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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과 미래당’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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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모 진보정당 당원 A씨와 대화를 하다가 미래당 오태양 전 대표의 성범죄 사건을 꺼냈는데 “오태양이 그랬었나?”라며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사람들이 미래당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민생당이 원외정당 무관심의 무주공산이 되어 횡령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미래당의 당권자가 현직 당대표 신분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뉴스가 나왔음에도 별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래당은 1만3000여명의 당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법률 정당이다.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들도 많다.

 

 

지난 2월22일 17시반 매일경제 최예빈 기자의 단독 보도로 오 전 대표가 준강제추행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송치됐다는 사실이 타전됐다. 첫 보도와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57개나 나왔음에도 추가 보도가 이어지지 않았다. 2018년부터 5년간 미래당(구 우리미래) 등 소수정당 취재를 해왔던 언론인으로서 미래당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었던 만큼 바로 연락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다렸다. 미래당 홈페이지에는 2월15일자로 ‘4기 당대표 선거 일정’(사건과 무관하게 3기 오 전 대표의 임기가 원래 2월 종료)을 공지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는데 사건이 터지고 일주일 뒤에 손상우 전 부산시당 대표가 단독 입후보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냥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당대표를 뽑고 넘어가려는 것인가란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몇몇 미래당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연락을 취했다. 다들 함구하는 분위기였다. 미래당 행정국 당직자 B씨는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달라”는 등 과거 취재하며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임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오 전 대표는 2022년 5월의 어느날 새벽 서울 광진구에서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하고 모텔로 데리고 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여성의 지갑을 갖고 모텔 밖을 나섰다가 돌려주지 않은 절도 혐의도 있다. 경찰은 오 전 대표에게 추행목적약취(형법 288조 추행·간음·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와 준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서 지난달 10일 서울동부지검으로 넘겼다.

 

오 전 대표는 광진경찰서 조사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도와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범한미디어 취재 결과 미래당 인사들도 오 전 대표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당 주요 당직자들은 모두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했지만 내부적으로 오 전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고 “도와주려고 했다”는 답을 들었다. 특히 언론 보도 내용들과는 일부 다른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식이었다. 다만 이를 외부에 공표하게 되면 오 전 대표를 옹호하게 되고 동시에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서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이는 어제(28일) 미래당 4기 당권자로 선출된 손상우 대표에게서 공식 확인한 입장이다.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오 전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을 아무 의심없이 그대로 믿고 있었고 검찰의 기소 여부나 1심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평범한미디어가 동부지검을 취재해보니 송치 이후 한 달이 흘렀지만 아직 “수사 중”이라고 한다. 뭔가 추가 수사가 필요할 만큼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긴 그렇고 검찰이 통상 사건을 송치 받아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의 단계를 그냥 “수사 중”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아직 오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을 홀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오 전 대표는 최초 보도한 최 기자에게 “성추행과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페이스북 계정도 삭제된 것으로 보이고 그 어떤 연락과 문자에도 아무 응답이 없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텅 비어있는 상태이고 특정인만 콕 집어서 카톡 차단을 해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잠수를 탔다. 오 전 대표는 사건이 발생하고 최초 보도된 시점까지 대략 9개월간 당대표로서 공식 활동을 이어왔다.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미래당이 실패했던 만큼 전반적으로 외부 활동을 줄이고 침체된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오 전 대표의 공식 활동은 간간이 있었다. 이를테면 2022년 11월과 12월에 이태원 참사 헌화를 갔고, 71·72차 전국운영위원회 줌회의를 진행했다.

 

 

일련의 진행 상황을 봤을 때 오 전 대표와 미래당 구성원들의 행태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 전 대표는 왜 여성 취객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바로 신고해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모텔로 데려간 걸까? 언론 보도가 나온 다음 너무나 억울하다면 평소처럼 기자회견을 해서 공식 입장을 내고 사실관계를 부인하면 되는데 왜 내부적으로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걸까? 지갑 절도는 또 뭘까?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본 박주현 변호사(법무법인 중용)는 평범한미디어에 “경찰에서 일단 검찰에 송치를 한 것은 거의 기소가 될만한 것들을 이렇게 올린다”며 “아마 (오 전 대표의 혐의가) 아예 안 되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원래 추행목적약취 혐의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서 만약 준강제추행만 유죄로 인정된다면 초범이기 때문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런 식으로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금 이분(오 전 대표)의 주장은 도와주려고 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이뤄졌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경찰 조사에서 보통은 도와주려고 했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데 왜 신고 안 했냐? 그리고 모텔에 들어가서 언제 나왔느냐? 이런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도와주려고 했으면 그냥 들어가서 바로 나왔으면 됐는데 언제 나왔는지가 조사할 때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텔까지 갔을 때 CCTV가 있을 것이고 경찰이 확보를 했을 것 같은데 어떤 양태로 데려갔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주변을 살핀다든지 뭔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든지 그런 것들이 있을 수가 있다. 피해자의 진술이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확인 과정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분이 이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 못 한 것은 그 전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래당 구성원들은 오 대표로부터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길래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손 대표는 당대표 후보자일 때 평범한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에는 오 전 대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공식 입장을 내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근데 그 입장이란 게.... 참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원내정당의 사이클이긴 하지만 주요 인사의 성범죄가 불거지면 최대한 빨리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아예 신빙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제명 등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 마련이다. 2018년 이후 미투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줬던 모습이 그랬다. 물론 그 이후로 당헌당규를 고쳐서 서울시장 선거에 공천을 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극심해지는 등 내로남불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당사자에 대한 내부 징계는 신속했다. 고인이 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례를 제외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완주 의원 등만 보더라도 신속한 제명 의결로 귀결됐다. 전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뤄졌다.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례만 복기해보더라도 정의당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다.

 

 

 

오 전 대표는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박원순 시민정신 계승”을 내세웠다가 내외부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그 직후 오 전 대표는 성폭력 관련 4대 원칙으로 △모든 성폭력 사건의 진실 철저히 규명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당사자 권리 보장 △성폭력 가해자는 사법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합당한 처벌 받아야 함 △재발방지대책 반드시 마련 등을 공식 발표했다. 나아가 오 전 대표는 △위력 성폭력 예방 및 처벌 강화를 통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들고 종합적인 피해자 지원시스템 구축 △위력 성폭력과 관련한 법정의무교육 강화 △젠더 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도 정비 △피해자의 일상과 인권보장, 비동의간음죄 및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한 특례법 제정 △징벌적 처벌을 위한 성범죄 특별법 제정 △서울시 성비위 특별감찰관 ‘천개의 눈’ 도입 △‘공공기관 성평등 평가제’ 전면 실시 등 성폭력 관련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공식적인 말하기 자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말하기의 전 과정을 경청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용기있는 말하기에 깊이 공감합니다. 또한 용서의 마음을 낸 기나긴 고통과 고난의 시간의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당사자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성찰과 이해의 시간을 가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돌아봅니다.

 

 

오 전 대표는 2011년 소위 ‘안철수 현상’의 중심이었던 ‘청춘 콘서트’를 기획했고 그때 모인 사람들과 2012년 ‘청년당’을 창당했다가 당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저조해서 강제 해산당했다. 그 이후 2017년 청년당의 주축 멤버들과 새로 유입된 인물들이 모여 ‘우리미래’를 창당했고 2020년 당명을 미래당으로 변경했다. 오 전 대표는 미래당의 창당 멤버이자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8년 1월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이후로 2023년 2월 3기 지도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5년간 미래당의 당권자로 지냈다. 미래당에 대한 오 전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해서 그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제대로 된 당의 대응이 나오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는 것이다. 미래당을 오랫동안 지켜본 C씨는 “쉽게 말하면 그러니까 오태양 1인 체제의 폐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원외정당도 규모가 작든 크든 조직인데 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자 2기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소희 전 대표는 2022년 3월 미래당을 탈당하며 “(박원순 시민정신 소동과, 2022년 대선 때 미래당이 지지선언했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과정 등을 겪으며) 당내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의식을 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2017년부터 미래당 당원이었다가 2021년 탈당했던 박성준씨는 오 전 대표에 대해 “본인이 대학생 때 동아리 후배나 선배를 대하는 방식으로 지금 정치를 하고 있는 건데 짧게 잡아도 25년 전의 사고방식”이라며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 전혀 맞추지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민정신 계승 때만 보더라도 젠더 문제와 관련해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대표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오태양 대표의 영향력 안에 미래당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다.

 

 

박씨는 오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미래당의 대처를 두고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제대로 전달 받지 못 했고 이 내용을 내부에서도 보도 이후에 듣다 보니까 수습할 수 있는 어떤 여력을 갖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바로 제명까진 못 하더라도 당원권 정지를 시켜놓고 수습하는 등) 방법을 알려줘도 지금 현재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인력들이 내부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현재 냉정하게 봤을 때 오태양을 견제할 수 있는 지도부 인물이 없다. 오태양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들은 전부 다 떠났다.

 

손 대표는 오늘(29일) 통화에서 “(새로운 당대표로서 첫 날인데 오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말고) 다른 것은 안 궁금한가?”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허나 전직 당대표의 성추행 문제에 대해 정치 동아리도 아닌 법률 정당이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당대표의 비전과 활동 계획을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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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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