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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특산품 호모포비아’ 언젠간 근절되길 바라며..

※ 지난 9월27일 13시 광주 동구에 위치한 ‘전일빌딩 245’ 4층 시민마루에서 개최된 박상영 작가의 북토크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대표작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 성소수자 서사, 소설가로서의 삶 등 박상영 작가의 다양한 토크 내용을 정리해서 4개의 시리즈 기사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1편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딱 1년 전 2024년 10월.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에 공개됐다. 5년 전 동명의 원작 소설을 출간한 박상영 작가는 본인의 작품이 영상화된다는 기쁨도 잠시 일부 단체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소위 말하는 학부모단체와 보수단체, 기독교 단체가 연합해서 총 6군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티빙, CJ ENM, 저희 제작사 등 이런 데서 했다.근데 거기 가보면 몇명 없다. 한 열댓명이 이렇게 피켓 들고 서있고 자기들끼리 아무도 안 듣는데 막 그렇게 하고 있다. 근데 그런 일로 말미암아 민원 전화 들어간다고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저희 제작사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좀 어떻게 좀 해달라고. 저희 드라마가 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서 찍은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영상물이 어떻게 영화도 아니고, OTT도 아니고, 방송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압력으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예고편이 내려갔다.

 

어떻게 이런 드라마에 제작 지원을 해줄 수 있냐고 막 난리가 났고 제작사에서도 눈치를 보느라고 결국에는 내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그렇지만 내가 이러한 사실을 공론화해서 하루 만에 게시글이 엄청나게 많이 리트윗되고 이제 인스타그램에서도 많이 공유가 돼가지고 600만~700만 뷰가 나왔다.

 

반동성애를 표방하는 단체들의 집단 반발은 외신의 주목을 불러일으켰다.

 

외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와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 유럽 주요 나라 매체들과 인터뷰를 해서 그때 예고편이 내려간 사실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실제로 우리나라가 얼핏 보면 문화 선진국처럼 보이지만 어떤 발전 과정에 있어서 이렇게 많이 인권의식 같은 데 있어서 지연된 부분이 많이 있다. 어떤 우리나라 고유의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문화와 기독교적인 문화의 결합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우리가 경제 발전 수준이 비슷한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특히 보수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호모포비아라는 특산품을 널리 널리 알렸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퀴어 문학도 너무 많고 동성 결혼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편이고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아니기 때문에 차이점이 더 부각된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K-대중문화가 너무나 자랑스럽긴 한데 그 특산품은 조금 너무나 아쉽고 슬프기도 했다. 특산품이 언젠가 근절되기를 바라며...

 

사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15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인데다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부커상 인터내셔널, 더블린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까지 인정 받은 작품이다. 전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드라마와 영화가 모두 현실화된 원작 텍스트가 매우 드물다. 이미 박 작가는 “내 작품이 좀 찢었나. 이게 바로 파워 콘텐츠인가. 내가 대학 때 배운 원소스 멀티 유즈가 이렇게 실현되는 것인가 싶어서 신났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시 한 번 <대도시의 사랑법>이 사랑 받는 배경과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내 생각에는 처음 냈을 때 잘될 것 같기는 했다. 느낌상. 그러니까 단편 발표를 했을 때부터 반응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걸 전문가들이나 읽는 문학 잡지를 읽어주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그냥 1만부 정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으로 냈었다. 근데 젊은작가상 대상 받았을 때부터 뭔가 많이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상 책을 내고 나니까 그냥 한 달 만에 거의 10쇄 찍고 4만부가 나갔다. 그래서 그때 진짜 떼부자 될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았다. 그 뒤로는 천천히 꾸준히 팔리는 책이 되어주었다. 너무 고마운 나의 효자 상품이자 대표작인데 사실 궁극기 같은 책이었다.

 

그야말로 궁국의 기술이자 필살기였다. 박 작가는 2018년에 낸 첫 작품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통해 소설가로서 단련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 이후 1년 만에 <대도시의 사랑법>이 나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십년대계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집”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그전까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탐구 과제이면서 가장 오랫동안 품어왔던 이야기를 내가 한 꺼번에 다 쏟아낸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소설 선생님이자 선배 작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이렇게 써서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이런 말까지 할 정도로. 진짜 내가 사력을 다해서 내 안에 고여 있는 모든 얘기들을 다 토해낸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근데 사회적인 화답을 받았을 때 너무 너무 기뻤다. 사실은 너무 행복하고 이런 걸 써낼 수 있다니. 너무 작가로서는 행운이다. 이런 대표작이 생긴 것 자체가 행운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이제 책을 낸 지 6년이 지났는데 그리고 이 책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다. 영화, 드라마 다 나왔고 30개국에 팔아서 엄청나게 많은 언어로 번역된 거고 수상도 한 바퀴 돌았다.

 

대표작이자 고마운 존재이지만 이제는 넘어야 할 ‘산’이 됐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한 번 내 수식어를 바꿔보는 작가이고 싶다. 이게 매번 내는 책마다 갱신을 할 수는 없어도 이제 10년, 20년마다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희망으로 요즘은 살아가고 있고. <대도시의 사랑법>이 나의 효자 상품이자 애착템이지만 내가 뛰어넘어야 될 장애물이기도 한 상황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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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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