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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개를 너무 아기처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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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넓은 객석에 수많은 애견인들이 앉아 있는데 하나같이 자기 반려견을 무릎에 놓고 특강을 듣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유심히 보던 강형욱 훈련사는 너무 의존적으로 개를 키우는 한국의 문화를 지적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생활을 해본 분들도 있을 것이고 나중에 혹시나 여행을 가보면 알텐데 그 나라들에서 개를 싫어하겠는가? 반려견 문화가 400년이다. 우리 400년 전에 뭐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강아지와 같이 살고 강아지에 대한 법을 만든 게 400년으로 앞선 나라들이다. 보통 그런 나라들에서는 이런 데서 강아지를 저렇게 안고 있지 않는다. 왜냐면 더 강아지를 저렇게 옆에다 두고 엎드리도록 한다. 왜냐면 조금 더 진짜 내 새끼처럼 키우기 때문이다. 여러분들 12살 된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있을 건가? 그런 분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릎에서 키우고 우쭈쭈빠빠뽕뽕 키우면 강아지들이 굉장히 의존적인 강아지가 되고 보호자를 지키려고 하고 저렇게 짖는다.

 

 

강 훈련사는 12일 17시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황룡친수공원에서 열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법> 특강의 연사로 초대됐다.

 

강 훈련사는 “강아지를 옆에 놔두면 왜 불편한가”라며 “안고 있어야만 사랑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릎에 올려놓고 오냐오냐 키워진 개들은 무한대로 요구하고 그렇게 요구하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강 훈련사는 “왜 무릎에서 내려놓으라고 했냐면 의존적인 친구들은 그냥 대체로 내가 얼마나 당신에게 무언가를 원하는지 계속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에 집착하는 애들”이라며 “대부분이 되게 의존적이고 약한 친구들이 많다. 이런 게 있다. 구름이 지나가 기분 나빠! 밖에서 사람이 지나가서 기분 나빠! 정말 쓰잘데기 없는 이유로 계속 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들은 트라우마라고 하지만 정도껏이어야 한다. 너무 애를 의존적이지 않게 너무 우쭈쭈빠빠 하면서 계속 안고 그렇게 키우시면 안 되고 산책을 정말 많이 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방임하라는 것은 아니다.

 

강 훈련사는 “의존적으로 키우지 말라는 말이 무관심하게 키우라는 말이 아니”라며 “아기처럼 대하지 않으면서 산책을 굉장히 많이 시켜야 된다. 참 이상한 것이 강아지 핀 사줄 시간은 있으면서 산책할 시간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 날 때마다 데리고 나가서 운동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진맥진하게 만들면 짖을 힘도 없다. 힘들어 죽겠는데 뭐가 그리 불편하겠는가? 맨날 집에 앉아 있으면서 사료는 고급 사료를 먹이는데 그럴 필요 없다. 나의 개들도 고생을 해봐야 된다.

 

 

유기견을 분양 받은 한 20대 여성 견주가 강 훈련사에게 분리불안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1분도 혼자 있지 못 하는 반려견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강 훈련사는 잘 때 혼자 잘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분리불안에는 크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보호자를 지키려는 경우 △분리불만 등 3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나 빼고 혼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냐? 이건 분리불안이 아니라 분리불만이다. 상당수는 분리불만이다. 공식 용어는 아니고 내가 만든 건데 분리될 때마다 불만이 터지는 것이다. 5~7살짜리 아이가 엄마 나 안아주라고 조르는 것과 똑같다. 그걸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부모다. 이 친구가 혼자 있는 것도 배워야 한다. 도그파킹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잠깐 묶어놓고 화장실 다녀오는 건데 그게 가능해야 한다.

 

강 훈련사는 거듭해서 의존적이지 않게 개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훈련사는 “집에서 쇼파에 있지 말고 내려가도록 해봐야 한다. 쇼파에서 내려가라고 하는 게 절대 나쁜 게 아니”라며 “내려가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강아지를 오냐오냐 키우는 것이 강아지 사랑이 아니고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폴, 대만 등 동아시아 애견 문화의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강 훈련사는 “개를 너무 아기처럼 키우는데 이런 것들 때문에 개들이 분리불안도 겪고, 너무 짖고, 물림 사고도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경우 법적으로 견주가 하루 두 번 이상 반려견을 산책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개를 키우는 견주의 책임이 무겁다. 강 훈련사는 “누군가에겐 공사장 소음보다 감정이 담긴 개소리가 더 시끄럽다”면서 싱가폴에서는 개가 밖에서 타인을 향해 한 번 짖으면 원아웃이고 그렇게 쓰리아웃이 되면 뺏긴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개 물림 사고에 대해서는 더더욱 엄격하다. 강 훈련사는 “독일의 동물보호법이 강화된 계기는 아동 물림 사망사건 때문”이라며 “독일 동물보호법이 한국에 도입되면 개를 못 키우게 되는 국민들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밖에 나갈 때 개를 잘 묶어놓고 다니는가? 작년에 미디어에 나온 물림 사고들이 21건이었는데 공통점이 있다. 밖에서 키우는 개들이 줄에 풀렸을 때 난 사고들이 대부분이었다. 개를 좋아하면 마음대로 풀어놓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는 사나운 개가 살기에 진짜 좋은 나라다. 사나운 개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 있다. 작년 경주에서 8살짜리 한 아이를 개가 물었는데 그 개는 아직도 살아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나운 개가 제일 살기 좋은 나라다. 누구를 물어도 살아 있는 나라. 미국에서는 물린 개의 주인이 무는 개의 안락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게 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진짜 사나운 친구들이 사납게 짖어도 예쁜데 왜 그래라고 하면서 그냥 키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게 강 훈련사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강 훈련사는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내 개한테 해야 되는 역할들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진짜 많다”고 말했다.

 

오해하면 안 된다. 강 훈련사는 스스로 “강아지를 많이 키우라고 홍보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규정했다. 오히려 “강아지를 많이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왜냐면 “이들이 진짜 고귀하고 진짜 소중하고 진짜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냥 무릎에 앉혀놓고 우쭈쭈빠바 몇 번 하고 맛있는 거 사주고 막 먹이고 밑에 놔두고 자기 혼자 컴퓨터 하고 잤다가. 또 밖에서 할 거 다 하고 집에 들어와서 사랑해! 내가 너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알아! 밤 11시에 왔으면서. 지 놀 것 다 놀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11시에 왔으면서 유튜브 보고 슬픈 강아지 얘기 접하며 울고. 또 사진은 겁나 찍는다. 누가 그 SNS만 보면 개로 아침 저녁까지 다 사는 것으로 알겠다.

 

자기 편할대로 애견인 코스프레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개를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강 훈련사는 개를 산책시킬 때 다른 개만 보면 짖어서 고민이라는 견주의 고민을 듣고 “보호자의 사회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어떤 행간이냐면 이런 거다. 산책시킬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보고 짖으면 우선 제지를 하고 그 사람과 그 개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데 그냥 자기 개가 짖든 말든 무시하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아니면 쭈뼛쭈뼛하고 정확하게 사과를 하진 않는다. 일명 짖고 튀는 ‘짖튀’다.

 

그런데 내 개가 짖었을 때 주인이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 “(내 개는) 짖어도 해결이 안 되고 나한테 관심을 안 갖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학습이 이뤄진다. 최악의 경우는 다른 개한테 “친구해”라며 인사를 시키는 것이다. 강 훈련사는 밖에서 개만 보면 귀엽다며 오버하는 사람들을 “쪼쪼 피플”이라고 명명하며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개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개들도 사실 다 친구가 아니고 될 필요도 없다. 생후 1년까진 폭넓은 개들을 만나도 되는데 1년 이후로는 아는 애들만 만나도 된다. 여러분들이 광주송정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계속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하지는 않듯이 굳이 자꾸 개 인사를 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상하다. 진짜 제대로 된 반려견 문화는 지나가는 개들한테 관심을 안 주거나 흐뭇한 미소만 지어주는 것이다. 사실 가장 최악은 내 개를 잡고 있으면서 다른 개를 예뻐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사까지 시키는 건 더 최악이다. 남자가 여친과 있으면서 다른 여자 보고 좋아하며 손잡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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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영

평범한미디어를 설립한 박효영 기자입니다. 유명한 사람들과 권력자들만 뉴스에 나오는 기성 언론의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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