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27일 13시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 245’ 4층 시민마루에서 개최된 박상영 작가의 북토크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대표작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 성소수자 서사, 소설가로서의 삶 등 박상영 작가의 다양한 토크 내용을 정리해서 4개의 시리즈 기사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마지막 4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북토크 행사가 무르익었다. 원소스 멀티유즈로 활용된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공유됐고, 소설가로서의 작품과 문학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이제 ‘아무말 대잔치’의 컨셉으로 자유로훈 질문들을 받을 차례다. 주제 불문 청중이 손을 들기도 했지만, 사전에 받은 질문들도 많았다. 우선 다짜고짜 오늘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박상영 작가는 “오늘은 지금 이 행사 끝나고 <순도 100%의 휴식>에 나왔던 광주 사는 친구가 있는데 걔가 뭐 맛있는 거 사준다고 그래서 그거 먹으러 갈 생각하고 있다”며 “그리고 빨리 이제 서울로 돌아가서 씻고 자고 싶다”고 답했다. 시덥지 않은 것 같지만 이런 게 재밌다. 사실 사고 싶은 물건, 즐겨 먹는 음식, 건강관리와 일상 루틴 등 온갖 TMI들이 많았지만 다 스킵하고 메시지가 중요한 질문들만 부각해보고자 한다. 내용이 있는 것만 다루기에도 사실 많다.
먼저 애정하는 소설 속 캐릭터는? 이렇게 클리셰적으로 물어봤을 때 박 작가는 “그때 그때 다르다”고 전제하면서도 “다 애정을 하고 전부 나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캐릭터라서 오늘은 이제 <1차원이 되고 싶어>의 주인공 캐릭터 ‘해리’를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 작가는 영상화된 <대도시의 사랑법> 속 캐릭터들이 그려낸 명장면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일단 영화에서는 재희랑 흥수가 집에서 라면 끓여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 진짜 좋았다. 연기도 너무 좋고 노상현 배우도 거기서 되게 자연스러워 보이고 그런 장면들이 내가 그때 구상했던 그 원룸촌의 집과 되게 유사했다. 그리고 거기에 이제 그 괴한이 매달려 있는 장면 그런 것도 딱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그랬었고. 드라마에서는 3부와 4부에서 키스신이 나오는데 횟집에서 키스신 그것도 정말 허진호 감독이 연출했는데 <봄날은 간다>의 약간 퀴어 버전이라고 항상 얘기한다.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약간 소름이 돋았다. 저렇게 사랑을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허진호는 진짜 대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클리셰 질문 2개만 더 다뤄보자. 바로 인상 깊게 읽은 인생 책과, 소설가가 된 계기인데 우선 박 작가는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이라는 책이 본격적으로 작가의 꿈을 꾸게 해줬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선한 영향을 받은 책들이 많다.
작가가 되기 직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던 건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라는 책이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쓰기 전에 영향을 받았던 책은 사실 <채식주의자>였다. <채식주의자>를 보면서 장편으로도 단편으로도 읽힐 수 있는 연작 소설이라는 구성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박 작가는 잡지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갈굼을 너무 당했었다”며 “잡지사에선 항상 남의 얘기를 써줘야 되는데 그게 내가 원하는 글쓰기가 아니고 내면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현장에 있었던 본지 기자도 영화로 처음 접했던 <대도시의 사랑법>이 강렬하게 인상으로 남아서 아래와 같이 질문을 했다.
1년 전에 영화를 너무 재밌게 봤는데 그때 내 기억에는 <베테랑2>와 같이 개봉해서 좀 고전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난 영화로서 <대도시의 사랑법>에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은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흥수의 엄마가 자기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매일 새벽 기도를 갔다가 흥수 방으로 가서 기도를 하는데. 이제 근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했던 흥수가 재희를 만나면서 뭔가 용기를 얻었는지 “엄마 나 게이야”라고 고백을 한다. 이 장면이 난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자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을 어떻게 보셨는지? 그러니까 다양성에 대한 포용도 중요하지만 통념에 맞게 살아온 엄마의 심정도 있는 거라서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으로도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근데 의외로 박 작가는 너무 교훈적으로 연출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조금 교육 방송 같다고 생각을 했다. 만약에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분이라면 그거보다 좀 더 리액션이 격렬했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고. 이제 내 소설에서 엄마는 사실 되게 특이한 엄마라서 더 격렬한 리액션을 보였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그것에 준하는 어떤 갈등들이 사실 나왔어야 되는데 이제 극의 중심이 재희와 흥수의 관계에 있다 보니까 그 부분을 간편하게 정리한 부분이 있다라는 정도로 그 장면을 봤었다. 그게 싫다거나 뭐 잘못 재현됐다거나 그렇진 않고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나였으면 좀 다르게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복분자 토하는 장면 있지 않은가? 사실 그거 되게 애매했다. 그러니까 이게 웃긴 것 같기도 한데 이게 웃어야 되나? 막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언희 감독의 대단한 개그 센스라는 생각을 했다.
박 작가의 작품들을 탐독해온 골수팬 청중이 이렇게 질문을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상처를 받더라도 끊임없이 사랑을 하는데 박상영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이 가지는 힘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뭔가 심오한 질문이다. 박 작가는 “에너지의 집합체”라고 답했다.
사랑이 갖는 힘이라... 사랑이 어떨 때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좀 삶의 방해가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의 집합체 같다. 사랑이라는 게 일상적 온도의 나였으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독 에세이 작품들에서 실친들을 많이 등장시킨 박 작가인 만큼 다음 소설 작품에서 ‘친구 관계성’를 본격적으로 다뤄볼 생각은 없는 걸까? 애독자의 질문이었는데 박 작가는 “실제로 <3670> 감독께서 내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아서 개봉했을 때 제작사에 날 제일 보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하더라”면서 “사실은 드라마를 통해서 그런 걸 좀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좀 속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못한 걸 <3670>에서 해줘서 너무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후에도 아마 쓸 것 같다. 언젠가는 근데 지금 당장은 퀴어 친구들이 썼구나. 이미 복숭아 통장의 기억의 무게가 퀴어 친구들의 얘기네요. 네 이미 썼고 그걸 장편 소설로 쓰려 하고 있습니다. 네 네 네 다 다음에 내년이나 내후년에 내후년에 한 번 아버지 아내.
<3670>은 탈북 청년이자 성소수자인 주인공 철준이 서울로 정착하게 되면서 새로운 친구관계를 맺고 새롭게 펼쳐진 공동체에서 갈등을 겪고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독립 영화다.
흔히 창작자에게 갖게 되는 궁금증이 ‘주제나 메시지’를 먼저 떠올리는지 아니면 ‘인물이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게 되는지다. 아니면 둘 다? 박 작가는 단호히 “주제나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대본을 쓸 때도 그 얘기를 들었다. 내가 문학 작가니까 PD들은 되게 거창한 사회적 메시지를 먼저 표어처럼 생각하고 쓰는줄 착각하더라. 근데 난 어떤 것에 가깝냐면 희미하게 저기 앞에 있는 현상이나 사건을 선명하게 만들어내는 과정을 글쓰기라고 생각을 한다. 메시지는 그것이 다 써졌을 때 비로소 깨닫곤 한다. 그래서 그게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작가들은 완전한 문장으로 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난 그게 아니라 풍경과 캐릭터, 어떤 한 문장, 소설 속 어떤 구절 이런 데서 항상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다 쓰고 났을 때 메시지를 깨닫는 경우가 많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박 작가는 “거의 다 말한 것 같고 내 인생이 다 털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마지막으로 소설가 등단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봤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요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다 운이 좋아서 처음 쓴 소설이 반짝해서 데뷔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사실은 누구나 다 필요한 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한 시간들. 내 목소리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들이 다 공평하게 존재하는 것 같고 어떤 사람은 책을 내고 나서도 그 수련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제 그냥 혼자서 그 수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정도의 차이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나만의 목소리를 개발하고 있는 와중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왜나면 난 계속 무명 작가인데 누군가 주변에서 대박나서 잘됐다고 하면 자꾸 부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열심히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사실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