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뭔가 대단한 비법을 기대했겠지만 그런 거는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독고솜에게 반하면>이라는 책을 쓴 허진희 작가의 말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성 있는 조언 같았다. 서울대에 가기 위해서는 국영수 위주로 복,예습을 철저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조언과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입시전문가가 이 이야기를 한다면 그 무게가 확실히 다를 것이다. 앞의 조언도 작가님이 하니 그 설득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말이 맞을 수밖에 없다. 무슨 톨스토이나 한강 작가 같이 노벨문학상 고트급의 재능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몇 번 써보지도 못 했는데 잘 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제일 1원칙은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허진희 작가와의 만남은 지난 9월 26일 저녁 7시에 무등도서관 1층에서 이루어졌다. 허 작가가 쓴 <독고솜에게 반하면>이라는 책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친구들과의 관계, 인간군상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관심이 생긴다면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책들을 많이 출간했다.
작가 소개와 인사말을 늘여놓은 후 허 작가는 <독고솜에게 반하면>이라는 책을 토대로 이야기의 창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통 중학교 강연을 다니는데, 학교에 가보면 작가가 꿈인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미 글을 쓰고 있는 학생도 많다. 꼭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오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논해보려 한다
먼저 허 작가가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12살 때 루이제 린저 작가의 <생애 한가운데>라는 책을 처음 접하고 너무 그 책을 좋아해서 며칠을 밤 세워 반복해서 읽었다. 그 당시에는 그 책이 너무 어려웠고 이해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책이 이상하게 너무 좋았다. 그 어려운 책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그런 이상한 끌림 때문에 또 다른 책들도 읽게 되었다. 결국 나를 사로잡았던 단 한권의 책이 다른 책을 찾아서 떠나게 만듦으로써 나의 세계를 확장해주었다. 그래서 누구나 한 권의 책에 몰입해보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 스스로 빠져들어 몰입해봐야 또 다른 책을 찾아서 떠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한 권의 책이 100권의 책을 접하게 만들고 1,000권의 책을 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나는 텍스트만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로 된 형태는 영화든 드라마든 만화책이든 다 좋았다. 그런 이야기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결국 소설을 쓰게 된 것 같다
이 기사를 작성하며 <생에 한가운데>라는 책을 검색해 보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처음 알게 된 책이다. 성인이 읽어도 꽤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는데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허 작가도 보통은 아니었다.
글을 쓸 때는 상상력이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허 작가는 “글을 쓸 때의 시작점은 ‘만약에~(if)’ 놀이를 하는 데 있다”고 전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만약에~(if)’ 놀이를 하면서 시작해도 좋다. 이 놀이는 굉장히 쉽다. 예를 들어 “우리 반에 조금 달라 보이는 친구가 전학을 온다면?, 갑자기 그 친구가 마법을 쓴다면?”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거기에 다 앞에 ‘만약에~’만 붙이면 소설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에 ‘만약에~’만 붙여서 시작하면 누구나 소설의 첫 서두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약간 비눗방울에 비유해 볼 수 있다. 누구나 비눗방울을 불 수 있지만 크기나 모양은 제 각각이다. 어느 환경에서 불었는지에 따라서도 그 모양은 다르게 보인다.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만, 그 시작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형태는 다 제각각이다
허 작가는 계속해서 이야기가 가지는 매력에 대해 말했다.
이야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누구나 상상력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지만 결과물을 사뭇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상상하는 능력이 우리와 우리가 속한 세계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픽션이다. 결국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다. 소설과 거짓말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점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에 있다. 거짓말은 그 자체로 거짓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비록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지만 추구하는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한권의 소설책이 다른 한 사람의 손에 쥐어지면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열린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필한다. 나는 어릴 때 ‘빨강머리 앤’이라는 소설을 굉장히 좋아했다
드디어 아는 작품이 나왔다. 빨강머리 앤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이 노래는 웬만하면 거의 다 알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원작은 동명의 소설이다.
내 안에는 고유의 ‘빨강머리 앤’이 존재한다. 그리고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각각 고유의 ‘빨강머리 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하나하나가 다 각자의 고유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고솜에게 반하면>을 집필할 때도 독자들 마음에 각각 ‘독고솜’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렇다 같은 캐릭터여도 읽은 사람들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해도가 다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게 소설이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처럼 매력적인 소설이지만 쓸 때 즐겁기만 할까? 결코 아니다. 쓰다가 막히는 창작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시, 음악, 그림, 영상 등등 모든 창작물에 따르는 고통들이다. 심지어 비문학을 쓰는 것도 어쩔 때는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허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면 안 된다고 설파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만드는 첫 시작에 관해 말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아주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 소설을 쓸 때 ‘이것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신나게 쓴다. 그러다가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다.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정말 머리를 쥐어짜게 된다. 내가 학교 경연을 다니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글을 쓰고 싶지만 쓰다가 중간에 막혀 포기했다는 경험담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 반드시 꼭 한번쯤은 끝까지 써보는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간에 내가 만든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한번 내가 만든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를 하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왜 우리는 글을 쓰다가 막히게 될까? 갈등 전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첫 시작은 굉장히 쉽고 즐겁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막 혼자서 신이 나 이야기를 만든다. 그러다가 고민하는 순간을 맞닥드리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이야기를 만들면서 등장인물을 만들고 갈등을 만들고 이 세계관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이 세계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매듭지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소 겪는다.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나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소설에는 ‘핍진성’이 중요하다고 허 작가는 설명했다. 소설이나 영화 등 이야기 매체를 보고 평론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 단어를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사전을 살펴보면 ‘문학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는, 즉 그럴듯하고 있음직한 이야기로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다.
핍진성’ 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설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개념이기도 한데,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읽는 이로 하여금 설득을 시킬 수 있는 인과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라는 일을 저질렀는데 이게 굉장히 생뚱맞게 일어난 일이라면 전혀 감정 이입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이야기는 설득력을 잃는다. 그래서 우리는 핍진성을 갖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또한 “소설은 꼭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쓰는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다”고 허 작가는 설파했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쓰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준다. 나도 소설을 쓰면서 나 자신을 많이 성찰하게 된다. 나도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같은 태도나 성격으로 삶을 살진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분 중에서는 작가가 꿈인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글을 쓰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꼭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아주 짧은 소설이라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일기를 쓰는 것만큼 소설을 쓰는 것도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소설을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 짓기 위해서 고민하고 성찰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
이후 본격적으로 허 작가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주 단순하고 뭔가 지름길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취향을 미리 정하지 말고 아주 다양한 책을 많이 접해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공을 쌓는 것이다. 책을 한 두권 읽는다고 당연히 내공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하며 허 작가는 “미국의 유명작가 ‘스티븐 킹’이 작법서를 집필했다. 제목은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여기서도 나와 똑같은 말을 했다”고 말하며 그 책에서 나온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 설명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평범한 작품과 아주 한심한 작품들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자기 작품에 그런 단점들이 나타났을 때 얼른 알아보고 피해 갈 수 있다. 또한 독서를 통하여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위대한 작품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과연 이런 작품도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문체를 경험할 수 있다. 여러 문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만의 문체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허 작가는 강연 마지막에 어떤 문장들을 다 같이 낭독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에 반하면 생각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정리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번 강연에서도 이 문장들을 돌아가며 낭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영역을 들추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타인의 상황을 헤아려 보는 것,
행동에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거
판단을 유보하거나 신념을 가지는 것
나약함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
삶이 주는 즐거움과 고통을 저울질해 보는 것
다정한 농담에 마음을 푸는 것
비극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것
지독한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는 것
경각심을 가지고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
돌아보고자 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