를 열람하는 등의 행정조사를 하려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못박았다. 이번 사례는 단순 행정 조사가 아니라 특사경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 수사를 하기 위한 것이니 22조3항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포착된 상태에서 증거를 보전하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해 누구나 볼 수 있는 손님들의 춤추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영장없이 촬영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김 대법관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부정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즉 성인이라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에 그냥 들어가서 제지 받지 않고 촬영을 했을 뿐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영장없이 했다고 해서 불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게 김 대법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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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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