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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과 서현역’ 이후 한국 사회는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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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한국 사회가 흉흉해졌다. 1990년대 중후반 지존파, 막가파, 영웅파 등이 연달아 흉악범죄를 저질렀을 때와는 또 다른 형국이다. 오직 살인이 목적이었던 흉악범 조선이 신림동에서 칼을 휘두른 이후로 살인 예고글이 빗발치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남성만 노린 조선의 행태를 옹호하는 정신나간 여초 커뮤니티 글에 분개한 몇몇 이상한 남성들이 여성만 노려 죽이겠다고 예고하는 유형이었는데, 이제는 인생이 안 풀리는 사람들 중 절망감에 빠진 놈들이 모방 범죄의 욕구를 느끼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살인 예고가 미친놈들의 놀이와 밈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총 21건의 살인 예고글이 작성됐으며 딱 2명만 검거됐다.

 

 

그러다가 이내 두 번째 무차별 살인극(3일 18시)이 벌어졌다. 다행히도 사망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이중 2명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실상 2명을 죽인 것이나 다름 없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1명도 꽤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하루 뒤(4일 10시40분)에는 식칼을 들고 서울 고속터미널을 활보하고 다닌 2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2001년생 남성 최원종은 지난 3일 18시 즈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살인극을 벌였다. 모친의 모닝 차량을 운전하고 행선지로 접근한 최원종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서 지나가는 행인 5명을 들이받았다. 이중 2명(20대 여성과 60대 여성)이 목숨이 위태롭다. 최원종은 널브러진 피해자들을 그냥 두고 퍼져버린 자동차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몰 건물로 들어갔다. 검정 후드티를 입고 하얀 모자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해서 얼굴을 가리고 활보했으며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최원종은 신림동 살인마 조선과는 달리 소리를 지르고 방방 뛰어다니면서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이목이 집중되어 최원종의 흉기 공격을 피하거나 두 차례 이상 찔린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았던 건데 한 목격자는 “무슨 술래잡기 하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최원종은 백화점 2층 옷가게 안에 숨어있다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최원종은 현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 수사관들은 최원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다. 1차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상황인데 최원종은 배달 라이더 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사건 전날(2일)에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칼 2개를 들고 서현역에 방문했다. 이미 살인극을 벌이기로 작정하고 갔던 건데 “너무 무서워서 못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왜 갑자기 무서워지지 않은 걸까? 경찰은 최원종의 스마트폰 2개, 컴퓨터 1개를 압수하고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걸 봤고, 어떤 글을 썼는지 등등 샅샅이 찾아서 그의 정신상태와 범행 동기를 파악할 방침인데 대면 조사에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만큼 종합적인 정황 탐구가 필요하다.

 

 

일단 본인 진술에 따르면 최원종의 범행 동기는 피해망상이었다. 최원종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으로 경찰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관심을 끌어서) 나를 괴롭히는 스토킹 조직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피해망상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는데 조현병 증세까지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기록이 있다. 경찰이 언론에 흘린 최원종에 대한 묘사들은 아래와 같다.

 

①일거수일투족 모든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는 특정집단이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하고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범행 장소를 서현역으로 정한 것도 해당 특정집단 구성원들이 그곳에 몰려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②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1년도 다니지 못 하고 자퇴했다.

③2015년~2020년 2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④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으나 그 이후 정신과 치료가 중단됐으며 근래 3년간 정신과 치료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과)는 ①④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 사람의 정신 상태가 영향을 준 것이라고 이렇게 보이는데 지금 쟁점은 뭐냐 하면 이 사람은 동선으로 봤을 때 최대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차량으로 이동을 했다손 치더라도 주차장을 통해서 광장으로 진입을 하는 경우에는 중간중간에 차단될 개연성이, 행동이 방해 받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려면 차량으로 광장에 직접 진입하는 게 그게 가장 경로가 가깝다, 이런 판단을 한 것 같다. 지금 흉기도 미리 준비해 간 걸로 봐서 이런 계획적인 부분이 과연 조현병 환자들의 행위로만 설명이 되느냐 하는 부분에서 의문이 있다. (조현병이라면) 상당히 우발성이라는 게 가정이 돼야 되는데 흉기도 사전에 미리 준비를 한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칼부림 사건들을 보면 범행 직후 도망갈 때 패턴적으로 칼을 떨어뜨리고 허겁지겁 벗어나는데 “화분 뒤에다가 흉기를 은닉하고 갔다”는 점을 환기했다. 그래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행이라면 현장에 증거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 교수는 “그런 범죄하고는 좀 약간 양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 어쩌면 청부살인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갑자기 꾸며낸 그런 거짓말은 아닌가? 이런 부분이 의심이 된다.

 

 

이 교수는 생방송 도중 진행자 김현정 앵커로부터 최원종이 조현병 관련 의료적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경찰의 확인 소식을 전해듣고도 그의 책임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고 역설했다.

 

조현 스펙트럼이라서 완전히 딱 조현병이다. 이렇게 보기는 좀 어려운 성격장애라서 이 부분도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단계에 가서는 조현병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심신미약 등을 목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건지 아니면 애당초에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망상인 것인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런 지점이 있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누가 어디서 어떻게 칼을 휘두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과잉 예측과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밑바닥에서 좌절을 거듭하다 흉악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잠재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년부 송치 전력, 전과 이력, 정신과에서 정신질환을 진단 받은 사람들 등이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 실질적인 제도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에 집중되어 있는 ‘보호관찰’ 제도를 참고해서 체계적으로 설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조선 사례처럼 소년부 송치 전력 14건과 범죄 전과 3범의 사람이 파국으로 치닫을 때까지 방치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 보호관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준법지원센터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도 관련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숱하게 총기 난사 사건을 겪은 미국 사회가 학교 단계에서부터 위험군을 선별해서 조심스럽게 성인이 된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노력의 과정을 참고해볼 수도 있다.

 

이웅혁 교수(건국대 경찰학과)는 “묻지마 범죄는 개인의 사이코패스적 성향 등에 따른 개인의 돌발행동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사회적 위험 신호인 걸로 봐야 한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잠재성이 있는 전과자 등에 대한 관리 및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도 예방 문제에 대해서 “(이런 무차별 살인 사건과 흉흉한 분위기가) 사회에 침투하기 시작하면 금방 빠른 시간 안에 확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초기에 대응을 아주 분명하게 잘 해야 된다”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책으로 제재하고 예방을 할 수 있게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적인 취약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행정 입원이 너무 어려우니까 입원시키기가.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좀 더 강력하게 입원을 시킬 수 있게 약물복용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되고. 꼭 정신질환이 있지 아니한 사람들도 전과가 많으면 전과 18범이나 17범 등 그런 분들은 사실 출소 후에라도 관리감독을 해야 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전과도 없고 딱히 지난 3년 동안 무슨 정신과 약물도 안 먹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이미 부적응이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학업 중단이 이뤄진다 거의 대부분. 학업을 중단했다고 이 사람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파악해서 지역사회에 학업 중단이 된 사실관계를 전달해서 이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예방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일본은 히키코모리들이 총리도 죽이고 하다 보니까 도쿄 같은 데는 히키코모리 서포터즈 제도라는 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임상심리사들이 그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되는 젊은이 집에 가서 1시간 정도를 매일 매일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한편, 이 교수는 살인 예고글을 쓰는 범죄자들에 대해 “당분간 살인예비죄를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지금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라며 “살인예비죄는 참고로 10년 이하의 징역 굉장히 엄벌을 할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흉기 사진도 올리고 이러는 것은 살인을 예비하는 거니까 그렇게 해서 아주 징역형이 나오게 엄벌을 해야 한다. 사법제도가 (범죄에 대한) 억제력을 가져야 되는데 이렇게 그냥 게시판 글을 내팽개쳐 놓는 것은 상당히 좀 위험을 방치하는 게 아닌가”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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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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