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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열 영덕군수의 ‘잘못된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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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조작과 돈봉투 뿌린 혐의
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 무효형 선고
벌금 150만원
선관위 고발로 경찰과 검찰 수사 거쳐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40여년에 이르는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서 군수 한 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과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고 패배하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걸까?

 

국민의힘 소속 김광열 영덕군수(경북)는 지난 20일 1심 법원(대구지법 영덕지원 형사1부 강기남 부장판사)으로부터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군수는 20여명의 조직을 동원해 당내 경선에서 책임당원들에게 돈을 줘서 표심을 매수하려고 한 행위, 이들에게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한 행위의 연루자로 지목됐다. 경찰 수사부터 검찰의 기소에 이르기까지 김 군수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강기남 판사는 김 군수의 개입 또는 지휘를 인정한 셈이다. 강 판사는 함께 기소된 선거캠프 구성원 11명에게도 벌금 100~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강 판사는 “공직선거법에서 당내 경선은 선거인의 의사를 충실하게 반영하게 하는 것이고 영덕 지역은 선거인수(영덕군 인구 3만4000여명 규모)가 적어서 여론조사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선거캠프 주요 관계자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조직적으로 조작에 관여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서 엄벌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허나 “초범인 점”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데 김 군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연히 항소할 계획일텐데 조만간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군수는 1961년생으로 영덕 태생이다. 만 18세였던 1979년 영덕군 9급 공무원으로 합격한 이후로 문화관광과장, 새마을경제과장, 재무과장, 총무과장, 남정면장, 영덕읍장, 기획감사실장까지 꾸준히 승진해서 2018년 12월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사실 공무원의 지위로는 명예와 신분상승에 한계가 있다. 결국 권세를 떨치기 위해선 정치를 해야 한다. 김 군수는 2021년부터 국민의힘으로 입당해서 경북도당 부위원장까지 올라갔고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의 영덕군 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꾸준히 정당 경력을 쌓아 차근차근 올라가기보단 빨리 공직선거에 나가 당선이 되고 싶었던 김 군수는 2022년 3월 고심에 빠졌다.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과도 같은 경북 지역에서 영덕군수가 되려면 국민의힘 공천장을 받아야 하는데 경선이 치열했다. 이미 출마선언을 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3선을 노리고 있는 이희진 당시 영덕군수를 비롯 박병일 국민의힘 중앙위원회상임고문, 황승일 전 영남대 교수, 황재철 전 경북도의원, 이상직 전 한수원 이사회 의장 등 무려 5명이나 경쟁 상대였다. 경선 승리를 전혀 보장할 수 없다. 김 군수는 이 전 군수 아래에서 기획감사실장을 지냈지만 꺾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6.1 지방선거까지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경선의 승기를 잡으려면 결국에는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그 전부터 인맥과 조직으로 여론조사에서 이 전 군수를 바짝 추격하고 있던 김 군수측은 5월부터 여론조사 조작을 위해 별도로 단톡방을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불법 문자를 보내도록 했던 것 같다. 단톡방 개설 외에도 김 군수의 신망을 받는 핵심 선거운동원 4명은 경선이 시작되자 김 군수를 밀어달라며 책임당원들에게 1인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현금을 돌렸다. 이들 4명을 A집단이라고 칭해보자. A집단의 범죄행위는 얼마 못 가 선관위(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에게 발각됐다. 선관위는 5월초 김 군수의 지지를 청탁하며 돈을 건네거나 받아챙긴 혐의로 A집단 포함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대구지검)로부터 사건 수사를 요청받은 경찰(경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은 2022년 9월1일 A집단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A집단으로부터 돈을 받은 책임당원만 해도 수십명에 달했다. 지방선거 끝나고 석달 밖에 안 된 시점이지만 법원(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조직” 범죄라는 경찰의 1차 수사 결과를 인정해서 구속영장을 발부해줬다. 경찰은 A집단이 영덕군을 읍면으로 나눠 할당된 책임당원들에게 조직적으로 금품을 제공했을 것으로 봤다. 나아가 경찰은 10월말 김 군수와 그의 아내까지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7시간 동안 조사했다. 경찰이 아내에게까지 연루 의혹을 물었을 정도로 김 군수는 경선 승리를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것이었다. 경찰은 김 군수가 아내 및 A집단과 모의해서 돈을 뿌리고,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도록 한 범죄행위에 대해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상정했다. 그렇게 경찰은 마무리 수사를 마치고 11월 김 군수 포함 20여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아내는 빠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대구지검 영덕지청)은 11월말 19명을 기소했는데 당연히 김 군수가 포함됐다.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도 있었다. 19명 중 12명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조작 혐의를, 7명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57조의5 매수 및 이해유도죄) 위반 혐의를 적용해서 재판에 넘겼다.

 

검경의 손을 거치면서 드러난 전모를 살펴보면 김 군수측은 책임당원들에게 △모바일 투표를 강요했으며 △경선 여론조사에서 성별과 나이를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유도했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았지만 1심에서 강 판사도 이런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확정했는데, 1심 공판에서 검찰은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공직선거운동원에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선거운동을 벌인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다. 선거의 공정성과 자유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사안이 위중한 만큼 엄벌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4월18일 모 신문의 여론조사는 상대방 예비후보가 김광열 예비후보를 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품 살포 사건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론조사 조작 및 금품 살포 등 사건이 위중하다

 

사실 A집단 외에도 일찍이 6월과 8월부터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영덕군수 부정 선거 관련 말단 피고인은 무려 27명이었다. 검찰은 이들 중 8명이 물증으로 드러난 범죄사실에 대해 시인을 했던 만큼 결국 2심과 3심에서 김 군수와 A집단이 이들의 행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계속해서 공소 유지에 힘쓸 방침이다.

 

한편, 김 군수측은 1심 선고가 타전됐던 20일 17시 즈음 최대한 ‘영덕군’ 관련 키워드로 다른 기사들이 출고될 수 있도록 전날과 당일 다량의 보도자료(김광열 영덕군수 취약계층 냉방비 지원에 성금 기부/영덕 청년공무원들 군 발전 힘 보탠다/영덕 농업회의소 읍면 지회 순회간담회 개최/공중화장실 범죄 예방 안심 반사경 설치)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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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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