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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김용태’의 당선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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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11일 오전 국민의힘 초대 당대표로 1985년생 37세 이준석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 3년간 “죽음의 계곡”에서 허우적대던 소위 개혁보수 세력이 떠올랐다. 마침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1990년생 김용태 후보 역시 바른정당 출신이다.

 

 

1995년생 곽희근 수석부위원장(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곽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나도 바른정당부터 시작했고 유승민계라는 계파 이런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이렇게까지 될지는 나도 몰랐다. 죽음의 계곡이란 길이 한 3년 정도(2017년~2020년)였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4선)은 2017년 대선 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4선)에게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했다. 그만큼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정당의 본류를 벗어나 개혁보수의 길을 가는 것은 고단한 일이다. 2017년 1월 바른정당이 만들어졌고, 2018년 2월 바른미래당을 거쳐, 2020년 2월 새로운보수당으로 진화했지만 4.15 총선 직전 결국 미래통합당으로 흡수됐다. 사실상 통합이 아니라 흡수였다.

 

 

곽 부위원장은 이준석 대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능력주의 △안티 페미니즘 △험지 출마 등 3가지 키워드로 해석했다. 무엇보다 4.7 보궐선거 직후 여성단체로부터 질문을 받고도 공개적으로 답변을 거부한 이 대표를 저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공이 컸다는 게 곽 부위원장의 진단이다.

 

곽 부위원장은 “아무래도 이준석을 만든 1등 공신까진 아니어도 어느정도의 공은 진중권 전 교수였다. 처음에 가스가 차있는데 불을 지펴준 사람이 진 전 교수였다. 논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어찌됐든 화제성을 불러일으켜주셨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의 정치 행보도 조명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의 진정성”을 알게 됐다는 것인데 곽 부위원장은 “청년 할당을 반대하면서 청년 할당으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막상 보니 청년 할당의 혜택을 별로 받은 게 없고 청년 비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험지인 서울 노원병(2016년·2018년·2020년 세 차례 출마했다가 낙선)으로 가서 지금까지 활동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것과 관련하여 “법적 형식적 공정성”을 갈망하는 대중들의 욕구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곽 부위원장도 이준석 현상을 놓고 “최소한의 공정성”이란 표현을 썼다. 이 대표에 대한 관심은 최소한의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하의 한국 사회에서 기인했다는 설명이다.

 

곽 부위원장은 “조금 슬펐던 게 능력주의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유토피아라고 보진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시대에서 2030세대는 능력주의가 담보하는 최소한의 공정성조차 담보해주지 못 하는 한국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며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론을 다 떠나서 최소한의 공정성도 담보해주지 못 한 한국 사회와 이에 대한 반발심이 이 대표에게 지지로 모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이러한 불공정을 보느니 차라리 능력대로 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특히 곽 부위원장은 “진 전 교수는 워낙 학자시니까 능력주의의 헛점을 지적해주고 있지만 저희가 볼 때는 낙하산타고 내려오는데 차라리 쟤랑 나랑 경쟁을 해보겠다는 풍토다. 능력주의를 마냥 비판하는 분들이 그런 부분을 굽어살펴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나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데 남녀 할 것 없이 이준석에 열광하는 경우가 좀 많다. 저 사람이 말하는 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곽 부위원장은 요즘 청년들에 대해 “코로나 영향으로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 나도 올해 리트 시험(법학적성시험)을 치는데 작년이 1만2000명대였는데 올해는 1만4000명 정도 응시를 한다더라. 가장 적었을 때에 비해 2배 가까이 됐다”면서 “갈 때가 없고 가방끈만 길어졌다”고 묘사했다.

 

일부 젊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적 성향도 마찬가지다.

 

곽 부위원장은 “2030세대는 가부장제의 혜택을 받지도 않았고 유교꼰대나 그런 것들을 옹호하거나 그런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며 “왜 그런 우리에게 이전 세대의 청구서를 청구하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기계적 평등이나 여성들을 배려할 거면 당신들이 하라고 하는 이러한 반발심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너가 틀렸다. 더 공부하라. 이러신다”며 “최고의 유럽식 복지체제가 좋긴 하지만 1950년대의 한국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기반을 쌓아놓고 그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 경쟁자들이 그토록 공격했던 대통령 후보 경선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곽 부위원장은 “이준석 당선이 마냥 유승민한테 유리하다는 것도 모르겠다.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밀어줄 것이고 (진영논리나 내편 이런 것 보다) 자기가 볼 때 옳은 것을 할 사람”이라며 “(이 대표가 방송에서) 특정 후보를 무리하게 밀었다가 대선에서 지면 정치적으로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는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달려갈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걸 진짜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선거 결과를 보면 당원 선거인단 37.41%(5만5820표), 여론조사 58.76%(3만7572표)로 민심에서의 압도적 승리(약 30% 차이)가 주효했다. 당심에서는 나경원 후보(40.93% 6만1077표)에게 졌다. 그러나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현역 이용 의원이 포함된 4명의 경쟁자를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따돌리고 당당히 1등(31.83% 6만5084표)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곽 부위원장은 “(이 대표가 됐으니) 청년 최고위원이란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대표 공약대로라면”이라고 운을 뗀 뒤 “한국 나이로 32세 김용태 최고위원이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된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현상도 분명 도움이 됐을 것이다. 선거운동 자체를 굉장히 영리하게 했다고 봤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함께 다녔다. 이준석과 김용태를 함께 찍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것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곽 부위원장은 이준석 현상에 기대지 않고도 김 최고위원이 당선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환경 문제를 의제로 제시한 점 △소통력과 진정성 등을 꼽았다.

 

 

곽 부위원장은 “돌이켜보면 이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 1위를 못 했는데 김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서도 1위(29.18% 4만1763표)를 했다. 이준석 현상만이 김 최고위원의 당선에 유일한 것은 아니”라며 “당원들을 만나는 움직임에서 보면 확실히 김 최고위원이 많이 돌아다니고 호흡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 주변 청년 당원들도 김 최고위원에 대해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과 진정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는데 72시간 잠을 안 자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 부분을 넓게 봤을 때 알아봐주신 것이 아닐까 싶다”고 해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광운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에서 에너지환경정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곽 부위원장은 “김 최고위원은 되게 참신하게 기후 문제를 자기 아젠다를 들고 나왔다. 보수의 지평이 성장에만 머물지 않고 기후쪽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그 담론이 진보쪽에서만 다뤄지지 않고 보수쪽에서도 다뤄질 수 있겠다는 당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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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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