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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시츄 50마리 “똥오줌 엉켜 역대 최악의 애니멀 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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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동물을 많이 키운다고 해서 무조건 애니멀 호더는 아니다. 키울만한 조건과 능력이 있다면 괜찮다. 문제는 키울 수 있는 여건이 태부족임에도 피규어를 모으듯 동물을 물건삼아 수집하는 행태다. 애니멀 호더는 동물을 수집하는 것에 중독된 사람이다. 애니멀 호딩으로 볼 수 있는 기준은 △영양, 위생, 환경, 의료 등 최소한의 조건을 제공하지 못 하고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해 사람의 생활환경에도 불쾌함을 유발할 정도에 이르렀고 △이런 최악의 상황임에도 키우던 동물을 줄이지 않고 계속 늘리고 있는 상태다.

 

 

애니멀 호더는 스스로 동물을 구조하는 구원자로 여길지 모르지만 명백한 동물 학대범이다. 2018년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애니멀 호더는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제공 등 법으로 정하는 사육, 관리 의무를 위반해서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에 걸려 처벌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진 판례가 없다. 그러나 포항에서 역대급 애니멀 호딩을 저지른 40대 남성 A씨가 최초로 처벌되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에 있는 한 빌라에서 시츄 48마리가 긴급 구조됐다.

 

지난 23일 포항남부소방서, 포항시 동물보호팀, 동물보호단체 등은, 악취와 개 짖는 소리가 심하다는 빌라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집 안으로 강제 진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야말로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총 50마리의 시츄들이 뒤엉켜 있었는데 이미 1마리는 죽어있었다. 동물 봉사차 현장에 방문했던 반려견 미용사들은 “역대 최악이라고 할 만큼 처참하다”고 표현했다. 똥덩이들이 가득한 바닥에 오줌까지 깔려 있어 악취가 진동했으며, 시츄들도 하나같이 털복숭이였고 발톱과 피부도 성치 않았다. 추가적으로 1마리가 이동 과정에서 죽게 됐고, 그렇게 48마리 전원이 포항시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졌다. 포항시는 숨진 2마리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동물보호센터는 급한대로 건강검진, 중성화 수술, 미용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공고를 내고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30마리 가량 입양 정보가 등록 완료됐다고 한다. 원하는 사람들은 정이 가는 친구를 선택해서 절차에 따라 분양을 받을 수 있다. 포항시 동물보호팀은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는 문의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고 알렸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참한 상황을 초래한 애니멀 호더는 누굴까? 이달 초 40대 남성 세입자 A씨는 해당 빌라로 이사를 왔는데 시츄들을 급하게 옮기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50마리를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텐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A씨는 2020년부터 시츄 암컷과 수컷 각각 1마리 도합 2마리를 입양 받아 키우고 있었으나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근친교배가 거듭됐다. 그러나 A씨는 중성화 수술만 안 한게 아니라 10마리, 20마리, 30마리가 넘는 동안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그저 시츄들을 가둬두기만 했다. 똥오줌이 널브러진 환경에서 시츄들이 죽어가고 있는 동안. 아마도 A씨는 다른 곳에서 거주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시는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포항경찰서에 고발했다.

 

서두에 밝혔듯이 그나마 동물보호법이 개정돼서 A씨와 같은 애니멀 호더를 처벌할 수는 있게 됐지만 해당 동물들이 중대한 피해를 받지 않는 이상 학대로 인정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동물 전문가들은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관련해서 2022년 12월 구체적으로 애니멀 호딩을 규정하는 조항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집단 사육으로 심각한 포화나 방임 상태에 이르게 하는 행위” 즉 애니멀 호딩을 학대 종류들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애니멀 호더들이 처음부터 동물 학대에 이르렀던 것은 아니다.

 

김애라 대표(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는 “처음부터 학대를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데려온 애니멀 호더는 많이 보지 못 했다”며 “(경험상) 대부분은 좋은 마음으로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경험 부족 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학대를 목적으로 동물을 수집하는 애니멀 호더를 제외하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서 혹은 해결 방법을 몰라서 손을 놓고 있다가 애니멀 호더가 되어버린 분들도 많았다. 충분한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다. 동물을 소유하기 전 충분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학대행위 발생 시 학대자로부터 소유권을 박탈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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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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